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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대담, “이건희씨한테 왜 ‘회장’이라고 하나”

이윤진이카루스 2012. 10. 27. 20:18

경제

경제일반

김용철 “이건희씨한테 왜 ‘회장’이라고 하나”

등록 : 2012.10.26 20:18 수정 : 2012.10.27 18:01

 

5년 전 ‘삼성그룹의 비자금 비리’를 폭로해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현 광주시교육청 감사담당관)는 지난 22일 광주시교육청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경제 민주화를 말하는 3명의 후보 가운데 누구도 재벌의 해체·분리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대선 국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 민주화 논의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김용철의 5년
“재벌개혁에 관한 한 대선주자 3인의 차이 없다”

▶ 김용철 변호사는 패자다. 5년 전 그가 공격했던 삼성은 당시의 비자금 폭로와 검찰 수사 및 특검 ‘덕분에’ 경영권 승계를 말끔히 처리했다. 반면, 김 변호사는 2007년 7월 다니던 법무법인에서 나온 뒤 다시는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 한동안 직업도 없이 지내던 그는 지난해부터 광주시교육청에서 계약직 감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오는 12월이면 끝난다. 그는 “삼성에 다닐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많은 보수를 받던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말했다.

2007년 삼성그룹의 비자금 비리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2011년 1월1일부터 광주시교육청 감사담당관으로 지내고 있다. 검사와 삼성 회장 비서실 핵심 참모, 변호사를 거쳐 네번째 직업을 얻은 것이다. 광주교육청 감사관은 4급 서기관에 해당하는 개방형 직위로 계약기간은 2년이고 길게는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지 5년째 되는 날(10월29일)을 앞두고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 폭로 배경에 대해 “나는 부패 세력과 반부패 세력의 전쟁을 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그 싸움을 ‘반부패 시민혁명’으로 불렀다. 5년이라는 시간은 삼성과 김 변호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반실업자에서 광주교육청 감사관으로

-광주시교육청 감사담당관으로 내려온 지도 2년이 다 됐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사실은 내가 체제와 조직에 순응하는 사람이다. 5년 전 ‘그 일’이 있고 난 뒤 거의 반실업자처럼 지내다가 2년 전 여기 감사관으로 내려왔는데, 그 뒤에는 인터뷰도 안 했다. 예전에 해보지 않은 일을 처음 시작한 건데, 내가 기본적으로 성실한 사람이라는 거지. 하하.”

-얼굴도 좋아졌다.

“여기 와서 삼십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담배를 끊으면 보통 체중이 5~7㎏ 붇는다고 하는데 나는 거의 10㎏이 쪘다. 실업자 비슷하게 지낼 때는 하루 한끼나 먹고 줄담배 피우고, 그러다가 여기 와보니 일단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교육청 구내식당 밥이, 이게 또 괜찮다. 사람이라는 게 날마다 일할 곳이 있고, 같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고, 밥이 해결되면 행복한 거 아닌가.”

-감사담당관의 일이 검사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검사 시절에는 직접 수사를 맡는 수사검사였고, 지금은 사무관 4명을 포함해 25명의 감사담당관실 직원과 함께 일을 한다. 직접 조사하기보다 감사의 방향을 잡고 독려하는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아무래도 지역사회이다 보니 지연과 혈연 등이 얽혀 자체 감사라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좀 봐줬나?

“봐주고 말고 할 게 없다. 비위를 저지르지 않으면 되고, 이미 저질렀다면 발각되지 않으면 된다. 드러난 비위사실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하려고 했다. 작년만 해도 교장 한명을 파면 처분했는데, 비리 교원에 대한 파면은 광주교육청 개청 26년 만에 처음이라고 들었다. 공교롭게 내가 온 뒤 경찰 수사와 광주시의회 행정사무조사 등까지 겹쳐서 이래저래 징계 대상자가 좀 늘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5월3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방과후 교사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로부터 모두 6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 교장에 대해 파면 처분을 내렸다. 교사, 장학사 등 교원에 대한 파면 징계는 1986년 광주시교육청이 문을 연 뒤 처음이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취임 뒤 교육비리 척결을 위해 개방형 감사관제와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등을 도입했다. 광주가 선택한 첫번째 개방형 감사관이 김용철 변호사였다. 김 변호사는 “광주가 고향이기는 하지만 수십년간 떨어져 있었으니 이곳에서 나는 외지인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재벌 탐욕이 정부 각 부처와
정치권, 검찰, 언론까지
오염시킨다는 데 동의한다면
재벌의 해체·분리가 정답이다

