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음모론은 왜 실패하는가
전통론은 틀림없이 사회학적 이론인데 왜냐하면 전통이 명백하게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언급하는데 왜냐하면 내가 여러분과 이론적 사회과학들의 과제를 간단하게 토론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과제는 흔히 오해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회과학의 핵심적 과제인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매우 많은 합리주의자들이 믿는 이론을 ㅡ 사회과학들의 진정한 목표를 정확하게 반대로 의미하는 이론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ㅡ 나는 기술함에 의하여 시작하고 싶다. 나는 이 이론을 ‘사회 음모론(conspiracy theory of society)’으로 지칭하겠다. 이 이론은, 유신론(theism: 有神論)의 대부분의 형태보다 더 원시적인데, 호메로스(Homer)의 사회이론과 닮았다. 호메로스(Homer)는 트로이 앞의 평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올림포스 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음모의 반영일 따름인 방식으로 제신(諸神)의 힘을 상상하였다. 사회 음모론은 이 유신론의 각색본, 그 변덕과 의지가 모든 것을 다스리는 제신(諸神)에 대한 믿음을 각색한 것일 뿐이다. 그 이론은 신을 버리고 그 다음에 이렇게 질문하는 데서 유래한다: ‘누가 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신의 자리는 그래서 다양한 권력자들과 권력 단체들에 의하여 채워진다 ㅡ 그 권력 단체들은 흉악한 압력 단체들로 우리가 고통을 당하는 대공황과 모든 악행을 계획한 것에 대하여 비난을 받아야 한다.
사회 음모론은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그 안에는 진리가 없다. 음모 이론가들이 권력을 차지할 때만 그 이론은 실제로 발생하는 것들을 (내가 ‘오이디푸스 효과[Oedipus effect]’라고 지칭한 것의 경우) 설명하는 이론과 같은 것이 된다. 예를 들어 히틀러가 권좌를 차지했을 때, 시온의 지도 장로(Learned Elders of Zion)의 음모 신화를 믿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역모(逆謀)로써 유태인 장로들의 음모를 제압하려고 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일은 그런 음모가 의도된 방식대로 드러나는 적이 없다는 ㅡ 혹은 ‘거의 없다’는 ㅡ 것이다.
이 언급은 사회 이론의 진정한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실마리로서 수용될 수 있다. 히틀러는 음모를 꾸몄다가 실패했다고 나는 말했다. 왜 그 음모가 실패했을까? 다른 사람들이 히틀러에 대항하여 음모를 꾸몄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음모는 실패했는데 단지 왜냐하면 어떤 것도 정확하게 의도된 대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회생활에 관하여 두드러진 일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태는 항상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사회생활에서 우리가 만들어내고 싶은 효과를 우리가 정확하게 만들어 내는 적이 거의 없어서, 우리는 원하지 않는 부수적 사태에 통상적으로 직면한다. 물론 우리는 특정 목표들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지만, 이 목표들과 (우리가 실제로 성취할 혹은 성취하지 않을) 별도로 항상 우리 행동과 관련된 어떤 원치 않는 결과들이 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이 원치 않는 결과들은 제거될 수 없다. 그 결과들이 제거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사회 이론의 주요 과제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매우 간단한 사례를 들겠다. 작은 마을에 있는 사람이 집을 팔아야 한다고 말하자. 얼마 전에 자신이 집 한 채가 급히 필요했기 때문에 그 마을에서 집을 산 사람이 있었다. 이제 집을 팔려는 사람이 있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평범한 상황 하에서, 구매자가 유사한 집을 구매하기를 원했을 때 지불해야 한 금액에 가깝게 자신의 집 판매값을 받지 못할 것임을 발견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집을 팔고자 한다는 바로 그 사실로 인하여 시장가격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일반적으로 그러하다. 무엇인가를 팔고자 원하는 사람으로 인하여 자신이 팔고자 원하는 것의 시장가격이 항상 떨어진다; 어떤 것을 구매하고자 원하는 모든 사람으로 인하여 그들이 구매하고자 원한 것의 시장가격이 올라간다. 이것은 물론, 소규모의 자유시장에만 해당한다. 나는 자유시장들의 경제체제가 또 다른 경제체제에 의하여 갈음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이것은 발생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팔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통상적으로 시장가격을 낮추려는 의도가 없고, 무엇인가를 구매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시장가격을 올리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여러분은 나와 의견을 같이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원치 않는 결과들에 대한 전형적인 사례를 경험한다.
기술(記述)된 상황은 모든 사회적 상황에 전형적이다. 모든 사회적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실행하는 개인들을 만난다; 어떤 것들을 원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특정 목표를 지닌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이 행동하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여 자신들이 실현하고자 의도하는 목표들을 실현하는 한, 사회과학들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들의 소망들과 목적들이 아마도 사회적으로 예를 들어, 특정 전통들에 의하여 설명될 수 있는지의 문제를 제외하고). 사회과학의 특징적인 문제들은, 의도되지 않은 결과들을, 더욱 특히 우리가 특정 일들을 시행한다면 발생할 원하지 않는 결과들을 알려는 우리의 소망으로부터만 출현한다. 우리는 직접적인 결과들뿐 아니라 이 원치 않는 간접적 결과들 또한 예견하기를 원한다. 왜 우리는 그 결과들을 예견하고 싶어 해야 할까? 우리의 과학적 호기심 때문이거나, 우리가 그 결과들에 대비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능하면, 그 결과들을 대면하여 그 결과들이 너무 위중하게 되는 것을 막고 싶어 할 것이다. (이것은 다시, 행동을 의미하고, 그 행동과 함께 원치 않는 결과들의 추가적 출현을 의미한다.)
