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한국전쟁 (20)

이윤진이카루스 2018. 3. 28. 00:43

한국전쟁 (20)

 

승전도 아니고 패전도 아니며 종전도 아닌 휴전 후

온전한 건물이란 초가집이나 볼품없는 건물뿐이고

많은 산골짜기에는 뿜어져 나온 개울물을 건너는

다리도 많았는데 그 밑에 움막을 치고 살던 사람은

더러운 판자에서 삐져나온 누더기 이불을 덮고 잤겠지.

 

모두가 목숨에 풀칠하는 것에 매달려 있던 시절에

다리 밑의 사람은 깡통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가지만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널린 땅에서

누가 누구를 동냥하는지 알 수 없기도 했지.

 

,

나는 기억하지 그 시뻘건 김치물이 든 깡통 밥을.

그들과 나의 차이점이라면 나는 죽고자 했을 뿐

비겁하게라도 살아남아 이 세상에 복수했던 사람들은

투박한 손바닥을 훈장처럼 지니고 손자들을 안았는데

먹물들은 건설인부의 낡은 구두도 외면하고

체면이 아니면, 안일이 아니면 죽으리라고?

 

제 식구도 챙기지 못하는 놈이 아내를 맞아

새끼를 까는 행각을 그저 본능으로 치부하고

아니면 판도라의 상자에는 희망만 솟았다고

자위하는 동물이라고 그대는 환호하는가?

 

한국인들이 이탈리아인들을 닮았다는 주장은

마구 떠벌이는 현상을 말할 텐데 그게

진짜 민주주의가 아닌 소박한 민주주의지.

말이 좋아서 소박하다이지 원래 철없다는 말로

아직도 국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꼴이니

반만년 역사니 환단고기니 신화일 뿐

거짓말인데 영화로 만들면 대박이어서

겁주고 얄궂은 교미 모습 보여주며 전쟁은 잊으시고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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