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지구를 닮은 너, 프록시마 b, 어떻게 탐험할까? / 이명현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24. 23:25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1) 설렌다…이토록 가까이에, 지구를 닮은 너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ㆍ프록시마 b, 꿈의 행성인가?

‘프록시마 b’의 발견은 세기의 행운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데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거주가능지역에 존재하는 외계행성으로 과학계는 ‘꿈의 행성’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사진은 프록시마 b 표면의 가상 이미지.  유럽남천문대 제공

‘프록시마 b’의 발견은 세기의 행운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데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거주가능지역에 존재하는 외계행성으로 과학계는 ‘꿈의 행성’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사진은 프록시마 b 표면의 가상 이미지. 유럽남천문대 제공

지난 8월25일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A terrestrial planet candidate in a temperate orbit around Proxima Centauri’라는 제목을 단 논문이 한편 실렸다. 영국의 런던 퀸 메리 대학교의 길렘 앙글라다-에스쿠데 박사를 포함한 31명의 천문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4쪽짜리 논문이다. 저널이 정식으로 발간되기 하루 전에 인터넷판으로 먼저 공개되었는데 뉴욕타임스는 ‘One Star Over, a Planet That Might Be Another Earth’라는 제목을 달고 이 논문의 내용을 소개했다. 더 텔레그래프는 ‘Proxima b: Alien life could exist on ‘second Earth’ found orbiting our nearest star in Alpha Centauri system’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국내 언론에서는 ‘제2의 지구?…지구 닮은 최단거리 행성 ‘프록시마 b’ 발견’이나 ‘지구인 이주 후보 1순위, 프록시마 b 발견’ 같은 제목을 단 기사가 나갔다. 논문 제목을 그 의미대로 건조하게 풀어보면 ‘센타우르스 자리 프록시마 별 주위를 적절한 궤도로 돌고 있는 암석질 행성 후보’ 정도가 되겠다. 언론 보도를 거치면서 ‘또 다른 지구’, ‘두 번째 지구’, ‘외계생명체 존재 가능성’, ‘이주 후보 1순위’ 같은 단어가 퍼져나갔다.

이번에 발견된 ‘프록시마 센타우리 b’ 또는 ‘프록시마 b’는 센타우르스 자리에 있는 프록시마라는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이다. 외계행성을 집중적으로 찾기 위해서 2009년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사된 후 수많은 외계행성이 발견되었다. 2016년 9월1일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외계행성만 따져도 3518개에 달한다. 프록시마 b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왜 과학자들과 언론에서 이토록 흥분하는 것일까. 이 행성을 발견한 망원경을 보유한 유럽남천문대의 보도 자료 제목은 ‘Planet Found in Habitable Zone Around Nearest Star’ 즉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주위의 거주가능지역 내에 존재하는 행성 발견’이었다. 답은 이 제목 속에 들어있다.

프록시마 b가 속해있는 센타우르스 자리 프록시마 별은 지구로부터(태양계로부터) 가장 가까운 별인데 4.2광년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4.2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빛은 1초에 30만㎞를 움직이니 40조㎞에 해당하는 거리다. 가장 가깝다고는 하지만 현재 우주탐사선 기술로는 몇 만 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거리다. SF와 현실 사이의 벽은 높지만 가깝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많은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항성간 우주탐사를 할 때 첫 번째 목적지로 가장 가까운 항성계를 선택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결정일 수 있다. 그곳에 행성까지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2016년 4월12일 실제로 그런 탐사 계획이 발표되었다. 러시아의 부호인 유리 밀너가 태양으로부터 4.37광년 떨어진 센타우르스 자리 알파별에 우주탐사선을 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이라는 이름을 단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그는 우선 1억달러(약 1200억원)를 기부했다. 전체 예산은 50억~1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부인인 앤 드루얀 같은 명사들이 참여한다.

센타우르스 자리 알파별이라고 통칭해서 부르지만 이 별은 사실은 하나의 별이 아니라 알파 센타우리 A 별과 알파 센타우리 B 별 그리고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로 이루어진 항성 시스템이다. 그렇다. 외계행성 프록시마 b의 모성인 프록시마 별도 바로 이 시스템에 속해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시스템을 향해서 우주탐사선을 보내겠다고 발표한 지 몇 달 후에 그곳에서 행성까지 발견되는 행운까지 따랐으니 스타샷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가 그곳에 지구를 닮은 행성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프록시마 b가 발견된 후 스타샷 프로젝트의 수행 리스트에 프록시마 b를 탐사선이 직접 선회하면서 관측하는 계획이 추가되었다.

