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2) 내게 남은 모든 밤을 다 써도 모자라…너를 헤아리려면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22. 09:07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2) 내게 남은 모든 밤을 다 써도 모자라…너를 헤아리려면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ㆍ우주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
ㆍ우리가 ‘관측한’ 우주에만 수천억 X 수천억 개의 별이 있다

1995년 공개돼 천문학계를 흥분시킨 사진 허블딥필드(Hubble Deep Field). 1990년 4월 지구궤도에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이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먼 은하의 별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 NASA

1995년 공개돼 천문학계를 흥분시킨 사진 허블딥필드(Hubble Deep Field). 1990년 4월 지구궤도에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이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먼 은하의 별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 NASA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어두운 곳에서 별 속에 파묻힌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마음속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을 것이다.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어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내 대답은 이랬다. ‘우리가 관측한 우주’에는 수천억개의 은하가 있는데 은하마다 수천억개의 별을 갖고 있으니 ‘우리가 관측한 우주’에는 수천억 곱하기 수천억개의 별이 있다. 즉 1019 곱하기 1019을 하면 101010이 되니까 몇 곱하기 101010의 별이 있다는 것이 내가 인용하는 모범 답안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모범 답안의 숫자를 바꿔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은하의 수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별의 밝기는 겉보기에 제일 밝은 것을 1등성으로 정하고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것을 6등성으로 정하는 전통을 따르고 있다. 별의 밝기가 어두울수록 더 큰 숫자를 갖는다. 서울같이 인공 불빛이 많아서 밤하늘이 밝은 도시에서는 3등성도 보기가 쉽지 않다. 3등성보다 밝은 별은 280개쯤 된다. 6등성보다 밝은 별은 8700개 정도이고 10등성보다 밝은 별은 62만개로 늘어난다. 우리 은하 내 별의 숫자를 알려면 이런 식으로 밤하늘의 별을 세어보면 된다. 그런데 별을 세는 작업이 간단하지가 않다. 우리 은하 내의 모든 별을 직접 세어 보면 될 것 같지만 별이 너무 많아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 가능한 한 넓은 밤하늘의 영역을 정해서 가능한 한 어두운 별들의 숫자를 관측한 후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별의 수를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별들의 빛은 성간물질에 흡수되기 때문에 우리가 관측하는 별의 개수를 왜곡시킬 수 있다. 이런 영향을 보정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성간물질의 분포와 성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멀어서 어둡게 보이는 별들은 관측이 쉽지 않기 때문에 누락될 가능성이 높고 그런 만큼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그 개수를 추정하는 데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갈색 왜성이나 백색 왜성처럼 원래 밝기가 어두운 별들이 멀리 있는 경우에는 관측하기가 더 어렵고 그 숫자를 추정하는 것이 매우 부정확해진다.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2) 내게 남은 모든 밤을 다 써도 모자라…너를 헤아리려면

우리 은하 내 별의 개수를 측정하려는 천문학자들의 오랜 노력으로 별의 개수는 1000억개에서 4000억개로 좁혀지고 있다. 아직 그 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갈색 왜성이나 백색 왜성 수에 따라서 이 숫자는 크게 바뀔 수도 있다. 2013년 12월19일 발사된 가이아 우주망원경은 별을 포함한 10억개 천체의 정밀한 3D 목록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10억개라는 엄청난 숫자지만 우리 은하 내 별 숫자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우리 은하보다 더 많은 별을 갖고 있는 타원은하가 존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은하에 비해 별의 개수가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왜소은하들도 있지만 우리 은하 별의 개수를 평균적인 은하의 별 개수로 받아들인다면 지금처럼 은하당 별의 개수를 수천억개 정도로 보는 견해를 유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타당해 보인다. 즉 은하당 별의 수는 몇 곱하기 1019개라고 하면 아직은 무난한 인용이 될 것이다.

