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일본, 원전 줄이기/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2. 2. 14:37

국제

일본

일본 15년 뒤 원전·재생에너지 비중 같아지나

등록 : 2015.02.01 19:42 수정 : 2015.02.01 20:16

일본 남부 가고시마현 사쓰마센다이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전경. 지난해 11월 가고시마현은 이 원전이 한층 엄격해진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평가 결과에 따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에선 처음으로 원전 재가동을 승인했다. 사쓰마센다이/AP 뉴시스

6월까지 에너지원별 비율 결정
후쿠시마 참사 영향 반영
원전 비중 50%→20%로 낮출 전망
재생에너지 20%까지 확대 목표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겪은 일본은 장기적으로 원전에 얼마나 의존하며 살게 될까.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 질문에 일본 정부가 조만간 답을 내놓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30일 지금으로부터 15년 뒤인 2030년엔 일본 사회가 화력·수력·원자력·재생가능에너지 등에 얼마나 의존해야 할지 ‘최적의 비율’(베스트 믹스)을 정하는 전문가 회의인 ‘장기 에너지 수급전망 소위원회’의 첫번째 모임을 열었다. 이 회의는 6월까지 일본 사회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에너지원별 비율을 정하게 된다. 이 회의는 일본 사회가 2011년 3·11 후쿠시마 제1원전 참사 이후 4년에 걸친 다양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원전에 얼마나 의존할까’로 상징되는 에너지 정책의 틀을 최종 결정하는 마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원자력을 “에너지 수급 구조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기저부하’(날씨나 계절에 관계없이 전력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는 기초 전력) 전원”이라고 표현해, 앞으로도 계속 원전을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3·11 참사 직후인 2012년 9월 민주당 정부가 정한 “2030년까지 원전 비율을 ‘제로’로 한다”는 방침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어서 반핵·탈원전 세력으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에너지 기본계획은 ‘앞으로 원전에 얼마나 의존하겠다는 것이냐’는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그 공백을 이번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일본의 원전 의존 비율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일본전기사업연합회의 지난해 5월 자료를 보면,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 직전인 2010년의 에너지원별 비중은 원자력이 전체의 4분의 1을 조금 넘는 28.6%, 석탄 화력이 25.0%, 천연가스 화력이 29.3%, 석유 화력이 7.5% 등이었다. 수력 발전에 태양광·풍력 등을 합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은 9.6% 정도였다.

그러나 3·11 참사 이후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2013년엔 원자력의 비율이 1.0%로 줄었다. 그 틈을 석탄(30.3%)·천연가스(43.2%)·석유(14.9%) 등의 화력 발전이 메웠다. 그러면서 태양광 발전 설비를 크게 증설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율은 10.7%로 크게 늘지는 않았다. 3·11 참사 이전인 2010년 작성된 에너지 기본계획을 보면,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을 14개 늘려 원전 의존도를 5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었다.(그래픽 참조)

일본 언론들은 정부가 장기적으로 원전의 비율을 20% 선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원전의 비율을 15~25% 수준,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20% 이상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왜 20%일까. 그동안 경제산업성은 일본 사회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 구성비를 찾기 위해 에너지별 발전 비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의 기초 자료를 축적해 왔다. 이를 토대로 일본 정부와 전력업계 사이에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원전 비율을 20%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전기사업연합회의 야기 마코토 회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원자력은 밸런스가 뛰어난 전원이다. 앞으로도 일정 비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비율 20%는 ‘원전을 재가동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한 일본 정부의 가장 현실적인 선택 방안이기도 하다. 2011년 3·11 참사 당시 일본엔 54개의 상업 원자로가 가동 중이었다. 이 가운데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1~6호기를 폐로하기로 이미 결정했고, 2030년까지 추가로 30기가 40년인 원전 가동기한을 넘기게 돼 남은 원자로는 18기가 된다. 여기에 현재 건설 중인 주고쿠전력의 시마네 원전 3호기와 제이파워의 오마 원전 등을 더할 경우 원자로는 20기가 된다. 이들 설비 이용률을 80% 정도로 맞출 경우 원자력 의존 비율은 15%가 되고, 몇몇 원전의 운전기한을 최대 60년까지 20년 연장하게 되면 비율을 20%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비율을 그 이상으로 올리려면 원전 추가 증설이 필요해진다. 미야자와 요이치 경제산업상은 “현시점에서 (원전 증설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태양광·풍력·수력을 포함한 재생가능에너지의 확충이다. 일본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의 의존도를 원전과 비슷한 수준인 20% 이상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선 2012년 7월부터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는 일반 전기가격보다 비싼 값에 사주는 이른바 ‘고정가격매수제’(FIT)를 도입해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이 제도 도입 이후 태양광 등 일부 시설에만 투자가 집중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경제산업성은 이 제도가 유지될 경우 전기요금을 통해 일반 가정의 몫으로 전가되는 부담이 현재 한달 255엔에서 935엔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안 그래도 비싼 일본 전기요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이자, 재생가능에너지 비율 20% 달성이 쉽지 않은 목표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