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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중 ‘사드’ 놓고 공개대립/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18. 09:03

정치

외교

한·미-중 ‘사드’ 놓고 공개대립

등록 : 2015.03.17 21:58 수정 : 2015.03.17 22:24

국방부, 중국 겨냥 “주변국 영향력 행사하려 해선 안돼”
미 차관보 “배치안된 시스템, 제3국이 강하게 나서 의아”
중국 외교부 “신중히 결정해달라” 거듭 우려 표명

한국과 미국이 17일 비슷한 시각에 유사한 수위로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문제제기를 정면 반박했다. 사드 문제를 두고 미-중 두 강대국 간에 불붙은 ‘서울 외교전’에서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 쪽의 손을 먼저 들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중국이 재반박하고 나서는 등 사드를 둘러싼 한국과 주변국의 외교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방한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우려 표명에 대해 “아직 배치되지 않고 여전히 이론적인 문제인 안보 시스템에 대해 3국(중국)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나선다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전날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중시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러셀 차관보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조태용 외교부 차관을 예방하고 난 뒤 오전 10시52분께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의한 상당한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미국) 군 당국은 한국과 한국 시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고려할 책임이 있다”고 밝혀, 사드의 한국 배치 필요성을 에둘러 제시했다.

그는 또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가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은행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강조한 뒤 은행 운영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함으로써, 한국이 3월 시한인 창립 멤버로 참여하는 데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비슷한 시각인 오전 10시30분께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주변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 나름대로 입장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주변국’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류 부장조리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러셀 차관보보다 더 직설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셈이다. 김 대변인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관련 문제는 점증하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책과 대응책 관점에서 비롯된 사안”이라며 “국방부는 만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관해 미국 정부가 결정해서 협의를 요청해올 경우, 군사적 효용성, 국가안보 이익을 고려해서 우리 주도로 판단하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당국자는 “김 대변인 발언이 외교부 등 다른 부처와 조율된 정부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부처 간에) 메시지 조율은 없었다”고 이를 부인했다. 그는 한·미의 발언이 비슷하다는 지적에도 “사드는 한-미 간에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3자가 나서지 말라’는 한·미의 메시지에 대해 중국은 “한 국가가 자국의 안전을 도모하려면 반드시 다른 국가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지역의 평화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며 재반박했다.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 대변인 발언과 관련해 “우리는 유관 국가(한국·미국)가 관련 결정을 신중하게 해주기를 희망한다”며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청와대는 두 강대국 눈치를 보느라 사드의 쟁점화를 원하지 않지만, 국방부 등 부처가 말을 듣지 않는 양상”이라며 “조율 임무를 맡은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가 제구실을 못해 불필요한 외교 분란을 초래하니 큰일”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