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공방 격화]‘대북원칙 안 지켜’ 송의 비판…여권 ‘북에 왜 물었냐’로 호도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ㆍ정치권 ‘질낮은 북핵 인식’
ㆍ본질 비틀어 ‘종북’ 공세…“궤변·정치논리로 변질시켜”
ㆍ북과 비공개 대화는 ‘내통’·북핵협상은 ‘이적행위’ 된 꼴
노무현 정부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68)의 회고록이 정국을 달구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종북 공방’은 회고록 본질과 무관한 정치공세라는 점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저급한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송 총장은 회고록에서 정부가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짐으로써 인권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했다고 비판했다. 대북정책은 원칙을 갖고 추진해야 한국의 대북정책·남북대화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성공적인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시 정부가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이 옳았다는 것이 송 총장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시각은 엉뚱한 쪽을 향했다. 당시 이 문제를 놓고 청와대 내부에서 논쟁이 벌어질 때 기권을 주장했던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 보자”고 제안하고 결국 문재인 비서실장이 남북 경로를 통해 확인해 보자고 했다는 회고록 내용을 문제 삼았다. 북한의 ‘결재’를 받아 ‘뒷거래’로 대북정책을 정한 것은 ‘내통’이며 ‘이적행위’라는 것이다. 청와대도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일”이라며 거들고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여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이 ‘정치적 이유로 대북정책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회고록 메시지를 ‘종북 논란’으로 변질시킨 것은 본질을 호도한 전형적인 정치공세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한 교수는 “북한 의중을 타진했는지 여부는 이 문제의 핵심요소가 아니다”라며 “설사 이 문제로 대북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외교 카운터파트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역대 정부가 그동안 북한과 무수한 비공개 접촉을 가졌음에도 이를 이적행위라고 비난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회고록에서 송 총장이 지적한 내용도 ‘북한 입장은 물어보나마나 뻔한데 그런 무의미한 짓을 왜 하느냐’였지 ‘그런 이적행위를 하면 안된다’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회고록에는 북한과 내밀한 비공개 대화를 나눈 기록이 숱하게 실려 있다. 당시에는 북한과의 대화채널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있던 상황이어서 정부는 수시로 북한과 접촉할 수 있었고 6자회담 내에서도 남북은 수시로 만났다. 한·미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동결 문제를 풀고 북핵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 요구대로 합법·불법 계좌를 뒤섞어 ‘돈세탁’을 해주기도 했고 이를 중앙은행을 통해 송금해주기도 했다. 심지어 2007년 정부가 유럽 국가들이 발의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의 수위를 낮추려고 ‘물타기’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내용도 회고록에 ‘버젓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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