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용의 삼성을 향한 몇가지 질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단종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부품 생태계에 미칠 후폭풍, 수출 부진, 무역수지 악화, 나아가서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시판 초기 ‘최고의 역작’으로 불리던 제품이 ‘최고의 역적’이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발화의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삼성전자는 말을 아끼고 있고 전문가들도 하드웨어 설계상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하는 정도다.
갤노트7 쇼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은 조급증이다.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7을 겨냥해 앞당겨 시판했고, 더 좁아진 공간에 더 나은 성능을 더 많이 집어넣으려 했으며, 1차 리콜 때 발화원인을 배터리 문제로 진단하고 서둘러 교체작업을 진행하는 등 모든 과정에서 조급성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물론 나쁜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성공했으면 기민한 대응이라고 박수를 쳤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조급증이나 서두름의 뒤편에 실적 제일주의의 압박감이 자리하고 있지 않으냐 하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오는 27일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체제에 대한 몇가지 질문을 안겨준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 5월 이후 삼성이 이재용 체제로 운영돼왔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비주력 계열사가 잇따라 매각되면서 선택과 집중이 강조됐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스타트업 문화 혁신 같은 작업도 펼쳐왔다. 이런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업의 초점이 승계 및 지배구조 강화 측면에서 비롯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거론되는 삼성의 조급증은 이재용의 조급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열사 매각을 지척에서 본 경영진 입장에서는 실적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 중국의 맹추격 등의 압박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는 삼성이 기업 규모에서는 커졌지만 조직 혁신에서는 지체된 채 오너의 눈치만 살펴야 하는 제왕적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위상을 감안하면 갤노트7 쇼크는 극복돼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무늬만 혁신이 아닌 창조적 혁신이 절실하다. 삼성 구성원들이 과거보다 고용 불안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잘 되는 사업에만 집중하는 구도에서 창의력이 발휘될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이런 모습은 기업 위기만 심화시킨다. 진정 ‘스타트업 삼성’을 원한다면 갤노트7의 실패에도 당당히 박수 치고 머리를 맞대 대안을 찾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는 지금처럼 수직적 리더십보다 수평적 리더십일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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