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독일, 원전 8개 폐쇄 뒤에도 전력 수급 문제 없어/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2. 5. 09:28

사회

환경

“독일, 원전 8개 폐쇄 뒤에도 전력 수급 문제 없어”

등록 : 2015.02.04 19:53 수정 : 2015.02.04 21:29

하리 레만. 사진 그린피스 제공

[인터뷰] 하리 레만 독일 환경청 국장

“유럽에서는 누구도 핵발전이 다른 에너지보다 싸다고 말하지 않아요.”

3일 서울 마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한겨레>와 만난 하리 레만(사진) 독일 환경청 환경계획 및 지속가능전략국장은 경제성이 높다며 원전을 계속 짓는 한국 상황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레만 국장은 2004년부터 독일의 탈핵을 위한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온 재생가능에너지 전문가로, 2011년부터는 세계재생가능에너지협의회(WCRE)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4일 국회에서 ‘독일의 에너지혁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하려고 1일 방한했다.

레만 국장은 “핵발전은 누구도 풀지 못한 폐기물 처리 문제가 아니라도 태양광·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보다 비싸게 먹혀요. 전력 가격이 자유화돼 있는 유럽에선 정부가 발전업자한테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원전 건설이 불가능해요”라고 말했다.

독일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를 계기로 17개 핵발전소 가운데 8개를 폐쇄한 이후 전기 부족으로 인근 국가로부터 전력 수입이 늘었다거나,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나돌았다. 하지만 레만 국장이 구체적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한 실상은 정반대다. “2020년까지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기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2011년 원전 8기를 폐쇄한 이후에도 수입량이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이 자료가 설명해줍니다.”

“지원제 통해 재생에너지 늘리고
화력에너지 생산 효율 높인 덕
유럽선 원자력에너지 싸다고 안해”

한국 재생에너지 비중 사실상 1.3%
“지속가능한 사회 위해 투자 필요”

실제 그가 내놓은 2003년 이후 독일의 월별 전기 수출입 자료를 보면 독일은 2003년 이후 줄곧 전력 순수출국의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 특히 8개의 원전을 폐쇄한 이듬해는 수입이 수출을 초과한 달이 한 달도 없었다.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 도매값 하락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레만 국장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에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계속 끌어올리고, 기존 화력발전소의 시설을 개선해 에너지 생산 효율을 높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00년 발전차액보상제도 법제화 이후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2001년 6.6%, 2006년 11.6%, 2011년 20.4%로 5년마다 2배 정도씩 느는 추세다.

레만 국장은 “한국에서도 시민사회와 정당 등 모든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목표를 정하는 논의가 시작되기 바랍니다. 그 목표가 어떻게 정해지든 그 길은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서만 갈 수 있을 겁니다”라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거듭 강조했다.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비중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정부는 2012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66%라 밝히지만, 이는 외국에선 재생에너지로 분류하지 않는 산업폐기물을 태워 만든 전기까지 포함한 수치다. 국제 기준을 적용하면 1.3%로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까지 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레만 국장은 “안 된다. 그것은 재생에너지가 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