[사설]누가 백남기를 죽였나
입력 : 2016.09.25 21:02:01 수정 : 2016.09.25 21:04:48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농민 백남기씨가 317일 만인 어제 생을 마감했다. 백씨의 죽음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아시아 민주주의 모범국가에서 국제사회의 인권감시대상 국가로 전락하고 있는 한국의 인권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테러나 전시도 아닌 집회 과정에서 한 시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로 두개골이 함몰된 채 사경을 헤매고 있다면 국가가 어떤 조치를 밟아야 할지는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던 백씨가 사망하기까지 근 1년간 박근혜 정부는 책임자 처벌은커녕 공식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정부는 오로지 시위대의 불법 행동에 대처하기 위한 정당한 직무집행이었음을 되풀이 강조했을 뿐이다. 사건 당시 진압의 총책임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지난 12일 청문회에 나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망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불법시위가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의 모든 과잉진압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미 청문회에서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진압경찰에게 책임을 물을 증거는 차고 넘친다. 물대포를 발사한 살수차 운영 요원은 실제 상황에서의 운영 경험은 처음이었고 직사 살수할 때 가슴 밑을 겨냥하는 훈련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또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씨가 방치돼 있다가 시민의 신고를 받고 민간 구급차에 의해 이송되기까지 40여분간 경찰은 어떤 구호조치도 이행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당시 진압경찰에게 백씨는 국가가 보호해야 할 ‘시민’이 아닌 ‘적’으로 간주됐던 셈이다. 특히 당시 치안책임자가 청문회에서까지 나와 당당하게 정당한 공무집행 운운하는 것은 정권 핵심부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이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에 대해 도심 혼잡을 이유로 집회금지를 통고하고 차벽을 설치하며 갑호비상령까지 내려 과잉대응에 나선 것 역시 공공질서가 아닌 정권안보를 위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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