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항모전단 시리아행…유럽에 ‘무력과시’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ㆍ‘쿠즈네초프’ 영불해협 진입에 북해 5개국 긴장감
ㆍ세계 2위의 해군 전력 뽐내며 서방 압박에 ‘맞불’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한다며 북해에서 유럽을 돌아 지중해까지 항공모함 전단을 이동시켰다. 작전 목적보다는 유럽을 겨냥한 무력 과시 성격이 짙다.
BBC방송 등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세베로모르스크에서 출발한 쿠즈네초프 항공모함 전단이 19일 북해를 지나 영불해협에 다다랐다고 보도했다. 영국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등 북해 주변 5개국이 해군 함정을 보내 러시아 항모의 움직임을 감시하며 경계에 나섰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항공기들도 쿠즈네초프의 항로 주변을 순찰했다.
쿠즈네초프 전단에는 핵추진 순양함 표트르대제호를 비롯해 대잠 구축함 2척 등 군함 7척이 포함됐다. 전단은 북해에서 영불해협을 통과해 대서양 국가들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남쪽으로 향할 예정이다.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지중해 동부 시리아 근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네자비시마야가제타 등 러시아 언론들은 “쿠즈네초프 전단이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시리아 근해에서 작전을 펼칠 것”이라며 “2014년 이후 러시아 해군 작전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미 시리아 정부군을 돕기 위해 흑해 루트로 10척 이상의 군함을 지중해로 보냈다. 시리아 서부 지중해 항구도시에 공군기지도 갖고 있다. 그런데 유일한 항모까지 지중해로 보내자 온갖 해석이 나온다. 세계 2위의 해군 전력을 과시해 미국과 유럽의 압박에 맞서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고, 시리아 반군 진영에 공습을 퍼부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확고한 승리를 안겨주려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쿠즈네초프는 대잠 미사일 기능이 탑재돼 있고 50대 이상의 전투기를 실을 수 있으며 1960명의 장병이 탑승한다. 1985년 진수됐지만 경제난으로 1991년에야 해군에 인도됐다. 소련이 해체된 뒤 1990년대 지중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잦은 고장으로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갔고 2004년에야 현역에 복귀했다. 건조된 지 30년이 넘은 쿠즈네초프로는 실제 작전을 펼치기 힘들며, 전단에 포함된 군함 중 몇 척은 쿠즈네초프의 고장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게다가 이착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미국 항공모함 활주로와 달리 쿠즈네초프에는 스키점프대를 활용한 활주로만 있어 운용 효율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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