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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언젠가 ‘안드로메다’와 하나가 될 거야

이윤진이카루스 2014. 8. 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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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언젠가 ‘안드로메다’와 하나가 될 거야

등록 : 2014.08.22 19:01 수정 : 2014.08.23 11:18

나사가 만든 이 상상도는 37억5000만년 뒤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 은하와 충돌하기 직전 지구에서 밤하늘을 바라본 모습이다. 왼쪽의 나선은하가 안드로메다운하이고 오른쪽의 길쭉한 별 무리가 지구에서 바라본 우리 은하의 단면, 즉 은하수다. 두 은하는 그 뒤에도 수십억년에 걸쳐서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안드로메다는 우리와 하나가 될 운명인 셈이다. 나사, 유럽우주국(ESA) 제공

[토요판]
은하철도999의 종착역, 그곳

▶ ‘낭만고양이’로 유명한 록그룹 체리필터가 최근 발표한 노래의 이름은 ‘안드로메다’입니다. “나의 우주 나의 꿈/ 널 향해 달려갈 거야/ 나의 꿈의 오딧세이”라는 가사를 가졌지요. 이들이 알고 노래를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안드로메다는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많은 천체 중에 안드로메다에 그렇게 친숙함을 느끼는 것일까요? 안드로메다와 지구를 포함한 우리 은하의 운명을 살펴봤습니다.

기계인간들에게 엄마를 잃은 지구 소년 철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녀 메텔을 만나 우주를 여행하는 기차에 오른다. 자신도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서다. 긴 우주여행 동안 기차는 여러 별에 정차하며, 이 기차에 타고 희망에 부풀어 있거나 혹은 변함없는 일상에 낙담한 외계인들을 만난다. 철이는 여러 모험을 거치며 성장해 나가며, 결국 감정을 잃은 채 영원히 사는 것보다는 짧은 생이나마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인간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마쓰모토 레이지의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은하철도 999>는 1970년대 말 점차 기승을 부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 곧 다가올 첨단 과학의 미래에 대한 세기말적 불안감, 그래도 인간성만이 해답이라는 희망 등을 버무린 걸작이었다. 국내에서는 가수 김국환이 부른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로 시작되는 주제가가 여전히 인기가 있다.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과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만화의 주인공 철이가 향하는 이상향, 즉 은하철도 999의 종착역은 바로 안드로메다다.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가장 친숙한 천체 중 하나
은하철도999의 종착역
철이가 가고팠던 곳도 여기
태양계에서 불과 250만광년

초속 110㎞로 계속 다가와
40억년쯤 뒤 우리은하와
하나의 은하로 합쳐질 운명
밤하늘에 1조5000만개 별이
동시에 벌일 춤을 상상하라

우리는 왜 안드로메다를 찾나

밤하늘의 수많은 천체 가운데 태양계를 제외하면 가장 친숙한 것이 안드로메다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가 철없는 행동을 하면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냈느냐”고 묻고, 혼이 쏙 빠질 만큼 놀라운 일을 겪고 나선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갔다”고 말한다. 공상과학(SF) 만화에 등장하는 우주에서 온 수많은 공주들은 상당수가 안드로메다에서 왔다. 왜 안드로메다는 우리에게 이토록 친숙한 것일까.

안드로메다는 원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녀의 이름이다. 에티오피아의 왕인 케페우스와 왕비 카시오페이아 사이에서 난 딸이다. 카시오페이아자리의 그 카시오페이아다.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북반구에서 사계절 내내 북쪽 하늘에 항상 ‘W’ 또는 3자 모양으로 빛나고 있는 별자리로, ‘북극성을 찾는 길잡이’로 불릴 만큼 찾기 쉬운 별자리다. 신화에서는 이 왕비의 허영심과 안드로메다의 미모가 결국 문제의 발단이 됐다. 카시오페이아는 안드로메다가 바다의 요정인 네레우스보다 더 아름답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고, 이를 들은 네레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이들을 벌해 달라고 요청한다. 분노한 포세이돈은 해일을 일으켜 에티오피아를 덮쳤고, 고래를 닮은 괴물 케토스(세투스)도 보내 에티오피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신탁을 받은 왕은 자신의 딸을 희생물로 바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해변의 바위에 안드로메다를 쇠사슬로 묶어놓았다.

때마침 메두사를 처치하고 돌아가던 영웅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보고 한눈에 반했고, 바다 괴물과 싸워 목숨을 구해줬다. 안드로메다가 제물로 바쳐질 지경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를 안드로메다의 정혼자, 숙부 피네우스가 페르세우스를 습격하다가 메두사의 눈을 보고 바위로 변하는 등 소동을 겪고 페르세우스와 공주는 결혼을 했고, 에티오피아에 남겨둔 첫째 아들 페르세스는 나중에 페르시아 왕가의 시조가 됐다.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 그들을 공격한 괴물 케토스(고래자리) 등은 모두 밤하늘의 별자리가 됐다.

