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21 19:51 수정 : 2014.08.2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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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 삽화. |
현생인류와 ‘5000년 공존’ 주장
아이디어와 문화 등 공유한 듯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발표
지구보다 발달한 문명을 지닌 외계인과의 만남은 자칫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 근거의 하나가 현생인류와 접촉한 네안데르탈인의 갑작스런 멸종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진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짧은 기간에 학살이나 전염병 감염 등을 통해 절멸시켰다는 가설이다.
이런 가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이 4만년 전 멸종하기 이전에 유럽에서 현생인류와 5000년 동안 공존하며 아이디어와 문화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토머스 하이엄 교수가 이끄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은 논문에서 “두 집단이 지역에 따라 짧게는 25세대에서 길게는 250세대에 이르는 시간을 공존했다”며 “이는 두 인류의 문화교류나 이종교배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6년간 유럽 각국의 유적지 40곳에서 수거한 뼈와 숯, 조개 껍데기 등 샘플 200점의 방사성 연대 측정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이전의 연구들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접촉한 기간이 불과 500년 정도였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두 집단이 최장 5400년간 공존했으며, 이 기간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로부터 석기 제조 기술과 장신구 사용을 전수받는 등 교류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연대 측정을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시점을 4만년 전 무렵으로, 현생인류의 유럽 이주 시점을 4만5000년 전으로 각각 제시했다. 또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와 만나기 전 이미 쇠퇴기에 접어든 상태였으며, 멸종 시점 또한 유럽이 매우 추운 일종의 ‘소빙하기’로 접어든 시점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어 교수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간에 수렵과 주거 등을 둔 경쟁이 벌어졌겠지만, 그들이 현생인류에 학살당해 멸종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천년에 걸친 생존 경쟁에서 현생인류는 수를 불린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지속적으로 줄어들다가 추위의 ‘저주’에 결정타를 맞았으리라는 것이다. 하이엄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전적으로 현생인류와의 만남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을 이제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손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