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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악한가, 어리석은가

이윤진이카루스 2023. 10. 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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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악한가, 어리석은가?

 

러셀은 내가 반박하고 싶은 신조를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우리의 지적(知的) 발달이 우리의 도덕적 발달을 능가한다고 불평했다.

러셀에 따르면 우리는 매우 영리해졌는데, 정말로 너무 영리해졌다. 텔레비전, 고속 로켓, 원자폭탄 혹은 여러분이 원한다면 수소폭탄을 포함하여 우리는 탁월한 장치들을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닌 엄청난 지적(知的) 능력을 이용할 기회를 유일하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도덕적 및 정치적 성장 및 성숙을 우리는 이룩할 수는 없었다. 이것이 우리가 치명적인 위험에 빠져있는 우리 자신을 이제 발견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지닌 사악한 민족적 자존심으로 인하여 우리는 제때에 세계-국가를 탄생시킬 수 없었다.

이 견해를 요약한다: 우리는 영리하다, 아마도 너무 영리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악하기도 하다; 그리고 영리함과 사악함의 이 혼재가 우리가 겪는 고통의 기저에 놓여있다.

이것에 반대하여, 나는 정확하게 반대가 되는 것을 주장하겠다. 나의 첫 번째 논지는 이렇다.

우리는 선량하다, 아마도 다소 너무 선량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소 어리석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겪는 고통의 기저에 놓여 있는 것은 이 선량함과 어리석음의 혼재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내가 우리라는 단어를 이 논지에서 사용할 때, 내가 나 자신을 포함한다는 것을 강조해야겠다.

여러분은 왜 나의 첫 번째 논지가 낙관적 견해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지를 나에게 아마도 물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한 가지 이유는 사악함이 제한된 정도의 어리석음보다 대처하기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다지 영리하지 못한 선량한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배우기를 매우 열망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절망적으로 어리석다고 내가 생각하지 않으며, 우리가 절망적으로 어리석지 않다는 것이 확실히 낙관적 견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못된 것은 우리가 매우 쉽게 우리 자신을 오도한다는 것과, 그래서 새뮤얼 버틀러(Samuel Butler)에레혼(Erewhon)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맹종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들 중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도록 여러분이 허용하기를 나는 희망한다: ‘... 에레혼 사람들은 쉽게 맹종하는 순종적이고 오랫동안 고통을 당한 사람들이어서, 그들의 현존 제도가 가장 엄격한 도덕적 원칙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설득함에 의하여... 그들을 넋을 앗아가는 철학자가 그들 가운데서 출현할 때 재빨리 논리의 제단에 상식을 갖다 바치는 것이... 알려질 것이다라고 버틀러는 서술한다.

나의 첫 번째 논지는, 버트런드 러셀과 같은 권위자에게 직접적으로 반대가 될지라도, 결코 독창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여러분을 안다. 새뮤얼 버틀러가 유사한 노선들을 따라서 생각했던 듯하다.

이 논지에 대한 버틀러의 언명과 나 자신의 언명은 형태에서 다소 경박하다. 그러나 그 논지는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더 진지하게 표현될 것이다.

우리시대의 주요 고통들은 그리고 우리가 고통스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나는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의 도덕적 사악함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우리가 지닌 흔히 오도되는 도덕적 열정에 기인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향상시키려는 우리의 고민에 기인한다. 우리들이 벌이는 전쟁들은 근본적으로 종교전쟁들이다; 그 전쟁들은 나은 세상을 설립하는 방법에 대하여 상충하는 이론들이 벌이는 전쟁이다. 그리고 우리의 도덕적 열정이 흔히 오도되는데 왜냐하면 분명히 과도하게 단순한 우리의 도덕적 원칙들을 우리가 그 원칙들을 적용해야 한다고 느끼는 복잡한 인간적 및 정치적 상황에 적용하기가 흔히 어렵다는 것을 우리가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분이 나의 논지나 버틀러의 논지에 즉시 동의하리라고 물론 기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분이 버틀러의 논지에 동조할지라도, 나의 논지에 동조할 것 같지 않다. 버틀러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이었다고 아마도 여러분은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악함의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견해를 내가 어떻게 지닐 수 있을까? 나는 히틀러와 스탈린을 잊은 것일까? 나는 잊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히틀러와 스탈린이 나 자신에게 과도한 인상을 남기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황을 파악하고 낙관론자로 남는다. 그들과 그들의 측근 조력자들은 이런 환경에서 제외될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거대한 독재자들이 매우 많은 추종자들 거느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의 첫 번째 논지나 혹은, 여러분이 선호한다면 버틀러의 논지가 그 독재자들의 추종자들 대부분에게 정말로 적용된다고 나는 주장한다. 히틀러와 스탈린을 따랐던 사람들 대부분은, 버틀러의 표현을 빌려서, 자신들이 맹종한다는 바로 그 이유로 독재자들을 추종했다. 거대한 독재자들은 모든 종류의 두려움과 희망, 편견과 선망 그리고 심지어 증오도 정말로 이용했다고 인정된다. 그러나 그들의 주요 매력은 일종의 도덕성에 의심할 바 없이 의심스러운 도덕성 관한 매력이었다. 그 독재자들은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들은 희생을 요구했다. 도덕성에 관한 호소가 얼마나 쉽게 오용될 수 있는지를 알면 참담하다. 그러나 거대한 독재자들이 자신들의 백성에게 자기들이 더 높은 도덕성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고 설득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일 뿐이다.

