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오월의 아카시아 (수정본)

이윤진이카루스 2025. 3. 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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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아카시아

 

봄이 오기 전

호흡부전으로

세상 뜬 아비의 몸 불태우고

2시간만에 나온 뼈를 빻아

벽제 화장터 옆에 뿌렸다.

 

혈육이 사망하기 전까지

매일 출퇴근길에서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살점과 뼈가 고온에 녹아내려

마침내 바스러지는 곳이라니,

혐오시설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곳

 

죽음

누구에게나 갑작스럽듯이

피붙이에게도 그렇게 다가왔다.

불에 태워지기를 원했다지만

어쩔 수 없다고 결정하지 않았던지,

그냥 가보자고 끄떡이지 않았던지.

 

한바탕 가루가 되어 산속에 버려졌으니

찾아가도 만날 수 없고 만져도 닿지 않는다.

개나리가 피면 삼베옷 입었다고

진달래가 피면 붉은 눈물 흐른다고

그쪽만 바라보아도 눈물 고였다.

 

오월 녹음이 무섭던 날

아카시아가 산 타고 오르면서

늙어가던 이의 반백머리처럼

명암 섞어 들었다.

 

노인의 향기

산에 스러져 하늘로 가는가,

땅에 흩어져 공중으로 오르는가?

 

주검 만지며 미안하다고,

뒤에 남아야 하는 이유 희미하다면

목숨 이어간다는 의미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게 고작이었다.

 

사라진 분에게

꽃향기 전할 방법 없다.

저세상에도 아카시아 핀다면

왜 떠나야 했겠는가?

아우성치듯 벽제 산 오르는 하얀 꽃

눈앞에 굴절되어 눈물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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