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노후원전 폐쇄해도 된다/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2. 11. 09:18

경제

경제일반

“정부 전력수요 부풀려 추정”…노후원전 폐쇄해도 된다

등록 : 2015.02.10 20:20 수정 : 2015.02.10 22:13

 국회 예산정책처 진단
비현실적 ‘4% 고성장’ 전제로 예측
전기료도 현실과 달리 낮게 반영
“올 7차 계획때 재검토 필요” 지적
설비예비율 목표치 22%도 높아
월성·고리 1호기 재가동 힘 잃어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4%대 경제성장을 전제로 한데다, 전기요금 인상률은 현실보다 낮게 반영하는 등 수요를 지나치게 부풀려 추정했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진단이 나왔다. 또 최대 전력수요에 대비한 발전설비 여유분을 가늠하는 잣대인 ‘설비예비율’의 정책목표 역시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이에 따라 노후원전인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허가와 원전 추가 건설 등을 둘러싸고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내세운 ‘전력수급 안정성’ 확보 논리의 큰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10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사전평가’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6차 계획)을 짤 때 미래 전력수요를 추정하는 데 필수 전제로 반영한 경제성장률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2년 12월에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전망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당시 전망치는 2014년 4.3%, 2015년 4.5%, 2016년 4.5%, 2017년 4.3%, 2018년 4.1% 등이다. 하지만 2014년 실제 지디피 성장률은 3.3%로 1%포인트나 낮았고, 향후 4%대 경제성장률 전망도 현실과 크게 어긋난다.

수요 추계에 반영한 전기요금도 현실과 달리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6차 계획엔 후쿠시마 후속대책 집행비용 등 추가 상승 요인이 반영되지 않았고, 현실에서도 전기요금은 6차 계획보다 2013년엔 1.3%, 2014년엔 3.8%가 높았다. 전기요금 상승은 수요 억제 요인이다.

게다가 전력소비 증가세는 2011년 이후 뚜렷하게 둔화됐다. 이전엔 전력판매량 증가율이 지디피 증가율을 훌쩍 웃돌거나 엇비슷했다면, 최근 2년 동안엔 지디피 증가율의 반토막이거나 5분의 1 수준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철현 부연구위원은 “대중국 수출 둔화로 우리 철강·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이 타격을 입은 게 전력소비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전력소비 둔화에 산업과 요금 구조 변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는 의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6차 계획에서 드러난 이런 한계를 근거로 7차 계획에선 수요 과다 추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수요를 키울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수요를 억제할 전기요금 상승은 후쿠시마 대책이나 송전선로의 사회적 비용 증가로 예비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성장 기조 등으로 전력수요가 아예 정체되거나 줄어들 가능성마저 있다.

6차 계획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2월에 수립된 것이어서 올해 상반기엔 7차 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 2년마다 15년 단위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재작성하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전력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결정할 첫번째 분기점이 돌아온 셈이다.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정부가 정책목표로 잡은 설비예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남아도는 발전 설비량을 드러내는 설비예비율은 6차 계획의 정책목표치가 22%로 설정됐다. 최소예비율 15%에 수요 추계의 오차를 고려한 추가 여유분 7%포인트를 더한 것이다. 6차 계획을 보면, 올해에 21.2%, 2020년엔 30.5%까지 설비예비율이 치솟는다. 일부 설비의 건설 등이 지연된 현황을 반영해도 올해엔 18.3%, 2021년엔 31.4%다. 또 노후원전인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를 순차적으로 폐로한다고 해도 설비예비율은 올해 17.5%, 2021년에 30.1%를 안정적으로 달성한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2011년 이후 전력수요 증가 추세가 완만해졌고 전기요금 상승, 수출구조 변화, 주5일 근무 정착으로 전력수요 추세감소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15% 최소예비율만 정책목표로 삼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과다 추정된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원전산업계와 정부가 노후원전 수명 연장과 추가 건설 등 원전 확대 일변도 정책만 고집하고 있다”며 “7차 계획에선 수요 전망 재검토와 소규모 분산형 발전 확대 등 근본적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