나의 요점을 예시하기 위하여 나는 여러분에게 1942년에 출판된 괄목할만한 책자를 상기시킬 것이다. 이 책자에서 당시 브래드포드의 주교(the Bishop of Bradford)는 자신이 부도덕하고 비기독교적으로서 기술(記述)한 특정 형태의 사회를 공격하고, 그 사회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일이 분명히 악마의 소행일 때,... 그 소행의 파괴를 위하여 노력하지 않아도 교회목사를 면죄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주교의 견해로 악마의 소행이었던 사회는 히틀러의 독일도 스탈린의 러시아도 아니었다; 그 소행은 대서양 공동체라는 자유로운 세계인 우리 자신의 서구사회였다. 게다가 주교는 진정으로 악마적인 스탈린의 체제를 지원하기 위하여 쓰인 책자에서 이 말을 언급했다. 나는 주교의 도덕적 비판이 충정이었다고 전적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도덕적 열정으로 인하여 그의 눈이 멀어서, 그와 같은 많은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었던 사실들을 그는 보지 못했다; 예를 들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스탈린의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보지 못했다.

여기서 그것들이 명백한 사실들일지라도, 사실들에 대한 직시를 전형적으로 거부하는 사례를 여러분이 경험하기에 나는 우려한다; 전형적인 비판 결여의 사례를 여러분이 경험하기에 나는 우려한다; (버틀러의 단어들을 다시 사용하여) ‘맹종하려는전형적인 열의의 사례; 우리의 현존 제도들이 가장 엄격한 도덕적 원칙들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맹종하는 것. 지나치게 많은 선()이 지나치고 적은 합리적 비판과 결합된다면 그 선()이 얼마나 위험하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여러분이 여기서 경험한다.

그러나 그 주교만의 사례가 아니다. 4, 5년 전 스탈린을 최고의 과학자로서 기술(記述)했다고 언급되는 유명한 영국 물리학자에 대한 반박되지 않은 보고서가 프라하에서 와서 더 타임즈(The Times)에 실린 것을 여러분 중 몇 분은 기억할 것이다. 잠시 동안만이라도 스탈린의 사악한 행동에 관한 교설이 공산당 노선 자체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음을 고찰하면 이 유명한 물리학자가 어떻게 말할지를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더 높은 도덕성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출현하면 우리는 얼마나 놀랍게 맹종하기 쉬운지가 이 모든 것으로 인하여 밝혀진다.

스탈린을 신봉하는 사람들로 인하여 오늘날 참담한 광경이 제시된다. 그러나 우리가 기독교의 순교자들을 찬양한다면, 러시아의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는 동안에도 스탈린을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우리는 마음 내키지 않는 찬사마저도 완전히 철회할 수 없다. 그들이 지녔던 믿음은 우리가 나쁘다고 알고 있는 명분에 대한 믿음이었다; 오늘날 심지어 공산당원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철저히 신실하게 그것을 믿었다.

칼 포퍼, “추측과 논박, 과학적 지식의 성장”, 1989, 365-367

 

And so I begin with a challenge. I will challenge a certain belief which seems to be widely held, and held in widely different quarters; not only by many Churchmen whose sincerity is beyond doubt, but also by some rationalists such as Bertrand Russell, whom I greatly admire as a man and as a philosopher.

Russell has more than once expressed the belief I wish to challenge. He has complained that our intellectual development has outrun our moral development.

We have become very clever, according to Russell, indeed too clever. We can make lots of wonderful gadgets, including television, high-speed rockets, and an atom bomb, or a thermonuclear bomb, if you prefer. But we have not been able to achieve that moral and political growth and maturity which alone could safely direct and control the uses to which we put our tremendous intellectual powers. This is why we now find ourselves in mortal danger. Our evil national pride has prevented us from achieving the world-state in time.

To put this view in a nutshell: we are clever, perhaps too clever, but we are also wicked; and this mixture of cleverness and wickedness lies at the root of our troubles.

