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채산성 안맞는다”…미국, 잇단 원전 폐쇄/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2. 16. 09:40

국제

국제일반

“채산성 안맞는다”…미국, 잇단 원전 폐쇄

등록 : 2015.02.15 19:37 수정 : 2015.02.15 21:59

 2년 새 5기 가동중단·폐쇄 결정
허용 연한 17년 남은 곳도 포함
셰일가스·풍력 등보다 고비용 탓
원전 비중 20% 밑으로 떨어질 듯

‘셰일 에너지’ 혁명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세계 최대의 ‘원전 대국’인 미국에서도 잇따라 노후 원전의 가동 중단과 폐로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셰일 혁명으로 인한 화력발전 비용 하락으로 미국 원전의 우위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2013년 이후 미국 내 4개 원전에서 원자로 5기의 폐로 또는 가동 중단 방침이 결정됐다”고 15일 보도했다. 현재 미국은 전체 전력 생산의 20% 정도를 원전에 기대고 있지만 앞으로 이 비율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미국 북부 버몬트주에 자리한 버몬트 양키 원전이 가동을 멈췄다. 이 원전은 1972년에 운전을 시작한 비등수형경수로(BWR)로 미국의 원전 규제 당국인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032년까지 가동을 허용한 상태였다. 그러나 발전회사는 허가 기간보다 무려 17년이나 앞서 원전 폐쇄를 결정했다. 앞서 2013년 봄엔 한국의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쌍둥이 원전’인 위스콘신주의 케와니원전이 가동을 중단하고 폐로를 결정했다. 그 이후 미국에선 벌써 원자로 5기에 대한 폐로 또는 가동 중단이 결정된 상태다. 2019년엔 뉴저지주의 오이스터 크리크 원전도 추가로 가동을 중단한다.

신문은 원전 대국인 미국에서 원전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는 이유에 대해 ‘원전의 채산성 하락’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버몬트 양키 원전을 운영해 온 미 전력회사인 엔터지(Entergy)의 빌 몰사장도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력 자유화가 이뤄진 미 북동부·중서부 지역에선 셰일 에너지 혁명으로 가스 화력발전의 비용이 낮아졌다. 게다가 주정부 등으로부터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받는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이에 비해 원전은 2011년 3월11일 벌어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안전비용이 크게 증가했고, 폐로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들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원전은 그동안 한번 가동하면 꾸준히 출력이 이어지기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력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는 기저부하 전원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일부 지역에선 풍력발전이 대량 도입돼 야간 전력이 남아돌아 업자끼리 전력을 매매하는 시장에서는 전기 가격이 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전의 폐로 추세는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에서도 올 들어 간사이원전의 미하마 1·2호기(후쿠이현), 규슈전력의 겐카이 1호기(사가현) 등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 정도된 노후원전 5기에 대한 폐로 방침이 한꺼번에 결정됐다. 3·11 원전 참사 이후 강화된 새로운 원전 안전 규제 기준에 맞춰 이들 노후 원전을 보수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전력회사들이 “노후원전 재가동은 채산성이 안맞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는 한국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미국의 원전 비율은 현재 19%,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의 일본은 28%였지만 한국은 그보다 훨씬 높은 40%대에 육박하고 있다. 노후 원전 가동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전력회사들은 “계속 운전을 해도 경제성이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