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과학과 상상 부르는 행성 ‘프록시마b’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10. 07:07

사설.칼럼칼럼

[오철우의 과학의 숲] 과학과 상상 부르는 행성 ‘프록시마b’

등록 :2016-09-08 18:22수정 :2016-09-08 20:19

 

오철우
삶과행복팀 선임기자

‘우리 지구는 우주에서 외톨이인가?’ 태양계 너머 외계 행성, 특히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을 찾는 천문학자들이 풀고자 하는 물음이다. 2014년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천체물리학이 앞으로 30년 동안 탐구할 세 가지 물음을 정리한 보고서를 내면서 첫번째로 꼽은 물음이다.

외계 행성이 실체를 드러낸 건 아주 오래되지 않았다. 1978년 외계 문명이 볼지 모를 지구 문명과 문화 기록물을 우주선 보이저 1, 2호에 싣는 프로젝트를 마치고서 쓴 책 <지구의 속삭임>에서 칼 세이건이 우주엔 은하가 수천억개 있고 우리 은하에만 2500억개의 별(항성)이 있으리라며 그 무수한 별에 ‘행성이 딸려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 그건 추정이었다.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는 외계 행성 발견 뉴스를 곧잘 듣는다. 1992년 외계 행성이 발견된 이후에 천문 관측 기법과 장비가 발달하면서 해마다 점점 많이 발견됐는데, 웹사이트 ‘외계 행성 백과사전’을 보면 그 수는 8일 현재 3524개에 달한다.

많은 수는 가스 행성이거나 지구의 수천, 수백 배에 달하는 거대 행성이다. 개중엔 혼자 떠도는 행성도 있고, 두 별을 공전하는 행성도 있다. 한국 천문학자들도 외계 행성 찾기에 여러 성과를 냈다. 그러나 지구를 닮은 행성을 찾는 일은 자주 있는 게 아니다.

얼마 전 과학저널 <네이처>의 표지논문으로 전해진 외계 행성 ‘프록시마-비(b)’의 발견 소식은 모처럼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가장 가까운 이웃 별에 있으며 크기도 지구의 1.3배 정도로 보인다는 소식 덕분에 곧이어 이 행성엔 ‘또 하나의 지구’, ‘이주 후보 행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그 행성을 직접 관측한 건 아니니 확인된 건 많지 않다. 대략 11일 주기로 달처럼 늘 같은 면을 내보이며 공전해, 밤인 곳은 영원히 밤이며 낮인 곳은 늘 낮일 것으로 추정됐다.

프록시마-비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에 있다지만 그 거리는 4.2광년(1광년은 9.5조㎞)이나 된다. 현재 우주선으로 가는 데 8000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그래도 그것은 두 행성계를 오가는 ‘인터스텔라’ 우주여행을 상상하게 하는 목적지로 떠올랐다. 많은 이들이 방법과 시간을 따져보고, 한편에선 초소형 ‘나노 우주선’들을 레이저 빔으로 추진해 광속의 20%로 보내면 20년 만에 그곳에 도착해 탐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진지한 제안도 나온다. ‘인터스텔라’는 공상이 아니라 현실의 우주탐사 프로젝트로 추진될지도 모를 일이다.

생명체도 있을까? 일부 천문학자는 프록시마-비가 지구처럼 딱딱한 땅덩어리이며 얼지 않은 물이 있고 생명체가 발생할 대기 조건도 갖춘 것으로 추정되기에 생명체도 존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편다. 다른 천문학자는 그곳이 강한 우주 방사선에 노출돼 전자기기를 쓰기 어렵고 사람에게도 해로운 혹독한 환경일 거라고 추정한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 ‘프록시마-비’라는 이름은 앞으로도 과학 뉴스뿐 아니라 영화, 소설 같은 대중문화에서도 자주 등장할 듯하다.

많은 외계 행성의 존재는 지구가 무수한 행성 중 하나임을 말해준다. 거꾸로, 지구처럼 온화한 행성을 찾기가 어려움을 보여준다. 적어도 지금까지 행성 관측 범위 안의 우주 공간에서 지구는 특별한 존재임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약간 씁쓸한 모습도 있다. 프록시마-비가 ‘이주 후보 1순위’로 불리는 것은 그만큼 우리 지구가 환경 오염, 에너지 위기, 테러와 전쟁 같은 불안하고 위험한 미래로 치닫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건 아닐까. 아름다운 푸른 점, 지구 행성에 부디 안식과 평화가 깃들길.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