As against this, I shall maintain precisely the opposite. My first thesis is this.

We are good, perhaps a little too good, but we are also a little stupid; and it is this mixture of goodness and stupidity which lies at the root of our troubles.

To avoid misunderstanding, I should stress that when I use the word 'we', in this thesis, I include myself.

You may perhaps ask me why my first thesis should be part of an optimist's view. There are various reasons. One is that wickedness is even more difficult to combat than a limited measure of stupidity, because good men who are not very clever are usually very anxious to learn.

Another reason is that I do not think that we are hopelessly stupid, and this is surely an optimist's view. What is wrong with us is that we so easily mislead ourselves, and that we are so easily 'led by the nose' by others, as Samuel Butler says in Erewhon. I hope you will let me quote from one of my favourite passages: 'It will be seen', Butler writes, '... that the Erewhonians are a meek and long-suffering people, easily led by the nose, and quick to offer up common sense at the shrine of logic, when a philosopher arises among them, who carries them away... by convincing them that their existing institutions are not based on the strictest principles of morality.'

You see that my first thesis, although it is directly opposed to such an authority as Bertrand Russell, is far from original. Samuel Butler seems to have thought along similar lines.

Both Butler's formulation of this thesis and my own are somewhat flippant in form. But the thesis might be put more seriously in this way.

The main troubles of our time - and I do not deny that we live in troubled times - are not due to our moral wickedness, but, on the contrary, to our often misguided moral enthusiasm: to our anxiety to better the world we live in. Our wars are fundamentally religious wars; they are wars between competing theories of how to establish a better world. And our moral enthusiasm is often misguided, because we fail to realize that our moral principles, which are sure to be over-simple, are often difficult to apply to the complex human and political situations to which we feel bound to apply them.

I certainly do not expect you to agree at once, either with my thesis or with Butler's. And even if you sympathize with Butler's, you are hardly likely to sympathize with mine. Butler, you might say, was a Victorian. But how can I hold the view that we do not live in a world of wickedness? Have I forgotten Hitler and Stalin? I have not. But I do not allow myself to be over-impressed by them. In spite of them, and my eyes open, I remain an optimist. They, and their immediate helpers, may be set aside in this context. What is more interesting is the fact that the great dictators had a very large following. But I contend that my first thesis or, if you like, Butler's thesis, does not apply to most of their followers. Most of those who followed Hitler and Stalin did so precisely because, to use Butler's phrase, they were 'easily led by the nose'. Admittedly, the great dictators did appeal to all sorts of fears and hopes, to prejudices and to envy, and even to hatred. But their main appeal was an appeal to a kind of morality - no doubt a dubious morality. They had a message: and they demanded sacrifices. It is sad to see how easily an appeal to morality can be misused. But it is simply a fact that the great dictators were always trying to convince their people that they knew the way to a higher morality.

To illustrate my point, I may remind you of a remarkable pamphlet, published as recently as 1942. In this pamphlet the then Bishop of Bradford attacked a certain form of society which he described as 'immoral' and 'un-Christian', and of which he said: 'when something is so plainly the work of the devil,... nothing can excuse a minister of the Church from working for its destruction'. The society which, in the Bishop's opinion, was the work of the devil was not Hitler's Germany or Stalin's Russia; it was our own Western society, the free world of the Atlantic Community. And the Bishop said these things in a pamphlet which was written in order to support the truly satanic system of Stalin. I am absolutely convinced that the Bishop's moral condemnation was sincere. But moral fervour blinded him, and many like him, to facts which others could easily see; for example, to the fact that countless innocent people were being tortured in Stalin's prisons.

Here, I am afraid, you have an example of a typical refusal to face facts, even if they are obvious facts; of a typical lack of criticism; of a typical readiness to be 'led by the nose' (to use Butler's words again); to be led by the nose by anybody who claims that our 'existing institutions are not based on the strictest principles of morality'. You have here an example of how dangerous goodness can be if too much of it is combined with too little rational criticism.

But the Bishop does not stand alone. Some of you may remember an uncontradicted report from Prague in The Times, about four or five years ago, in which a famous British physicist was said to have described Stalin as the greatest of all scientists. One wonders what this famous physicist will say now that the doctrine of Stalin's satanism has become, if only for the time being, an essential component of the party line itself. It all shows how astonishingly liable we are to be led by the nose if anybody arises who claims to know the way to a higher morality.

The believers in Stalin offers a sad spectacle today. But if we admire the martyrs of Christianity, we cannot completely withhold a reluctant admiration from those who retained their faith in Stalin while being tortured in Russian prisons. Theirs was a faith in a cause we know to be bad; today even party members know it. But they believed in it in all since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