경제민주화라는 표현 의아
사회가 재벌에 기대하는 건
법 지키고 세금 내라는 것 정도
민주화라는 말이 왜 나오나

-2007년 10월29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 비자금’의 실체를 처음 세상에 알렸다. 당시 사제단 고문인 함세웅 신부가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썼는데, 경제민주화는 대선을 앞둔 지금까지도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런 말을 쓰긴 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적 민주주의라면 시민의 정치 참여 방식을 말하는 것일 텐데, 경제민주화는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르겠다. 예컨대 노동자가 경영자를 직접 뽑는다든지 하는 정도의 이야기는 아닐 것 아닌가.”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재벌개혁과 양극화 해소 등 크게 두 개의 맥락에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재벌개혁에 관한 논의를 어떻게 보나?

“그게 결국 불법·탈법·위법·편법적 기업 경영 행태를 조금이나마 개선해보자 하는 정도의 수준 아닌가. 기업은 원래 영리추구가 목적인데 그들에 기업가 정신, 뭐 이런 걸 기대하는 건 애초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사회가 그들에 요구할 수 있는 건 법을 잘 지키고 세금을 제대로 내라는 것 정도인데, 민주화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정권이 바뀐다고 재벌이 바뀌겠는가

-법을 잘 안 지키고, 세금을 잘 안 내는 경우가 빚어지니까.

“조금 비관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영악하고 교활한 포식자가 인간 아닌가. 인간에게 도덕과 정의, 양심 등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덕목을 모두 합쳐도 인간의 탐욕보다 힘이 작다. 문제는 한국 재벌은 그 탐욕을 위해 정치권력까지 틀어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검사 시절 소주 첨가물인 스테비오사이드 관련 로비 사건을 내사하다가 그만둔 적이 있었다. 원래 소주에는 단맛을 내는 사카린이 함유돼 있었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가 사카린을 발암물질로 지정하자 주류업계가 찾아낸 게 설탕보다 수십배 싼 스테비오사이드였다. 내가 조사해본 결과, 전세계 어디에도 술에 스테비오사이드를 넣는 나라는 없었다.”

-그게 불법이었나?

“아니다. 주세법 시행령에 스테비오사이드가 허용돼 있었다. 시행령 개정 과정에 주류업계의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 로비까지 수사 대상에 넣으려고 했는데, 내 능력으로 안 됐다.”

-이유는?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겠지만 당시에는 검찰 간부 가운데 술도가 집 사위가 꽤 많았다. 술 제조업자는 딸만 낳으면 검사에게 시집보내는 게 유행이었는지 참 묘했다. 당시 검찰 간부 가운데 한명이 나를 불러서 ‘야, 문제가 있으면 빼면 될 거 아니냐’ 그랬다. 그 뒤 실제로 스테비오사이드가 소주에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왼쪽)가 지난 22일 광주시교육청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삼성의 비자금 비리 폭로 이후의 삶 등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3시간 동안 진행됐다. 광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삼성 특검은 그 기간과 인력으로
애초에 불가능한 수사였다
조준웅은 내 방식대로 끝낸다며
“비자금은 없다”고 끝내더라

나는 이곳 광주에서 가능하면
지역특산물 중심으로 소비
그들에게도 내게도 도움 된다
이념적 소비가 필요하다
그래야 삼성도 변한다

김용철 변호사가 이 부분은 틀렸다. 1996년 12월17일 당시 재정경제원은 스테비오사이드의 무해성이 입증될 때까지 소주 첨가물로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스테비오사이드 사용 금지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재경원은 곧바로 주세법 시행령을 고쳐 이르면 이듬해 1월 초부터 이를 시행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진로, 두산경월 등 소주업계의 반발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스테비오사이드 첨가 소주는 최근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재벌개혁에 관한 해법이 있다면?

