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권자, 투표 파업”…푸틴의 ‘거수기당’ 총선 압승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입력 : 2016.09.19 21:40:00 수정 : 2016.09.19 21:43:42
ㆍ집권 통합러시아당 승리…54% 득표 450석 중 343석
ㆍ일정 앞당기고 토론 제한…‘투표율 47%’ 맥빠진 선거
러시아에서 18일(현지시간) 국가두마(하원) 의원들을 뽑는 총선이 실시됐고,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이번에도 1당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창당 15년을 맞은 이 정당은 여전히 실체가 없고, 선거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1인 통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운영되는 정당인 까닭이다.
러시아 언론들은 통합러시아당이 이번 총선에서 54.1%의 득표율로 선두를 지켰다고 보도했다. 공산당은 13.4%,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은 13.2%를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2003년 폐지된 지역구·비례대표제 혼합 방식이 부활해 225명은 지역구에서, 나머지 225명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제로 선출됐다. 통합러시아당은 비례대표로 2011년 총선 때보다 105석을 더 얻어 전체 450석 중 무려 343석(76%)을 가져가게 됐다.
푸틴은 이번 총선으로 다시 힘을 과시했다. 2018년 대선에 푸틴이 재도전할 수 있도록 권력기반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러시아당은 2001년 사실상 푸틴의 지시로 만들어진 정당이었고, 2003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됐다. 푸틴은 2000~2008년 대통령 시절에는 입당하지 않았지만 ‘관리 민주주의’라는 명분하에 당을 활용해왔다. 푸틴은 총리 시절 잠시 입당했다가 2기 집권 뒤 다시 탈당했다. 당의 정책과 이념은 모호하다. 중도우파와 전통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동성애 금지, 교내 여교사 치마 착용 금지 등 극우적인 정책을 내세운다. 정치적 색채보다는 오로지 푸틴을 위한 당이며 크렘린의 거수기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온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이번 선거에서도 통합러시아당의 승리를 위한 정치 술수가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2011년 총선 뒤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는 등 정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크렘린은 올 12월 실시돼야 할 총선을 9월로 앞당겼다.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펼치는 동안 유권자들은 여름휴가를 떠났고 9월에는 추수 기간과 신학기 시작이 겹쳐 선거에 관심이 쏠리지 않았다. 실제로 2011년 60.2%였던 투표율은 이번 선거에서 47.8%에 그쳤다. 선거 일정이 바뀐 데다 정치에 실망한 시민들이 아예 무관심으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2011년 50% 정도였던 모스크바 투표율은 37%로 떨어졌다. 정치학자인 알렉산드르 키네프는 “정부 비판 여론이 강한 대도시에서 투표율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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