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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드 외교전, 한국정부 '전략적 모호성'/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16. 14:20

정치

국방·북한

미-중, 사드 외교전 불 붙는데…정부 ‘전략적 모호성’ 언제까지

등록 : 2015.03.15 20:15 수정 : 2015.03.15 22:18

러셀·류젠차오 차관보 동시 방한
원론적 입장 전달에 그쳐도
한국정부로선 가시방석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겹치는 시기에 방한함에 따라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미-중 간 줄다리기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방한은 특히 최근 국내에서 여당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불거지는 등 사드 논란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미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고 한국 정부와 협의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내부 검토가 상당 부분 진척됐을 것이란 방증도 여기저기 포착된다. 우선 주한미군이 지난 12일 사드 배치를 염두에 두고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한 비공식 조사가 진행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과거 조심스럽던 태도와는 조금 다른 기류다. 그동안 미군이 사드 배치 후보지를 조사했다는 보도는 지난해 여러 차례 국내외 언론에 나왔으나, 한 차례도 확인해준 적이 없다. 과거 사드 배치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가 반발이 나오면 취소하는 정도의 ‘군불 때기’에서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는 여전하다.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달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고,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도 “어떤 국가가 자신의 안보를 추구할 때 반드시 다른 나라의 안보와 지역 평화, 안전,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의 사드 배치 움직임을 겨냥했다.

중국은 최근 새누리당에서 사드 배치 공론화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인 것이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이후 한-미 동맹이 강조되는 한국 내 여론의 향배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우려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중국의 미사일 전력을 무력화해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미사일방어 협력체제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에 대한 경계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방한하는 러셀 차관보와 류 부장조리가 사드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주문을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사안의 성격상 국무부나 외교부의 일이라기보다는 국방 관련 사안이기 때문이다. 거론하더라도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하고 강조하는 선에서 언급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한국과의 물밑 접촉 창구가 미국보다 제한된 중국 쪽 류 부장조리가 좀 더 강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중 양국 사이에서 상반된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사드 도입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런 ‘전략적 모호성’에 기대어 어려운 상황을 피해 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당분간 조심스러운 외줄타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결국에는 미-중 간 갈등 사안을 조율하고 헤쳐나갈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워싱턴·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