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와 뉴튼의 천체 역학
철학자가 할 일 중 한 가지 일과, 철학자가 이룬 최고의 업적에 기록될 한 가지 업적은 다른 사람에 의하여 이전에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나 문제 혹은 역설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 수수께끼를 푸는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업적이다. 새로운 문제를 최초로 알아서 이해하는 철학자는 우리의 태만과 자기만족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 철학자는 흄(Hume)이 칸트에게 수행했던 일을 우리에게 수행한다: 그 철학자는 우리의 ‘독단적 수면’으로부터 우리를 깨운다. 그 철학자는 우리 앞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다.
자연과학의 수수께끼를 분명하게 이해했던 최초의 철학자는 칸트였다. 칸트 이전이든 이후든, 자연과학의 수수께끼에 의하여 그렇게 심하게 동요된 철학자를 나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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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방송-대학(the Free Radio-University)을 위한 두 번의 라디오 강좌, 베를린; 1958년, Ratio, 1권, 97-115쪽에 최초로 발표됨.
칸트가 ‘자연과학’을 말할 때 그는 거의 변함없이 아이작 뉴튼(Issac Newton)의 천체 역학을 염두에 두었다. 칸트 자신은 뉴튼의 역학에 중요한 기여를 해서 모든 시대를 통해서 가장 위대한 우주론자 중의 한 명이었다. 칸트의 두 가지 주요 우주론적 저서는 자연의 역사와 천체 이론(Natural History and Theory of the Heavens)과 (1755년)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Metaphysical Foundations of Natural Science)이다 (1786년). 두 가지 주제 모두는 (칸트 자신의 말로) ‘뉴튼의 원리에 따라 다루어진(treated according to Newtonian Principles)’이었다.
이 분야에 조예가 깊은 자신의 동시대인들 거의 모두처럼, 칸트는 뉴튼 천체 역학의 진리를 신뢰했다. 뉴튼 이론이 틀림없이 참이라는 거의 보편적인 믿음은 이해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또한 근거가 확고한 듯이 보였다. 뉴튼 이론보다 나은 이론은 존재한 적도 없고, 뉴튼 이론보다 더 엄격하게 시험된 이론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 뉴튼 이론은, 케플러의 타원 궤도로부터의 모든 행성 궤도의 편차들을 포함하여, 모든 행성의 궤도들뿐 아니라, 그 행성들의 위성 모두의 궤도들을 또한 정확하게 예측했다. 게다가 그 이론의 몇 가지 간단한 원리들에 의하여 천체역학과 지구역학이 동시에 마련되었다.
가능한 가장 간단하고도 분명한 방식으로 ㅡ 그리고 절대적으로 정확하게 ㅡ 우주적 운동법칙을 기술(記述)한, 세상에 대하여 보편적으로 유효한 이론체계가 여기에 나타났다. 그 이론체계의 원리들은 기하학 자체만큼ㅡ 모든 과학의 저 최고 모형인 유클리드(Euclid)의 탁월한 업적처럼 ㅡ 간단하고도 정확했다. 힘의 영향 아래 놓인 질량점들(mass-points)의 운동이론에 (역시 기하학적으로 재현될 수 있었던) 의하여 보완되는 유클리드로 구성되는, 일종의 우주적 기하학을 뉴튼이 정말로 제시했다. 그 기하학은, 시간 개념과 별도로, 오직 본질적으로 새로운 두 가지 개념을 유클리드의 기하학에 추가했다: 질량이나 물질의 질량점(mass-point)이라는 개념, 그리고 훨씬 더 중요한 지향된 힘(a directed force)라는 (뉴튼 이론에 대하여 ‘역학[dynamics]’이라는 명칭이 도출되는 라틴어로는 vis이고 그리스어로는 dynαmis) 개념.
