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험한 얼굴로 노려보다가 조금 풀어지더니‘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거야
―지난날 박정희 대통령에게 마음속으로 섭섭한 것 없었습니까?"나도 인간이니까 섭섭한 것 많지요. 예를 들어 내가 만든 정보국 요원들이 와서 우리 집 네 귀퉁이에서 24시간 감시를 해요. 내가 참다못해 박 대통령에게 가서 '각하 저를 의심하십니까. 제가 나세르고 각하가 나기브다,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까' 하고 소리를 질렀죠. '제가 반역할 것으로 봅니까. 무슨 감시를 시킵니까. 섭섭합니다' 했죠. 박 대통령이 험한 얼굴로 나를 이렇게 보다가 조금 풀어지더니 '어이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는 거예요. …허허허."
- ▲ 5·16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모처럼 맞은 망중한(忙中閑). 해변 휴양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상의를 벗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오른쪽)이 왼팔을 들어올려 뭔가를 설명하자 김종필 중앙정보부 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환한 미소로 듣고 있다.
―박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네요. 둘러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요, 그분은 솔직하잖아요."
―5·16 때부터 박 대통령이 김 전 총리를 어떻게 불렀습니까.
"지금까지 라디오나 TV를 보면 '종필아―' 그랬다는데, 이름 그대로 부르는 일은 절대 없었어요. 당의장, 의장 같은 직책이나 '임자' 이렇게 불렀지."
―우리 전통에도 조카사위한테 말 놓는 법은 없었지요.
"그래요. 그런데 방송에서 '어이 종필이' 한단 말이야. 에이 고약한…."
―예의를 갖췄군요.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그렇게 함부로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