은하당 별의 개수를 추정하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지만 우주 속 은하의 수를 정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 은하의 경우는 어쨌든 그 물리적 크기를 알 수 있어서 그 안의 별 개수를 측정하면 된다. 반면 우주의 크기를 이야기하자면 상황이 좀 애매해진다. 우주의 크기에 대해서 다루자면 우주의 위상과 팽창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만 한다. 여기서는 좀 단순하게 생각해 보기로 하자. 우주의 크기를 말할 때 어떤 사람들은 ‘진짜’ 물리적인 우주의 크기가 얼마인지 물어볼 것이다. ‘진짜’라는 말에 대해서 논하자면 또 한참이 걸릴 터이니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우주가 무한한지 엄청나게 크지만 유한한지 아직 잘 모른다.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크기를 말하거나 우주의 끝을 이야기할 때는 보통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나 우주의 끝을 의미한다. ‘진짜’ 우주의 크기가 아니라 이 글의 앞부분에서 ‘우리가 관측한 우주’라는 말을 일부러 강조해서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 정도로 측정되고 있다. 우주가 탄생한 이래로 138억년 동안 계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주 안에서 가장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빛이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년이니 우주에서 가장 멀리 움직인 빛은 138억 광년을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138억 광년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로부터 오는 빛은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우주가 생긴 지 138억년밖에 안됐으므로 빛이 최대한 달렸어도 138억 광년밖에 못 움직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138억 광년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는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는 원천적으로 관측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를 중심으로 반경 138억 광년의 구를 설정하면 거기까지가 ‘관측 가능한’ 우주가 될 것이다. 그 밖에 은하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관측을 해서 확인할 수가 없으니 우리들 인식의 범위 밖이 될 것이다. 이곳을 ‘관측 가능한’ 우주의 끝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우주는 팽창을 하고 있기 때문에 138억년 전에 빛을 보낸 천체가 있다면 현재 138억 광년보다 더 먼 거리에 존재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138억년 전에 그 천체가 내뿜은 빛이 138억년 동안 여행을 해서 이제 우리에게 도착한 빛을 보고 있지만. 우주의 팽창 패턴을 고려해서 계산을 해보면 우리로부터 반지름 465억 광년의 구를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천체들이 실제 위치하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1억년이 지나면 우리들의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1억 광년 커질 것이고 10억년이 지나면 10억 광년이 늘어날 것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관측 가능한’ 우주의 끝이 있다. 우리로부터 먼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 1929년 허블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 패턴이다. 허블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은하가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속도가 빛의 속도에 다다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주가 팽창을 계속하고 있는 한 은하의 후퇴속도가 빛의 속도이거나 그보다 더 빠르게 되면 그 은하로부터 나오는 빛은 영원히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은하의 후퇴속도가 은하에서 나오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니 마치 블랙홀 속에 있는 천체로부터 나오는 빛이 결코 블랙홀을 탈출할 수 없는 상황과 비슷해진다. 우리를 중심으로 은하들의 후퇴속도가 빛의 속도인 구를 상상해보자. 거기까지가 또 다른 의미에서의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가 될 것이다. 그 밖에 은하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원리상으로 결코 그들의 존재를 관측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우주 속 은하의 수를 말할 때면 보통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 존재하는 은하의 수를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당시 활용 가능한 망원경이나 관측 기기의 한계 때문에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에 훨씬 못미치는 영역까지만 관측을 하게 된다. 앞에서 ‘우리가 관측한 우주’라는 수식어를 의도적으로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실제 존재하는 은하의 수는 실제 관측을 바탕으로 추정한 은하의 수에 비해서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별의 개수를 측정하는 것보다 은하의 개수를 측정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근원적인 한계 때문이다.

의미 있는 은하의 개수 측정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큰곰자리 근처의 작은 영역을 11일 동안 연속해서 관측한 허블딥필드에서 시작되었다. 텅 빈 것처럼 보이던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젊은 은하를 포함한 3000여개의 은하가 발견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우주 속 은하의 개수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어진 허블딥필드 사우스 관측을 통해 120억 광년 거리의 은하까지 관측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은하의 개수를 1250억개로 추정했다. 이 결과를 근거로 해서 우주 속 별의 개수를 말할 때 수천억 곱하기 수천억개, 즉 몇 곱하기 101010의 별이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관측한 우주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관측 가능한 우주 내 은하의 수를 추정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숫자를 좀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노팅엄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콘세리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THE EVOLUTION OF GALAXY NUMBER DENSITY AT Z < 8 AND ITS IMPLICATIONS’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천체물리학 저널’에 실릴 예정인데 은하의 개수에 대한 새로운 주장을 하고 나섰다.

‘Universe has ten times more galaxies than researchers thought’라는 10월14일자 ‘네이처’에 실린 이 논문의 해설 기사 제목이 일반인들에게는 더 익숙할 것 같다. 풀어서 쓰면 과학자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우주 속 은하의 수가 10배 정도 더 많다는 것이다. 허블딥필드 자료뿐 아니라 그동안 쌓인 허블우주망원경과 다른 우주망원경과 지상의 관측 기기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사용해서 다시 분석하고 계산을 해봤더니 은하의 수가 2조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 분석에는 130억 광년 떨어진 은하들까지 포함되었다. 다른 천문학자들의 반응은 크게 놀랍지 않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더 많은 왜소은하들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은하의 개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관측 기기로는 2조개의 은하 중 10% 정도를 관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계승자로 발사될 예정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을 시작하면 더 어둡고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를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은하의 개수에 대한 더 정확한 숫자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분간은 관측 가능한 우주 속 별의 수를 지금까지 말했던 것처럼 몇 곱하기 10개라고 해도 좋겠지만 좀 전향적으로 몇 곱하기 101011개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우주 속 은하의 개수는 아마도 계속 늘어날 것이니까.

▶필자 이명현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2) 내게 남은 모든 밤을 다 써도 모자라…너를 헤아리려면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학교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610101&artid=201610212156005#csidx64c07943532d3a28408718e47d9a6f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