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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사드 갈등' 뒤엔 군사대결 구도/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20. 09:11

정치

국방·북한

미국-중국 ‘사드 갈등’ 뒤엔…센카쿠 등 둘러싼 군사대결 구도

등록 : 2015.03.19 19:48 수정 : 2015.03.19 22:19

중국, 유사시 미군 진입 막으려
미사일·핵잠수함 배치 전략 세워
미국은 공해상 전투 전략 마련
주한미군 사드 배치땐
중국 군비확충→미국 대응 ‘악순환’ 우려

중국이 류젠차오 외교부장조리의 방한을 계기로 주한미군의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응도 점점 단호해지고 있다. 한·미는 그동안 “아직 결정된 바 없고 한·미간 협의도 없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였으나, 이젠 “간섭하지 말라”며 정면 대응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주한미군도 최근 사드 배치 후보지 조사를 했다고 처음 확인하는 등 속도를 내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당장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요격수단인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자국의 핵심 군사안보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공산이 크다.

중국이 구체적인 반대 이유를 공개한 적은 없다. 그러나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가 유사시 미국의 전력 투사를 차단하기 위한 ‘반접근(또는 접근 차단) 지역거부’(A2/AD) 전략을 겨냥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접근 지역거부 전략은 대만이나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 등 유사시 미군 전력의 접근을 차단하고(반접근) 미군의 효과적인 기동작전을 막겠다(지역거부)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둥펑(DF)-21 탄도미사일과 신형 대함순항미사일(ASCM), 핵추진 잠수함 등을 개발 배치해 미 해·공군 전력의 진입을 ‘제2 도련선’(해상방어선)과 ‘제1 도련선’을 기준으로 차례로 막겠다는 시나리오를 마련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대목은 중국의 이런 반접근 지역거부의 타격 대상에 주일미군기지뿐 아니라 주한미군 기지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특히 오산과 군산 공군기지가 미 공군전력의 발진 기지가 될 것을 우려해 이 곳을 미사일로 기습해 무력화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중국은 주한미군 기지가 대북 억제력뿐 아니라 대중국 견제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의심해왔다. 특히 한·미가 2006년 1월 주한미군의 자유로운 한반도 출입을 보장한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뒤 중국의 의구심은 더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이 붙박이군이 아니라 미군의 필요에 따라 어디든 전개될 수 있는 전력임이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미군도 이런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 전략에 대항하기 위해 공해전(ASB) 개념을 마련해두고 있다. 공중, 지상, 해상, 우주 및 사이버 영역에 걸친 통합작전으로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를 뚫고 효과적인 전력 투사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군의 후방 부대 및 기지를 방호하기 위한 노력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실제 2012년 공해전투국까지 창설해 공해전 개념을 가다듬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 군사안보 전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은 주한미군 기지를 견제할 수단을 상실하게 된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중국이 사드 반대의 이유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 전략적 균형의 훼손 등을 끄집어내는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동북아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은 유사시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견제 수단을 새로 확보하기 위해 군사적 대안을 찾아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자칫 미-중 간 군비경쟁을 넘어 동북아 군비경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 당국자는 “중국의 반대가 그동안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사드의 엑스(X)-밴드 레이다가 중국 내륙까지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미-중 사이 군사 안보 전략의 핵심적 이해관계라는 큰 틀에서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이 군 당국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