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완전히 정복한다면
모든 사람이 복종하여
부딪히는 게 없으니 정말 재미없을 테지.
저항하지 않는, 인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눈 흘김조차 가치가 없어
존재조차 의심스럽지 않은가?
누가 더 잔인한가를 경쟁하는 인간 역사에서
누가 더 인간을 초월하는가는 동물성을 넘어
최후의 침묵으로 가고나면
적멸보궁(寂滅宝宮)이란
진리의 깨달았다는 오만이 아니라
무한한 우주에 대한 두려움일 테지.
그래서 석가모니는 존재가 아니라
비존재인데 누가 비존재를 아는가?
그래서 하느님의 아들은 비존재인데,
생존을 위하여 머리를 조아리는데
황제의 머릿속은 빈첩(嬪妾) 뿐이고,
끝까지 따라붙은 육체적 욕망인데
피어오르는 망상과 기만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