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는 허구다
그러나 민족주의적 신념도 동등하게 터무니없다. 나는 여기서 히틀러의 인종적 신화(神話)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오히려, 소위 인간이 지녔다는 천부적 권리이다 ㅡ 소위 민족의 자결권이다. 심지어 마사리크(Mararyk)같이 훌륭한 인도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도 이 황당함을 인간의 천부적 인권의 하나로서 지지할 수 있었다는 것 때문에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으로 인하여 철학자 왕들의 지혜에 대한 사람의 신념이 충분히 흔들리며, 우리가 선량하지만 어리석다기보다는 영리하지만 사악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숙고해야 한다. 이유인즉 민족자결주의라는 원칙을 잠시 노력하여 비판하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그 원칙의 철저한 부조리가 틀림없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 원칙은 각각의 국가가 민족-국가여야 한다는 요건에 해당한다: 각각의 국가는 자연적인 국경 안에 국한되어야 하며, 이 국경은 민족 무리의 위치와 일치해야 한다는 요건에 해당한다; 그리하여 국가의 자연적인 경계를 결정하여 보호해야 하는 것은 인종 무리인 ‘민족’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민족-국가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슬란드도 ㅡ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예외 ㅡ 이 규칙에 표면적일 예외일 따름이다. 이유인즉 아이슬란드의 경계가 인종 무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북대서양에 의하여 ㅡ 그 경계가 아이슬란드 민족에 의해서가 아니라 북대서양조약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ㅡ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족주의자들이 꿈꾸는 ‘민족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민족-국가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적인 국경이 있는 나라 안에서 오랫동안 정착한 동질적 인종 무리들은 없거나 거의 없다. 인종적 무리들과 언어적 무리들은 (방언들도 흔히 언어적 장애물에 해당한다) 도처에서 밀접하게 뒤섞여있다. 마사리크의 체코슬로바키아는 민족-자결의 원칙에 근거하여 건국되었다. 그러나 체코슬로바키아가 건국되자마자,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이 원칙의 이름으로 체코인들의 지배로부터 자유를 요구했다; 그래서 결국 체코슬로바키아는 동일한 원칙의 이름으로 그 국가의 독일인 소수에 의하여 파괴되었다. 새로운 국가의 국경을 결정하는 데 민족자결의 원칙이 적용된 실제로 모든 경우에서 유사한 상황들이 발생했다: 아일랜드에서, 인도에서, 이스라엘에서, 유고슬라비아에서 발생했다. 도처에 인종적 소수들이 있다. 합당한 목표는 그 소수들 모두를 ‘해방시키는’ 것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목표는 그 소수들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민족 무리들에 대한 압제는 커다란 악이다; 그러나 민족자결은 온당한 처방이 아니다. 게다가 영국, 미국, 캐나다, 스위스는 여러 면에서 민족성 원칙을 위반하는 국가들에 대한 네 가지 명백한 사례들이다. 그 국가들은 국경이 하나의 정착 무리에 의하여 결정되도록 하는 대신, 각 국가들은 다양한 인종 무리들을 연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므로 그 문제는 해결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모든 명백한 사실들에 직면해서도 민족자결의 원칙은 계속해서 우리들의 도덕적 신념의 한 조항으로서 널리 수용된다; 게다가 그 원칙은 본격적으로 도전을 받지도 않는다. 어느 키프로스 사람이 최근, 더 타임즈(The Times)에 보낸 편지에서 이 원칙에 호소하였다. 그는 그 원칙을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도덕성의 원리로서 기술(記述)하였다. 이 원칙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신성한 인간의 가치들과 인간의 천부 인권을 (분명히 심지어 의견을 달리하는 자기들 자신의 동포들을 테러할 때도) 옹호하고 있었다고 그는 자랑스럽게 주장했다. 이 편지가 키프로스의 소수인종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 편지가 공표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주제에 관하여 길게 계속된 편지들에서 그 편지의 도덕적 교설이 철저히 답변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은 나의 첫 번째 논지를 증명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정말로, 사악함 때문이라기보다는 도덕적으로 옳다는 어리석음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것이 내가 보기에 가능하다.