“재벌의 행태가 거의 정부 각 부처와 정치권, 검찰, 언론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오염시키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데 동의한다면, 재벌 문제는 경제민주화의 틀 속에서 논할 게 아니라 적절하게 해체·분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물론 혁명정부가 아닌 다음에야 그들의 위법·탈법 행태가 아무리 심하다 해도 그런 처방을 내놓을 수는 없다. 삼성 비자금 문제만 해도 검찰 수사와 특검, 대법원까지 거쳤지만 뭐가 달라졌나.”

­-주요 대선 후보가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건 아닌가?

“대선이라는 분위기를 타고 인기를 얻어보려고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정치 지도자를, 정권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한 사람과 집권세력은 바뀔 수 있어도 한국 사회의 주류가 교체되는 건 아니다. 물론 대선 때는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해줄 수 있는 최선 혹은 차악의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은 맞지만, 정권이 바뀐다고 재벌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여야 후보 간 차이는 없나?

“똑같다.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세 명의 후보 가운데 누구도 재벌의 해체·분리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냥 선거운동 기간이려니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담론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다.

“대기업 분리명령, 계열 해체 이런 게 어디 말처럼 쉽겠나. 나는 그래서 정부가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를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을 좀더 확대해서 적어도 생계 문제로 생명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기업은 스스로 탐욕을 줄이고 세금 제대로 내야 하는데, 그들 스스로 그렇게 못 할 테니 결국 중요한 건 엄정한 법집행이다.”

법은 강자의 칼, 중수부는 정권의 칼

­-2007년 양심고백 당시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검사, 곧 ‘떡값 검사’의 실명도 공개했는데, 그사이 엄정한 법집행 관행이 정착됐다고 보나?

“현실적 여건이 어떤지는 이 정부가 검찰권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우리가 기억하는 피디수첩, 미네르바 사건 등만 봐도 법이라는 건 강자의 칼이라는 것 아닌가. 대검 중수부는 정권의 칼이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건 그냥 하는 말인 것 같다. 검찰의 주요 기능이 체제 유지인데 그 칼이 왜 자신을 겨누겠나.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검찰총장, 서울지검장의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면 ‘국민의 검찰’이란 말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은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팀과 미네르바 박대성씨에 대해 각각 명예훼손과 전기통신기본법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피디수첩 팀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과장했다는 혐의로 2009년 기소된 뒤 2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2008년 인터넷 게시판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정부의 외환정책을 비판했던 박씨는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두 사건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는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언론인과 시민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하는 희안한 일이 이 정부에서는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삼성도 검찰도 결과적으로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은 한다. 사업을 크게 하는 사람들이 비자금 만들어서 여기저기 뇌물로 매수하고 불법으로 경영권 승계하는 문제에 대해 그 전까지 어렴풋하게 짐작만 했다면, 5년 전 몇 차례 이어진 삼성 비자금 기자회견을 통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 아닌가.”

-­삼성 비자금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결국 검찰 수사와 특검까지 이어졌는데, 특검 활동에 대한 평가는?

“휴. 열심히 한다고 한 게 ‘삼성 비자금과 로비는 없었다’ 이거 아닌가. 불법 경영권 승계와 탈세는 일부 기소했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내곡동 사저 특검은 단일한 사안인 반면, 삼성 특검은 수십개 계열사와 매출액 100조원 규모의 회사를 상대로 한 거였다. 애초에 그 기간과 인력으로 불가능한 수사였다는 이야기다. 당시 조준웅 특검을 찾아가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다가 검찰에 넘기라고 했더니 ‘삼성특검은 조준웅 특검이다, 내 방식대로 책임지고 끝을 내겠다’ 그러더라. 그러더니 끝낼 수 없는 사건을 끝내버렸다. 주류사회가 그 정도로 덮자고 동의한 것이다.”

-­조 특검의 아들은 그 뒤 삼성전자 중국법인에 입사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구체적 내막은 모르겠다. 보은인 건지 뭔지 몰라도 모양은 참 보기 안 좋았다. 다른 기업에 가도 되는데 왜 굳이 오해를 받으며 그렇게 불편하게 사는지 모르겠다.”

-­삼성은 역설적으로 5년 전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 덕분에 해묵은 과제였던 경영권 승계를 잘 마무리했다는 지적도 있다.