나는 사회과학을 미리 마련된 음모론으로써 접근하는 사람들은 그리하여 사회과학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가능성을 스스로 거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유인즉 사회과학의 실제적 과제가 아무도 원치 않는 저것들을 ㅡ 예를 들어, 전쟁이나 경기침체와 같은 것들 ㅡ 설명하는 것인 반면 누가 그것을 원했느냐고 우리가 질문함에 의하여 사회 안에서 실제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그들이 가정하기 때문이다. (레닌의 혁명, 특히 히틀러의 혁명과 히틀러의 전쟁은, 내가 생각하기에 예외이다. 이것들은 정말로 음모들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음모 이론가들이 ㅡ 매우 의미심장하게, 자신들의 음모를 완성하는 데 실패했던 ㅡ 권력을 쥐었다는 사실의 결과들이다.
ㅡ 칼 포퍼. “추측과 논박, 과학적 지식의 성장”, 1989년, 123-125쪽 ㅡ
A theory of tradition must be a sociological theory, because tradition is obviously a social phenomenon. I mention this because I wish briefly to discuss with you the task of the theoretical social sciences. This has often been misunderstood. In order to explain what is, I think, the central task of social science, I should like to begin by describing a theory which is held by very many rationalists - a theory which I think implies exactly the opposite of the true aim of the social sciences. I shall call this theory the 'conspiracy theory of society'. This theory, which is more primitive than most forms of theism, is akin to Homer's theory of society. Homer conceived the power of gods in such a way that whatever happened on the plain before Troy was only a reflection of the various conspiracies on Olympus. The conspiracy theory of society is just a version of this theism, of a belief in gods whose whims and wills rule everything. It comes from abandoning God and then asking: 'Who is in his place?' His place is then filled by various powerful men and groups - sinister pressure groups, who are to be blamed for having planned the great depression and all the evils from which we suffer.
The conspiracy theory of society is very widespread, and has very little truth in it. Only when conspiracy theoreticians come into power does it become something like a theory which accounts for things which actually happen (a case of what I have called the 'Oedipus Effect'). For example, when Hitler came into power, believing in the conspiracy myth of the Learned Elders of Zion, he tried to outdo their conspiracy with his own counter-conspiracy. But the interesting thing is that such a conspiracy never - or 'hardly ever' - turns out in the way that is intended.
This remark can be taken as a clue to what is the true task of a social theory. Hitler, I said, made a conspiracy that failed. Why did it fail? Not just because other people conspired against Hitler. It failed, simply, because it is one of the striking things about social life that nothing ever comes off exactly as intended. Things always turn out a little bit differently. We hardly ever produce in social life precisely the effect that we wish to produce, and we usually get things that we do not want into the bargain. Of course, we act with certain aims in mind, but apart from these aims (which we may or may not really achieve) there are always certain unwanted consequences of our actions; and usually these unwanted consequences cannot be eliminated. To explain why they cannot be eliminated is the major task of social theory.
I will give you a very simple example. Let us say that a man in a small village must sell a house. Not long before there was a man who bought a house in that village because he needed one urgently. Now there is a seller. He will find that, under normal conditions, he will not get nearly as much for his house as the buyer had to pay when he wanted to buy a similar one. That is to say, the very fact that somebody wants to sell his house lowers the market price. And this is generally so. Whoever wants to sell something always depresses the market value of what he wants to sell; whoever wants to buy something raises the market value of what he wants to buy. This is true, of course, only for small free markets. I do not say that the economic system of free markets cannot be replaced by another one. But in a market economy this is what happens. You will agree with me that there is no need to prove that the man who wants to sell something has usually no intention of lowering the market price, and that the man who wants to buy something has no intention of raising it. We have here a typical instance of unwanted consequences.
The situation described is typical of all situations. In all social situations we have individuals who do things; who want things; who have certain aims. In so far as they act in the way in which they want to act, and realize the aims which they intend to realize, no problem arises for the social sciences (except the problem whether their wants and aims can perhaps be socially explained, for example by certain traditions). The characteristic problems of the social sciences arise only out of our wish to know the unintended consequences, and more especially the unwanted consequences which may arise if we do certain things. We wish to foresee not only the direct consequences but also these unwanted indirect consequences. Why should we wish to foresee them? Either because of our scientific curiosity, or because we want to be prepared for them; we may wish, if possible, to meet them and prevent them from becoming too important. (This means, again, action, and with it the creation of further unwanted consequences.)
I think that the people who approach the social sciences with a ready-made conspiracy theory thereby deny themselves the possibility of ever understanding what the task of the social sciences is, for they assume that we can explain practically everything in society by asking who wanted it, whereas the real task of the social sciences is to explain those things which nobody wants - such as, for example, a war, or a depression. (Lenin's revolution, and especially Hitler's revolution and Hitler's war are, I think, exceptions. These were indeed conspiracies. But they were consequences of the fact that conspiracy theoreticians came into power - who, most significantly, failed to consummate their conspirac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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