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모두 혁명을 꿈꾼다

이윤진이카루스 2021. 6. 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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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혁명을 꿈꾼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물질뿐이라고

인간정신조차도 머릿속에 있는 물질이어서

유물론을 안고 가겠지.

 

찰나에 지나가는 삶이라서,

유위(有爲)는 미리 계획된 것이라서

다만 정신만 남는다면

유심론을 환영하겠지.

 

두 가지를 모두 취하면

2차원의 세상에서 사는데

거기서 전개되는 3, 4차원... 세상이라니

끝도 없는 행렬을 따라가네.

 

이념은 끈 떨어진 연처럼 허공에서 헤매다가

추락하겠지만 남기려는 게 무엇인지...

가슴에 사랑을 품으면서도 흥분하지 않으면

합리성에 닿을 수 있겠지.

하지만

얼마나 험난하고 먼 길을 가야 삶의 빛을

볼 수 있겠는가?

 

프랑스 혁명은 로베스피에르의 손에 피를 묻히고

열정을 쫓던 스페인 정복자들은 아메리카에서

마구 무기를 휘둘렀지.

 

후기:

이념적 혁명은 합리성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합리성을 해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념적 혁명은 흔히 지식적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 이념적 혁명이 과학적 혁명과 연관될지라도 이념적 혁명은 고도로 비이성적인 특징을 지닐 것이어서 의식적으로 전통과 단절될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혁명은 아무리 근본적일지라도 실제로 전통과 단절될 수 없는데 왜냐하면 그 혁명은 자체보다 앞선 혁명들을 틀림없이 보전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학적 혁명들이 합리적인 이유이다. 이것으로 나는 물론,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과학자들이 전적으로 이성적인 존재들이라거나 그런 존재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여기서 과학적 혁명의 합리성을 논증하고 있었을지라도 내가 추측하는 바는, 개별 과학자들이 불편부당하고 편견이 없다는 의미에서 객관적 및 합리적이 될 터이라면 우리는 틀림없이 정말로 제거될 수 없는 장애물에 의하여 막힌 혁명적인 과학의 진보를 발견할 것이라는 점이다.

ㅡ 칼 포퍼(Karl Popper), ‘이론구조의 신화, 과학과 합리성을 옹호하여(The Myth of the Framework, in defence of science and rationality)’, 루틀리쥐 출판사, 1996, 22쪽 ㅡ

 

The ideological revolution may serve rationality or it may undermine it. But it is often nothing but an intellectual fashion. Even if it is linked to a scientific revolution it may be of a highly irrational character, and it may consciously break with tradition.

But a scientific revolution, however radical, cannot really break with tradition, since it must preserve the success of its predecessors. This is why scientific revolutions are rational. By this I do not mean, of course, that the great scientists who make the revolution are, or ought to be, wholly rational beings. On the contrary: although I have been arguing here for the rationality of scientific revolutions, my guess is that should individual scientists ever become 'objective and rational' in the sense of 'impartial and detached', then we should indeed find the revolutionary progress of science barred by an impenetrable obsta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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