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아카시아
봄이 오기 전
호흡부전으로
세상 뜬 아비의 몸 불태우고
2시간만에 나온 뼈를 빻아
벽제 화장터 옆에 뿌렸다.
혈육이 사망하기 전까지
매일 출퇴근길에서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살점과 뼈가 고온에 녹아내려
마침내 바스러지는 곳이라니,
혐오시설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곳
죽음
누구에게나 갑작스럽듯이
피붙이에게도 그렇게 다가왔다.
불에 태워지기를 원했다지만
어쩔 수 없다고 결정하지 않았던지,
그냥 가보자고 끄떡이지 않았던지.
한바탕 가루가 되어 산속에 버려졌으니
찾아가도 만날 수 없고 만져도 닿지 않는다.
개나리가 피면 삼베옷 입었다고
진달래가 피면 붉은 눈물 흐른다고
그쪽만 바라보아도 눈물 고였다.
오월 녹음이 무섭던 날
아카시아가 산 타고 오르면서
늙어가던 이의 반백머리처럼
명암 섞어 들었다.
노인의 향기
산에 스러져 하늘로 가는가,
땅에 흩어져 공중으로 오르는가?
주검 만지며 미안하다고,
뒤에 남아야 하는 이유 희미하다면
목숨 이어간다는 의미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게 고작이었다.
사라진 분에게
꽃향기 전할 방법 없다.
저세상에도 아카시아 핀다면
왜 떠나야 했겠는가?
아우성치듯 벽제 산 오르는 하얀 꽃
눈앞에 굴절되어 눈물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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