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가을 야생화(2)

이윤진이카루스 2025. 12. 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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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야생화(2)

 

가늘지만 억센 줄기

야생화 꺾어

꽃병에 꽂았더니

며칠 지나도 향기 뿜어

눈 온 날

다시 찾은 들꽃

눈과 싸우고 있다.

 

늙은 동물

돌아다니다 넘어지면

뼈 골절되지만

들꽃

바람 불면 흔들릴 뿐

움직이지 않아

줄기 꺾이지 않아요.

 

감나무에

까치 먹이로 남은

홍시

겨울 깊어지면

껍질 단단해지고

단맛은 짙어지듯

들꽃 향기

멀리 떠난다.

 

내년에 돌아오리니

붉은 봄 들꽃 먼저 피고

노란 작은 가을 들꽃

봄 여름 지나

추위 다가오면

억세진 줄기와

짙어진 향기로

돌아오겠지.

 

포도

온대성 식물로

열대지방에서

자라지 못하는데

남태평양 열대 섬에

자라요.

 

포도 줄기

일부 잘라서

심었더니

충격 이겨내고

열대

고향이 되었다.

 

고통 없다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열매 생길까,

고난 없다면

언제 성숙해질까?

 

지독한 독일식 청교도

가정에서 자란 칸트

지식 통한 해방의 길로 갔고

엄마한테 매 맞은 기억뿐인

소년 자라서 역시 그길로.

 

플라톤 동굴 이야기

우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 비극

대원군처럼

외국인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니

거대한 전쟁 왔고

셀 수 없는 주검이 대가.

 

무척 더운 여름

매우 추운 겨울

살아가는 한국인

들꽃 닮아

맵고 짜게 사는데

1894년 구한말

조선 땅 찾은

미국인 헤세-바르텍

정치만 정당하면

거짓말 안 하는 민족

세계에 두각 나타낸다고 예언.

 

수리부엉이

알 부화하여

새끼 태어나면

날 때까지

무조건 먹이 주지만

퍼덕거리기 시작하면

멀리서 먹이로 유혹해

먹이 주지 않고

자기한테 오라고

새끼 부추겨

퍼덕거리며 날아와야

먹이 내놓는

미네르바 지혜 부엉이.

 

살아있어

들꽃 보고 부엉이 보니

나도 퍼덕거리며 날았는데

새끼 훈련

제대로 시켰을까?

 

미국 억만장자 딸

온통 보호 속에서 자라

무엇이든 손대면

세균 옮는다고

바깥출입도 삼가

죄수처럼 살았다.

 

() 지키기만 하면

승리할 수 없어

바람에 흔들리고

눈송이 맞으며

가야 할 길 가는데

무기 없으면

패배 보나 마나니

무장해제 평화주의 순진하고

존 레논

이매진 노래하다

총에 맞다니.

 

강인한 야생화

현명한 부엉이

수많은 어리석음 중에

나는?

 

염통 피부 뇌 팔다리

동물로 살다가

동면(冬眠) 바라보니

온갖 죄악 쏟아져

성철 스님처럼

최후 고백이 죄악인데

누구나 그렇다면

남는 것

참회하고 살아야지.

 

모르고 부친 살해하고

스스로 눈멀어

세상을 배회하며 참회

드디어 세상에 인정된

시시포스.

 

자기 작품 천지창조

초연 듣고 놀란 하이든

저것 내 작품 아니라며

셀 수 없는 수정작업

기억했다.*

 

돌아올 수 없는 지구라는 별에

남긴 발자취

동물 것인가

인간 것인가?

 

 

후기:

*아무튼 오류수정은, 이룩된 것 및 이상적 그림 (실제로 이루어진 작업의 영향을 받아서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는, 겨냥되고 있는 것인 작품에 대한) 사이의 비교와 같다. 이룩된 작업은, 창조적 과정에 점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위대한 작품의 경우 이것은, 그 작품을 만든 예술가가 그 작품을 자기 작품으로서 더 이상 인식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 그 작품은 예술가의 구상보다 더 위대해졌다. 이것이 하이든의 천지장조(Creation)에서 일어난 일이고, 슈베르트 자신이 포기했던 교향곡인 미완성 교향곡(Unfinished)과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

ㅡ 칼 포퍼, ‘나은 세상을 찾아서(In Search of a Better World)’, 1996, 230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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