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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한반도 배치 땐 한-중 관계 타격/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18. 09:11

정치

외교

중국, 사드는 자국 겨냥이라 여겨…“한반도 배치 땐 한-중 관계 타격”

등록 : 2015.03.17 20:39 수정 : 2015.03.17 21:55

‘배치 반대’ 공개 압박 왜?
중국 내 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중국 견제 실익은 미국이 챙기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 몫 될것”

한국과 미국이 17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에 관한 중국의 문제 제기를 일축하자, 중국 외교부는 곧바로 “우리는 유관 국가(한국, 미국)가 관련 결정을 신중하게 해주기를 바란다” “한 나라가 안보를 도모하려면 다른 나라의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방한 중인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16일 “(사드에 관한) 중국 쪽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하길 바란다”고 한 데 이어 한-미 대 중국의 공방전 양상이 벌어진 셈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강한 반발에는 사드가 한국이나 미국의 발표대로 북한을 겨냥한 것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인식이 바탕에 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려 한다면 장사정포 등 단거리포를 주로 사용할 것이며 중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필요성이나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렇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필요성이 없다.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목적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왕쥔성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도 “중국의 한반도 주변 외교의 핵심은 정세 안정이다. 하지만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중 관계뿐 아니라 한-러시아 관계도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북한의 반대 역시 격렬해 주변 정세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견제와 고립화라는 실질적인 이득은 미국이 챙기는 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이 안게 되는 결과가 닥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중국이 용인할 수 있는 한반도 안에서의 한-미 동맹이라는 한계를 넘는 것이며, 사드의 핵심인 엑스(X)밴드 레이더의 탐지 반경이 2000㎞를 넘어 베이징 등 중국 수도권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중국의 핵심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여긴다. 한 소장 학자는 “중국이 지난해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재연기에 별다른 언급을 안 한 것은 이 문제가 한반도 안에서 이뤄지는 한-미 동맹의 행위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사드는 한반도를 넘어 중국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쪽이 엑스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줄이거나 방향을 북한 쪽으로 향하게 하면 중국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중국 쪽에서는 ‘중국이 이를 직접 검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 전문가들은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한-중 관계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한다. 왕 연구원은 “만일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다면 한-중 신뢰관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영향은 두 나라 사이의 경제나 무역, 인적 교류까지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지금까지는 무난한 한-중 관계 덕에 넘어갔던 무역 관련 분쟁이 확대되고, 중국 당국이 한국 기업을 겨냥한 법규 적용을 강화하는 등 한국 쪽에 경제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경색된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다시 굳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미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추진해 중국과 마찰을 빚었던 이명박 정부 때처럼 한-중 관계가 경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당연히 한-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한-중 간 경제 등 여러 분야의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관계 손상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