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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뉴튼 그리고 아인슈타인

이윤진이카루스 2023. 6. 1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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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트, 뉴튼 그리고 아인슈타인

 

경험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어, 자연과학과 경험이 조금이라도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칸트는 자신의 경험과 자연과학에 관한 이론(theory of experience and of natural science) 구축했다. 나는 이 이론을 경험에 관한 역설을 해결하려는 진정으로 영웅적인 시도로서 칭찬하지만, 나는 그 이론이 잘못된 질문에 답하여 부분적으로 무관하다고 믿는다. 경험이라는 수수께끼의 위대한 발견자인 칸트는 한 가지 중요한 요점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그의 실수는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것이어서 조금도 그의 찬란한 업적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나는 서둘러 부언한다.

이 실수는 무엇이었던가? 내가 말한 바와 같이, 칸트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나 인식론자들처럼, 뉴튼의 이론이 이라고 확신했다. 이 확신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뉴튼의 이론은 가장 놀랍고 정확한 예측을 내놓았는데, 그 예측 모두가 뚜렷이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오직 무식한 사람만 뉴튼 이론의 진리를 의심할 수 있었다. 칸트의 확신에 대하여 우리가 얼마나 칸트를 비난하지 못할지는, 심지어 칸트 세대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며 철학자로 1차 세계대전 직전에 사망한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é)조차도 칸트처럼 뉴튼의 이론이 참이어서 논박될 수 없다고 믿었던 사실에 의하여 가장 잘 밝혀진다. 푸앵카레는 거의 칸트 자신만큼 강력하게 칸트의 역설을 느꼈던 극소수의 과학자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푸앵카레가 칸트의 해답과 다소 다른 해답을 제시했을지라도, 그의 해답은 칸트가 내놓은 해답의 변형일 뿐이었다. 그러나 요점은 푸앵카레가, 내가 지칭했던 바와 같이, 칸트의 실수를 나누어 가졌다는 것이다. 그 실수는 피할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다시 말해서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실수였다.

심지어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진정으로 획기적인 중요성을 띤 업적이었음을 틀림없이 인정한다. 이유인즉 그의 이론으로 인하여 적어도 뉴튼의 이론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간단하고 확신적인 방식으로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었던 천체 역학의 유일하게 가능한 이론체계가 확실하게 아니라는 것이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2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뉴튼의 이론이 의문시되었다. 뉴튼의 이론은 두 세기 동안, 위험한 독단거의 마비시키는 힘을 띤 독단 되었다. 나는 과학적 근거들을 토대로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심지어 아인슈타인의 적()들도, 아인슈타인을 가장 찬양하는 사람들처럼, 물리학으로부터 뉴튼 이론의 논쟁 불가능한 진리에 대한 마비성 신념을 없앤 데 대하여 틀림없이 감사한다. 아인슈타인 덕분에 우리는 뉴튼 이론을 가설로서 (혹은 가설들의 체계) 아마도 과학사에서 가장 찬란하고 가장 중요한 가설이자, 틀림없이 놀라운 진리 근사치 간주한다.

칸트와 달리, 이제 우리가 뉴튼의 이론을 그 진리가 의심스러운 가설로서 간주한다면, 우리는 칸트가 지녔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렇다면 칸트가 내놓은 해답이 아인슈타인 이후의 새로운 문제 언명에 맞지 않는다는 것과, 따라서 그 해답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 문제에 대한 칸트의 해답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은 세상은 우리 자신이 발명하는 이론에 비추어 우리가 관찰 가능한 사실들을 해석하는 것이라고 상정(想定)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옳다. 칸트가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리의 지성은 지성의 법칙들을 자연으로부터 도출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법칙들을 자연에 부과한다.’ 내가 칸트의 이 언명을 본질적으로 옳다고 간주하는 반면, 나는 그 언명이 다소 너무 본질적이라고 느껴서 다음과 같이 수정된 형태로 표현하고 싶다: ‘우리의 지성은 그 지성의 법칙을 자연으로부터 도출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정도들의 성공을 이룩하면서 우리의 지성이 자유롭게 발명하는 법칙들을 자연에 부과한다.’ 차이점은 이렇다. 칸트의 언명은 우리의 이성이 자연에 법칙들을 부과하려고 시도함뿐 아니라, 우리의 이성이 이것에서 변함없이 성공적임을 또한 의미한다. 이유인즉 뉴튼 이론이 우리에 의하여 자연에 성공적으로 부과된다고 칸트가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법칙들에 의하여 자연을 해석하기 마련이라고 칸트가 믿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칸트는 그 법칙들이 틀림없이 선험적으로 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칸트가 이 문제들을 보았던 방식이다; 그리고 푸앵카레는 유사한 방식으로 그 문제들을 보았다.

그러나 아이슈타인 이래 매우 다양한 이론들과 매우 다양한 해석들이 또한 가능하고, 그 이론들이 심지어 뉴튼 이론보다 우수할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리하여 이성(理性)은 한 가지 이상의 해석을 할 수 있다. 또한 이성은 자체의 해석을 한 번만 최종적으로 자연에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성은 시행착오로써 작동한다. 우리의 신화(神話)들과 우리들의 이론들을 창안해서 우리는 그것들을 철저히 시험한다: 우리는 그것들이 얼마나 적합한지를 알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이론들을 개선한다. 더 훌륭한 이론은 더 큰 설명력을 지닌 이론이다: 더 많이 설명하는 이론;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이론;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나은 예측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