민족주의적 종교는 강력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종교가 도덕적으로 훌륭하고 실제로 참이라고 굳건히 믿기에, 그 종교를 위하여 순교할 각오를 한다. 그러나 그들은 틀렸다; 자신들의 동료인 공산주의자들만큼 틀렸다. 민족성 원칙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보다 더 많은 증오와 잔혹 및 무의미한 고통을 초래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이 민족 압제라는 고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직도 널리 믿어진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아무런 의심 없이 이 원칙이 여전히 수용되는 ㅡ 심지어 그들의 정치적 관심사가 명백하게 그 원칙과 반대가 되는 사람들의 의해서도 ㅡ 거의-만장일치를 바라볼 때 나의 낙관론이 다소 흔들림을 나는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소위 이 도덕적 원칙의 황당함과 잔혹함이 어느 날 사고하는 모든 사람들에 의하여 인식될 것이라는 희망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ㅡ 칼 포퍼, “추측과 논박, 과학적 지식의 성장”, 1989년, 367-369쪽 ㅡ
But the nationalist faith is equally absurd. I am not alluding here to Hitler's racial myth. What I have in mind is, rather, an alleged natural right of man - the alleged right of a nation to self-determination. That even a great humanitarian and liberal like Masaryk could uphold this absurdity as one of the natural rights of man in a sobering thought. It suffices to shake one's faith in the wisdom of philosopher kings, and it should be contemplated by all who think that we are clever but wicked rathe than good but stupid. For the utter absurdity of the principle of national self-determination must be plain to anybody who devotes a moment's effort to criticizing it. The principle amounts to the demand that each state should be a nation-state: that it should be confined within a natural border, and that this border should coincide with the location of an ethnic group; so that it should be the ethnic group, the 'nation', which should determine and protect the natural limits of the state.
But nation-states of this kind do not exist. Even Iceland - the only exception I can think of - is only an apparent exception to this rule. For its limits are determined, not by its ethnic group, but by the North Atlantic - just as they are protected, not by the Icelandic nation, but by the North Atlantic Treaty. Nation-states do not exist, simply because the so-called 'nations' or 'peoples' of which the nationalists dream do not exist. There are not, or hardly any, homogeneous ethnic groups long settled in countries with natural borders. Ethnic and linguistic groups (dialects often amount to linguistic barriers) are closely intermingled everywhere. Masaryk's Czechoslovakia was founded upon the principle of national self-determination. But as soon as it was founded, the Slovaks demanded, in the name of this principle, to be free from Czech domination; and ultimately it was destroyed by its German minority, in the name of the same principle. Similar situations have arisen in practically every case in which the principle of national self-determination has been applied to fixing the borders of a new state: in Ireland, in India, in Israel, in Yugoslavia. There are ethnic minorities everywhere. The proper aim cannot be to 'liberate' all of them; rather, it must be to protect all of them. The oppression of national groups is a great evil; but national self-determination is not a feasible remedy. Moreover, Britain, the United States, Canada, and Switzerland, are four obvious examples of states which in many ways violate the nationality principle. Instead of having its borders determined by one settled group, each of them has managed to unite a variety of ethnic groups. So the problem does not seem insoluble.
Yet, in the face of all these obvious facts, the principle of national self-determination continues to be widely accepted as an article of our moral faith; and it is rarely challenged outright. A Cypriot appealed recently, in a letter to The Times, to this principle. He described it as a universally accepted principle of morality. The defenders of this principle, he proudly claimed, were defending the sacred human values and the natural rights of man (apparently even when terrorizing their own dissenting countrymen). The fact that this letter did not mention the ethnic minority of Cyprus; the fact that it was printed; and the fact that its moral doctrines remained completely unanswered in a long sequence of letters on this subject, all go a long way towards proving my first thesis. Indeed, it seems to me possible that more people are killed out of righteous stupidity than out of wickedness.
The nationalist religion is strong. Many are ready to die for it, fervently believing that it is morally good, and factually true. But they are mistaken; just as mistaken as their communist bedfellows. Few creeds have created more hatred, cruelty, and senseless suffering than the belief in the righteousness of the nationality principle; and yet it is still widely believed that this principle will help to alleviate the misery of national oppression. My optimism is a little shaken, I admit, when I look at the near-unanimity with which this principle is still accepted, even today, without any hesitation, without any doubt - even by those whose political interests are clearly opposed to it. But I refuse to abandon the hope that the absurdity and cruelty of this alleged moral principle will one day be recognized by all thinking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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