나사(NASA)의 광역적외선탐사망원경(WISE)에 포착된 안드로메다은하의 모습. 적외선을 이용한 촬영으로 파란빛은 별을, 노란색이나 빨간색은 먼지나 신성을 나타낸다. 나사 제공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은하

안드로메다은하는 안드로메다자리의 중간에 위치한다. 은하의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맑고 달이 뜨지 않는 밤에는 눈으로도 볼 수 있다. 북반구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은하다.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 은하와 굉장히 가깝기 때문이다.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 은하의 거리는 약 250만광년으로 계산된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별이 가득 모인 중심부뿐으로 하나의 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조개라는 엄청난 수의 별을 가지고 있다. 우리 은하보다 크기도 더 크다. 은하의 팔까지 모두 밝다고 가정하면 안드로메다은하는 밤하늘에서 보름달보다 훨씬 큰 크기로 보일 터이다. 과학자들의 계산으로 보름달 지름의 7배라고 하니 밤하늘에 거대한 은하가 떠 있는 장관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지름은 15만광년 정도로 추정된다.

눈으로 보일 정도니 안드로메다가 관측된 것은 매우 오래전의 일이다. 900년대에 이미 페르시아에서 안드로메다를 ‘작은 구름’으로 명명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이때 이미 안드로메다가 단순히 하나의 천체가 아니라 성운(Nebula)으로 관측됐다는 말이다.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Galaxy)는 먼지와 가스 등으로 이루어진 성간물질인 성운과 전혀 다르다. 20세기 초까지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와 독립된 은하라는 주장은 나오지 않았고 1925년 에드윈 허블이 제대로 안드로메다를 촬영한 사진을 제시할 때까지 논란은 계속됐다.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깝다고 해도 250만광년 이상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가도 250만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130억광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광대한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정상나선은하인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와 모양새도 꼭 닮았다. 먼 우주에서 보면 마치 형과 동생처럼 보일 것이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안드로메다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에 가까운 감정일 터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 은하가 언젠가 합쳐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 은하 쪽으로 초속 110㎞ 정도의 속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상대속도로는 두 은하가 초속 300㎞의 속력으로 맹렬하게 가까이 가는 중이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를 머나먼 미래, 대략 40억년 정도 뒤에는 두 은하가 완전히 합쳐질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예상이다. 두 은하를 합쳐 1조5000만개에 가까운 별이 있지만 두 은하의 별이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은하의 엄청난 크기에 비하면 별들의 숫자는 미미해서, 마치 드넓은 평야에서 수㎞마다 한 사람씩 서 있는 두 집단이 충돌하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두 은하는 처음에는 약간 비낀 채로 스치고 지나갔다가 중력에 의해 수십억년에 걸쳐 서서히 다시 합쳐져 지금과는 모양이 전혀 다른 은하가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시나리오를 보면 우선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합쳐지고 얼마 안 있어 국부은하군의 또다른 은하인 삼각형자리은하도 합쳐질 것이다. 두 은하가 충돌하면 우선 안드로메다는 길쭉하게 늘어나고, 우리 은하는 구부러진다. 51억년 뒤쯤이면 두 은하의 중심부가 완전히 접근하면서 밤하늘이 엄청나게 밝아지기 시작하고, 두 은하가 완전히 합쳐지는 71억년 뒤쯤이면 밤하늘에 별이 너무 많고 또 너무 밝아져 어두운 부분을 찾기 쉽지 않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70억년 뒤 밤하늘은 온통 별천지

하지만 두 은하가 합쳐질 때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직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거티나 베슬라 교수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우리 은하가 완전히 나선형 구조 모양을 잃고 별들이 흩어져서 둥근 궤도를 도는 원반형 은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구가 다른 항성이나 행성과 충돌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하지만 태양계가 은하의 중심에서 조금 더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운명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 지구의 밤하늘을 바라볼 존재가 무엇인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영원히 사는 기계인간의 삶을 선택했든 아니든 아마 그때 지구를 차지하고 있는 생명체는 지금 그대로의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한 시간은 겨우 4만5000년에 불과하다. 수십억년 뒤 그 무엇이 됐든 그들은 밤하늘에 1조5000만개의 별이 벌이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춤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그 옛날 인간이라는 존재가 작은 지혜를 모아 과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이 우주쇼를 예상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참고자료=나사 누리집, 한국천문연구원 누리집, 칼 세이건 <코스모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