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에코 아일랜드

이윤진이카루스 2015. 2. 9. 12:55

사회

지역

외딴섬 친환경 프로젝트…가고 싶은 ‘에코 아일랜드’

등록 : 2015.02.08 20:58 수정 : 2015.02.09 10:01

에너지 자립섬인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의 선착장 인근 산 중턱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돌고 있다. 진도/정대하 기자

[월요리포트] 에너지 자립마을, 4년의 실험

“저것이 풍력발전기예요.”

지난달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 선착장에서 만난 이영환(43) 가사도 발전소장이 블레이드(날개)를 가리켰다. 야트막한 산에 설치된 4기 중 2기의 날개가 돌아가고 있었다. 풍력발전기 사이에 태양광발전 시설 2기가 보였다. 나머지 태양광발전 시설 2기는 둑 아래 유휴지와 저수지에 설치돼 있었다. 이 소장은 “요즘은 바람이 좋아서 풍력과 태양광발전만으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2012년부터 92억원을 들여 ‘가사도 에너지 자립섬’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완료했다. 에너지 자립섬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전력저장장치)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해 사용하는 섬이다.

진도 가사도…통영 연대도…
태양광·풍력으로 에너지 자립
평소 전기 부족해 꿈도 못꾸던
양식장 저온장치 등 가능해져

과도한 민간자본·관 주도 문제
지속가능 위해 주민 참여 관건

가사도 ‘에너지 자립섬 통합제어센터’는 선착장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이곳에서 가사도 3개 마을 170여가구 주민 280여명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 소장은 “현재는 풍력과 태양광 각각 2대씩만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3㎿짜리 배터리의 저장 상태는 91.4%였다. 바람과 햇빛이 2~3일 동안 없어 배터리 용량이 30%대로 떨어지면 인근 디젤발전소에서 경유로 전력을 생산한다.

가사도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친환경 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10~12월 가사도 발전소의 햇빛과 바람으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와 디젤발전 비율은 79% 대 21% 정도였다. 1년간 이 비율을 유지할 경우, 경유값과 디젤발전소 정비비 등 연간 3억2000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주민들은 전기 공급이 원활해짐에 따라 해수 펌핑 시설을 늘려 염전과 톳 양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을 이장 조상일(73)씨는 “전기 공급이 늘면 양식을 하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섬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생산된다고 해서 전기료가 싸지는 건 아니다. 또 아직 배터리 용량이 부족해 에너지의 완전 자립에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완전 자립이 가능하지만, 배터리 용량을 1㎿ 늘리는 데 10억원이 들어 더 이상 확대는 힘들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채우규(37)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태양광, 풍력발전으로 줄어든 디젤 기름값만이라도 보전해줘야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상태가 표시된 통합제어센터 시스템의 대형 화면. 진도/정대하 기자
전남 해남군 화산면 삼마도에도 지난해 10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들어섰다. 삼마도 주민(92가구 250여명)들은 그동안 양식장 저온장치 등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내연발전시설(240㎾)만 가동돼 전력 용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력사용량의 50~70%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디젤 사용량이 줄어 CO₂ 배출도 연간 12만㎏ 줄일 수 있다. 전남도는 한전·에너지관리공단 등과 함께 가사도와 삼마도를 포함해 18개 섬에서 에너지 자립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도 육지에서 전력을 공급받지 않고 있는 63개 섬에서 에너지 자립섬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주민 1만여명이 살고 연 40만명이 찾는 울릉도에서도 ‘디젤발전 제로화’를 목표로 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한전, 경북도, 울릉군과 민간업체 등 6개 기관·업체는 오는 4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뒤 3900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육지와 연계되지 않는 섬의 디젤발전 시설을 친환경 에너지 발전단지로 대체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주민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탄소 제로의 ‘에코 아일랜드’로 불리는 경남 통영시의 작은 섬 연대도는 진도 가사도 등과 달리 ‘주민 주도형’ 에너지 자립섬으로 꼽힌다. 50가구 100여명이 사는 이 섬은 송전탑을 통해 육지에서 바다를 건너온 전기를 써왔다. 하지만 시민단체인 푸른통영21의 제안으로 2007년부터 국비 등 13억500만원을 들여 태양광발전소를 세운 뒤 에너지 자립섬으로 바뀌었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기와 한전이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전기를 상계하면서 현재 가구당 월 1000원 미만의 전기료만 부담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늘었다. 섬의 작은 폐교에 들어선 에코체험센터에서 자전거 발전기를 타보는 등 대안에너지 체험을 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패시브 하우스인 마을회관과 경로당에서 쉬었다 간다. 연대도엔 연 5000여명의 체험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주민들이 연간 1억원의 관광소득을 올리고 있다. 윤미숙(53) 전 푸른통영21 사무국장은 “섬에서 신기술을 활용해 마을만들기 사업을 해보려고 당시 지식경제부 공모에 지원해 이 사업이 시작됐다”며 “주민들에게 대안에너지 교육 등을 하지 않고 관 주도로 에너지 자립섬을 구축한 뒤 이를 관리하지 않을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희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섬에 민간자본을 과도하게 끌어들여 섬 밖으로 전기를 팔려고 하지 말고 중소 규모의 섬에 200~300㎾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에너지 자립섬 구축 과정에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생태적 자립섬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보태야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자립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