그리하여 우주의, 자연의 과학이 여기 나타났다; 그리고 그 과학은 경험에 근거한 과학이라고 주장되었다. 그 과학은 정확하게 기하학처럼, 연역적 과학이었다. 그러나 뉴튼 자신은 귀납에 의하여 경험으로부터 그 과학의 기능적 원리를 어렵게 얻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뉴튼은 자신이 내놓은 이론의 진리가 특정 관찰-서술들의 진리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튼이 이 관찰-서술들을 정확하게 기술(記述)하지는 않을지라도 행성들의 타원형 운동에 대한 법칙인 케플러의 법칙들을 뉴튼이 틀림없이 언급하고 있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래서 케플러의 법칙들이 관찰-서술들로부터 귀납적으로 도출될 수 있고, 뉴튼의 원리들이 반대로 케플러의 법칙들로부터 완전히 혹은 거의 완전히 도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저명한 물리학자들을 우리는 여전히 발견할 수 있다.
흄(Hume)에 의하여 자극을 받고, 이 주장이 역설적이라고 자신이 인정했던 것은 칸트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였다. 뉴튼의 이론이 관찰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고 상정(想定)하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이전이나 이후 누구보다도 칸트는 더 분명하게 알았다.
ㅡ 칼 포퍼, “추측과 논박, 과학적 지식의 성장”, 1989년, 184-185쪽 ㅡ
One of the things a philosopher may do, and one of those that may rank among his highest achievements, is to see a riddle, a problem, or a paradox, not previously seen by anyone else. This is an even greater achievement than resolving the riddle. The philosopher who first sees and understands a new problem disturbs our laziness and complacency. He does to us what Hume did for Kant: he rouses us from our 'dogmatic slumber'. He opens out a new horizon before us.
The first philosopher clearly to apprehend the riddle of natural science was Kant. I do not know of any philosopher, either before or since, who has been so profoundly stirred by it.
When Kant talked of 'natural science' he almost invariably had Issac Newton's celestial mechanics in mind. Kant himself made important contributions to Newtonian physics and he was one of the greatest cosmologists of all time. His two principal cosmological works are the Natural History and Theory of the Heavens (1755) and the Metaphysical Foundations of Natural Science (1786). Both themes were (in Kant's own words) 'treated according to Newtonian Principles'.
Also of great importance is the Latin Physical Monadology of 1756 in which Kant anticipated the main idea of Boscovič; but in his work of 1786 Kant repudiated the theory of matter propounded in his Monadology.
Two Radio Talks written for the Free Radio-University, Berlin; first published in Ratio, 1, 1958, pp. 97-115.
Like almost all of his contemporaries who were knowledgeable in this field, Kant believed in the truth of Newton's celestial mechanics. The almost universal belief that Newton's theory must be true was not only understandable but seemed to be well-founded. Never had there been a better theory, nor one more severely tested. Newton's theory not only accurately predicted the orbits of all the planets, including their deviations from Kepler's ellipses, but also the orbits of all their satellites. Moreover, its few simple principles supplied at the same time a celestial mechanics and a terrestrial mechanics.
Here was an universally valid system of the world that described the laws of cosmic motion in the simplest and clearest way possible - and with absolute accuracy. Its principles were as simple and precise as geometry itself - as Euclid's supreme achievement, that unsurpassed model of all science. Newton had indeed propounded a kind of cosmic geometry consisting of Euclid supplemented by a theory (which too could be represented geometrically) of the motion of mass-points under the influence of forces. It added, apart from the concept of time, only two essentially new concepts to Euclidean geometry: the concept of mass or of a material mass-point, and the even more important concept of a directed force (vis in Latin and dynamics in Greek from which the name 'dynamics' for Newton's theory is derived).
Here then was a science of the cosmos, of nature; and, it was claimed, a science based upon experience. It was a deductive science, exactly like geometry. Yet Newton himself asserted that he had wrested its functional principles from experience by induction. In other words, Newton asserted that the truth of his theory could be logically derived from the truth of certain observation-statements. Although he did not describe these observation-statements precisely it is nevertheless clear that he must have been referring to Kepler's laws, the laws of the elliptic motions of the planets. And we can still find prominent physicists who maintain that Kepler's laws can be derived inductively from observation-statements, and that Newton's principles can in turn be derived, entirely or almost entirely, from Kepler's laws.
It was one of Kant's greatest achievements that, roused by Hume, he recognized that this contention was paradoxical. Kant saw more clearly than anyone before or since how absurd it was to assume that Newton's theory could be derived from observ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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