뉴튼 이론의 독특함과 진리를 설명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칸트가 믿었기 때문에, 그 이론이 우리의 이해 법칙들로부터 불가피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드시 귀결된다는 믿음에 이르렀다. 내가 제시하는 칸트의 해답에 대한 수정으로 인하여, 아인슈타인적 전환에 따라서, 이 강박으로부터 우리가 해방된다. 이런 방식으로 이론들은 거의 시적(詩的) 직관의, 자연법칙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의, 결과인 우리 정신의 자유로운 창조물로 알려진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창조물을 자연에 부과하려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다. 반대로 칸트가 우리에게 가르친 바와 같이, 우리는 자연을 심문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우리 이론의 진리에 대하여 부정적 답변을 도출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우리가 생성한 이론들을 증명하거나 검증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 이론들을 논박하기 위하여 그 이론들을 반증하거나 오류판정하려고 시도함에 의하여 그 이론들을 시험한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이론적 창조물들의 자유와 대담함은 자기-비판에 의하여, 그리고 우리가 고안할 수 있는 최고로 엄격한 시험에 의하여 통제되고 순화될 수 있다. 과학적 엄격성과 논리에 의하여 경험과학이 시작되는 것은 여기, 시험이라는 우리의 비판적 시험 방법들을 통해서이다.

칼 포퍼, “추측과 논박, 과학적 지식의 성장”, 1989, 190-192

 

In order to solve the riddle of experience, and to explain how natural science and experience are at all possible, Kant constructed his theory of experience and of natural science. I admire this theory as a truly heroic attempt to solve the paradox of experience, yet I believe that it answers a false question, and hence that it is in part irrelevant. Kant, the great discoverer of the riddle of experience, was in error about one important point. But his error, I hasten to add, was quite unavoidable, and it detracts in no way from his magnificent achievement.

What was this error? As I have said, Kant, like almost all philosophers and epistemologists right into the twentieth century, was convinced that Newton's theory was true. This conviction was inescapable. Newton's theory had made the most astonishing and exact predictions, all of which had proved strikingly correct. Only ignorant men could doubt its truth. How little we may reproach Kant for his belief is best shown by the fact that even Henri Poincaré, the greatest mathematician, physicist and philosopher of his generation, who died shortly before the First World War, believed like Kant that Newton's theory was true and irrefutable. Poincaré was one of the few scientists who felt about Kant's paradox almost as strongly as Kant himself; and though he proposed a solution which differed somewhat from Kant's, it was only a variant of it. The important point, however, is that he fully shared Kant's error, as I have called it. It was an unavoidable error - unavoidable, that is, before Einstein.

Even those who do not accept Einstein's theory of gravitation ought to admit that his was an achievement of truly epoch-making significance. For his theory established at least that Newton's theory, no matter whether true or false, was certainly not the only possible system of celestial mechanics that could explain the phenomena in a simple and convincing way. For the first time in more than 200 years Newton's theory became problematical. It had become, during these two centuries, a dangerous dogma - a dogma of almost stupefying power. I have no objection to those who oppose Einstein's theory on scientific grounds. But even Einstein's opponents, like his greatest admirers, ought to be grateful to him for having freed physics of the paralysing belief in the incontestable truth of Newton's theory. Thanks to Einstein we now look upon this theory as a hypothesis (or a system of hypothesis) - perhaps the most magnificent and the most important hypothesis in the history of science, and certainly an astonishing approximation to the truth.󰊘

Now if, unlike Kant, we consider Newton's theory as a hypothesis whose truth is problematic, then we must radically alter Kant's problem. No wonder then that his solution no longer suits the new post-Einsteinian formulation of the problem, and that it must be amended accordingly.

Kant's solution of the problem is well known. He assumed, correctly I think, that the world as we know it is our interpretation of the observable facts in the light of theories that we ourselves invent. As Kant puts it: 'Our intellect does not draw its laws from nature... but imposes them upon nature.' While I regard this formulation of Kant's as essentially correct, I feel that it is a little too radical, and I should therefore like to put it in the following modified form: 'Our intellect does not draw its laws from nature, but tries - with varying degrees of success - to impose upon nature laws which it freely invents.' The difference is this. Kant's formulation not only implies that our reason attempts to impose laws upon nature, but also that it is invariably successful in this. For Kant believed that Newton's laws were successfully imposed upon nature by us: that we were bound to interpret nature by means of these laws; from which he concluded that they must be true a priori. This is how Kant saw these matters; and Poincaré saw them in a similar way.

Yet we know since Einstein that very different theories and very

 

󰊘 See Einstein's own formulation in his Herbert Spencer lecture 'On the Method of Theoretical Physics', 1933, P. 11, where he writes: 'It was the general Theory of Relativity which showed... that it was possible for us, using basic principles, very far removed from those of Newton, to do justice to the entire range of the data of experience...'

 

different interpretations are also possible, and that they may even be superior to Newton's. Thus reason is capable of more than one interpretation. Nor can it impose its interpretation upon nature once and for all time. Reason works by trial and error. We invent our myths and our theories and we try them out: we try to see how far they take us. And we improve our theories if we can. The better theory is the one that has the greater explanatory power: that explains more; that explains with greater precision; and that allows us to make better predictions.

Since Kant believed that it was our task to explain the uniqueness and the truth of Newton's theory, he was led to the belief that this theory followed inescapably and with logical necessity from the laws of our understanding. The modification of Kant's solution which I propose, in accordance with the Einsteinian revolution, frees us from this compulsion. In this way, theories are seen to be the free creation of our own minds, the result of an almost poetic intuition, of an attempt to understand intuitively the laws of nature. But we no longer try to force our creations upon nature. On the contrary, we question nature, as Kant taught us to do; and we try to elicit from her negative answers concerning the truth of our theories: we do not try to prove or to verify them, but we test them by trying to disprove or to falsify them to refute them.

In this way the freedom and boldness of our theoretical creations can be controlled and tempered by self-criticism, and by the severest tests we can design. It is here, through our critical methods of testing, that scientific rigour and logic enter into empirical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