태양광을 속도로 전환하는 ‘솔라 세일’. 여기에 스타칩 나노우주탐사선을 달면 우주선으로 몇만년 걸릴 거리를 단숨에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키피디아 제공

태양광을 속도로 전환하는 ‘솔라 세일’. 여기에 스타칩 나노우주탐사선을 달면 우주선으로 몇만년 걸릴 거리를 단숨에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키피디아 제공

센타우르스 자리 알파별까지 20~30년 만에 우주탐사선을 보내겠다는 것이 스타샷 프로젝트의 목표다. 현재 가장 빠른 우주탐사선으로 몇 만 년은 족히 걸리는 거리를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에 가겠다는 것일까. 몇 ㎝ 크기에 몇 g 정도의 질량을 갖고 있는 아주 작고 가벼운 스타칩 나노우주탐사선에 그 비밀이 있다. 스타칩은 아이폰 정도의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카메라와 통신 장치 등을 갖춘 나노우주탐사선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칩 나노우주탐사선 수 천 개를 얇은 방패연처럼 생긴 우주돛대에 달아서 알파 센타우리로 보낸다는 것이다. 먼저 우주돛대를 단 스타칩 나노우주탐사선을 로켓에 실어서 우주공간에 띄워놓는다. 그런 후 지구상에 설치된 전파안테나에서 기가와트급의 출력으로 레이저를 발사해서 우주돛대를 밀어서 가속하면 서서히 속도가 증가해서 스타칩 나노우주탐사선의 속도는 빛의 속도의 15~20%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구상이 실현된다면 4.37광년 거리를 20~30년 만에 갈 수 있을 것이다. 2036년에 스타칩 나노우주탐사선을 발사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하니 이번 세기 말에는 프록시마 b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날이 올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인 프록시마 b의 발견에 우리가 이토록 흥분하는 이유다.

프록시마 b의 발견이 던진 두 번째 키워드는 ‘거주가능지역’이다. 거주가능지역의 정의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복잡해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고전적이고 직관적으로 정의해 보자. 어떤 별로부터 점점 더 멀리 떨어질수록 그 별로부터 받는 에너지가 줄어들 것이다. 별로부터 가까운 행성은 뜨거울 것이고 멀리 떨어진 행성은 그 표면이 차가울 것이다. 별로부터 떨어진 거리에 따른 온도 분포를 그려보면 행성의 표면에 얼지 않은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지역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지역을 거주가능지역이라고 한다. 거주가능지역에 위치한 행성의 표면에는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물은 잘 알려진 것처럼 생명의 태동과 번성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 매체다. 어떤 행성이 거주가능지역에 속해 있다면 표면에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고 따라서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개연성 있는 기대도 할 수 있다. 태양계의 거주가능지역에 바로 지구가 위치해 있다. 금성은 거주가능지역의 안쪽 끝자락에 살짝 걸쳐있거나 혹은 벗어나 있다. 화성은 거주가능지역의 바깥 끝자락에 역시 살짝 걸쳐있거나 벗어나 있다.

프록시마 b의 모성인 프록시마 별은 태양과 비교하면 아주 작은 별이다. 태양 질량의 12% 정도이고 그 크기도 태양의 14%에 불과하다. 표면의 온도도 태양에 비해서 3000도 정도 낮은 3042도 정도가 된다. 밝기도 태양의 0.15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이는 태양과 비슷하다. 태양보다 작고 어두운 프록시마 별의 거주가능지역은 태양계의 거주가능지역보다 별에 훨씬 더 가까운 곳에 형성되어 있다. 바로 이 프록시마 별의 거주가능지역 내에서 프록시마 b라는 행성이 발견된 것이다. 거주가능지역에 존재하는 행성이니 표면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바다가 존재한다면 생명체가 탄생해서 살고 있거나 한때 존재했을 개연성도 높다. 프록시마 b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가장 가까운 항성계에서 거주가능지역에 존재하는 외계행성을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그 행성이 지구와 비슷하다면 정말 운이 좋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프록시마 b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모습이 지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프록시마 b의 질량은 지구 질량의 1.27~1.3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기도 최소한 지구의 1.1배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구와 물리적인 조건이 비슷하다는 것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경로를 거쳐서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좋은 징후라고 할 수 있다.

프록시마 b에 대한 관측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자전축은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실제로 표면에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는지, 대기는 존재하는지 아직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대기 속에 생명체의 흔적을 보여주는 분자들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외계 지적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전파망원경으로 살피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미 프록시마 b에 대한 많은 후속 연구들이 기획되고 있거나 시작되었다. 우리는 곧 이 멋진 외계행성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 어쩌면 화성에서 외계생명체를 찾기 전에 먼저 프록시마 b에서 외계생명체의 흔적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기대가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프록시마 b가 태양과는 확연하게 다른 별 주위를 돌고 있는 만큼 지구와는 다른 조건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성에 아주 가깝게 형성되어 있는 거주가능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공전주기가 짧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프록시마 b의 공전주기는 11.2일에 불과하다. 1년이 11일 남짓이라는 이야기다. 더구나 프록시마 b는 모성과 동조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달이 지구와 공조현상을 일으켜서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아진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프록시마 b에서는 1년이 11일이면서 반은 낮이고 반은 밤이 지속될 것이다. 낮이 계속되는 5일이 넘도록 계속 프록시마 별이 떠 있을 것이고 다른 5일이 넘도록 별이 뜨지 않을 것이다. 밤과 낮의 온도 차이가 극도로 차이가 날 것이다.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에 좋지 않은 조건이다. 하지만 밤과 낮이 교차하는 그 경계 지역에서 또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프록시마 b는 꿈의 행성인가? 나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따져 봐도 이미 그렇다고 말하겠다. 21세기는 꿈의 행성 프록시마 b의 시대가 될 것이다. 확신한다. 이제 시작이다.

▶필자 이명현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1) 설렌다…이토록 가까이에, 지구를 닮은 너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학교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610101&artid=201609232053005#csidx0efbf2d30ed7415a658eda3152b9f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