“나도 (안티 삼성의) ‘엑스맨’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숙원이던 경영권 승계를 완료하는 데 내가 큰 기여를 했다 이건데, 심지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 재산은 상속 재산으로 둔갑해버렸다. 대신 한국 사회에서 ‘이건희’를 존경받는 기업인의 대명사로, 삼성을 가장 양심적인 기업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또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재벌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데 대해 주류 세력마저도 동의하고 있다는 거 아닌가.”

삼성에 복수심 있다면 복통으로 죽었지

­-이건희 회장도 특검 수사 이후 잠시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곧 다시 복귀했다.

“원래 삼성은 이건희씨 1인 지배체제였다. 물러난 적도 없었고, 따라서 다시 복귀한 적도 없다. 그리고 왜 <한겨레>까지 이건희씨에게 ‘회장’의 호칭을 붙이는지 모르겠다. 삼성의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그를 회장에 앉힌 것도 아니고, 삼성 관계사 및 계열사 그 어디에 이사로 등재된 것도 아닌데. 법률적으로, 형식적으로 권한을 가진 어떤 자리에도 있지 않은데 실질적으로는 뭐든지 그가 챙기는 것이 문제다.”

­-이래저래 패한 쪽은 김 변호사 아닌가?

“그것이 개혁이든 뭐든,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는 성공한 적이 없다. 나는 한국 사회의 주류가 아니었는데, 나 같은 사람이 개혁에 앞장서겠다며 뭔가를 외쳤다면 그건 주류세력이나 집권세력에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념적 주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한 소리였다. 국민들이 남의 집 불구경하듯 구경하지 말고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삼성 문제의 공론화를 시도했다. 부패한 세력과 반부패 세력의 전쟁을 원한 것이다. 말하자면 반부패 시민혁명이다. 그건 고소·고발 등 사법 절차에 기대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의 총의로서만 이룰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세상이 바뀌는 데 무시와 격렬한 저항, 동참의 세 단계가 있다고 한다. 그동안 내 책 <삼성을 생각한다>도 좀 팔렸고,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했으니 무시와 저항의 단계는 넘어섰다고 본다. 남은 건 동참인데 여기에는 이율배반적 태도가 분명히 있다. 여전히 자식은 대기업에 보내고 싶고 자신도 삼성은 욕하면서도 서비스와 상품이 좋다는 이유로 삼성을 찾는다.”

­-당연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시민의식의 고양을 바라는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느냐’고 했지만 이념적 소비를 해야 한다. 가능하면 범죄를 저지른 집단의 물건은 사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곳 광주에서 가능하면 중소기업, 향토기업, 지역특산물을 중심으로 소비하려고 한다. 그게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 또 소비자가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삼성도 변한다.”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 아닌가?

“하하. 진짜로 그런 것 없다. 그런 게 있었으면 벌써 복통으로 죽었다. 그런 개인적 감정은 없다. 다만 외국인 지분 75%에, 본사만 경기도 수원에 뒀을 뿐 생산공장의 80%를 해외에 두고 있는 삼성전자를 ‘국민기업’ 등의 용어로 호도하는 건 반대한다.”

김용철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경제민주화 담론에 대한 평가로 시작해 ‘다시 삼성을 생각한다’는 주제로 끝났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에게 다시 미래의 계획을 물었다. 광주시교육청 감사관 계약기간은 12월 말일로 끝난다. 최초 계약기간은 2년이었고, 최장 5년까지 재계약 하거나 다시 응모할 수 있다.

­-곧 교육청 감사관 계약 만료인데, 미래가 불안하지는 않나?

“불안이 왜 없겠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래는 불안할 텐데, 내가 원래 미래에 대한 대비에 크게 신경쓰는 사람은 아니다. 산짐승은 먹을 게 없으면 1주일도 굶는다는데, 나도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런 생각이다.”

­-반부패 시민혁명을 이야기했는데 다시 그런 기회가 주어질까?

“주어진다면 하겠다. 정당에서 몇번 영입 제안이 왔는데 그건 모두 거절했다. 정당 가입 경력이 있으면 특검을 못하니까. 특검이 나를 필요로 하는 세상이 온다면, 언제든 맡을 준비는 하고 있다. 시켜줄지는 모르지만.”

광주/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