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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중국에 적극 대응 전환... 외교갈등/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18. 09:06

정치

외교

한·미, 중국에 적극 대응 전환…외교갈등 비화 우려

등록 : 2015.03.17 21:52 수정 : 2015.03.17 22:16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미, 중국에 동시 반격

한·미가 17일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와 관련해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장조리의 전날 발언을 한목소리로 정조준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미가 이를 둘러싼 중국의 지속적인 이의 제기를 더는 그냥 두고 보지 않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과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가 이날 일제히 류 부장조리의 발언에 대해 “부당한 간섭”이라는 취지로 반박하고 나선 것은 한-미 간 사전 조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사전에 미국 쪽과 발언 내용을 조율하진 않았지만, 전날 류 부장조리의 발언에 대한 우리 입장이 정해진 뒤 미국 쪽에 이를 통보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사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미국의 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고, 결정도 안 내렸다’는 이른바 ‘3노’(NO)를 되뇌어왔다. 미국도 최근 “사드 배치 후보지 조사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지만, 여전히 “한국과 협의한 적이 없고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기조로 삼아 왔다. 이런 태도에 견줘보면 이날 한·미의 태도는 훨씬 공세적인 것이다.

정부 당국자 “우리 입장 정해진 뒤
미국 쪽에 통보해준 걸로 안다”

중국 문제제기 제동 걸지 않으면
앞으로도 밀릴 수 있다 우려한듯

중, 갈등 수위조절 나설 가능성도
상황 해소되지 않는한 불씨 여전

이런 변화에는 중국의 문제 제기를 계속 두고만 볼 경우 앞으로도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자칫 사드 배치 문제를 안보 차원에서 검토나 협의도 해보지 못한 채 중국의 압력에 ‘없던 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류 부장조리의 전날 발언을 듣고 중국의 압력이 점점 더 거세져 간다고 판단했다”며 “이 지점에서 분명히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앞으로 사드 문제를 두고 중국의 개입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고 말했다.

류 부장조리의 전날 발언 수위나 강도는 애초 정부 예상보다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동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저해한다”며 완곡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지난달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도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지만, 발언 내용은 간접적으로 전달된 전언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류 부장조리는 ‘중국의 우려와 관심을 중요하게 여겨달라’고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정부를 압박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 말도 안 한다면 ‘정부는 뭐 하냐’는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대변인은 이날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우리 주도로 판단한다”며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적 안보 이익”을 고려 대상으로 제시했다. 결정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이 주체적으로 할 것이니 간섭 말라는 메시지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정부가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과 ‘안보이익’에 대해 긍정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민구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중국이 이 메시지에서 위안을 찾을 순 없을 것 같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하긴 했으나, “한 국가가 자국의 안전을 도모하려면 반드시 다른 국가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지역의 평화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해 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사실상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기적으로는 중국도 중-일 관계나 미-중 관계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계속 갈등의 수위를 높이기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조절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사드 배치를 심각한 자국의 전략적 안보이익 침해로 느끼는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어떤 형식으로든 반발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최악의 경우, 한-중 관계가 크게 훼손되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