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찰하기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한승동/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4. 8. 21:44

문화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

등록 :2015-04-02 20:00

한승동의 독서무한

질주하는 중국
니와 우이치로 지음, 이용빈 옮김/한울(2015)

2013년 워싱턴의 비영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39개 국가 및 지역을 대상으로 미국과 중국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했다. 각국 조사대상자들에게 중국을 ‘우리 편’, 아니면 ‘적’으로 생각하는지를 물은 항목에서 ‘우리 편’으로 생각하는 일본인은 5%밖에 되지 않았다. ‘혐중파’가 95%란 얘기다. 미국과 유럽에선 40~50%, 남미와 아프리카에선 60~80%가 중국을 ‘우리 편’이라고 대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를 인용한 <질주하는 중국>의 지은이 니와 우이치로(76)는 한국과의 관계도 그러하다며 이렇게 썼다. “일본이 우선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일본인은 당연하게 여기는 ‘혐중’ ‘증한’(憎韓, 한국 증오) 경향이 국제적 시각에서는 상당히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특수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시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로 한창이던 중-일 간 ‘영토분쟁’이 조사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당시 중국 주재 일본대사였던 니와는 이시하라 신타로 당시 도쿄도 지사의 센카쿠 구입계획 발언과 관련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계획이 실행된다면 중-일 관계에 대단히 심각한 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대답했다가 혼쭐이 났다. 졸지에 ‘친중파’가 되고 ‘매국노’라는 욕까지 들었다. ‘중국 경도파’ ‘미중(媚中, 중국 아첨)파’ ‘약요(弱腰, 저자세) 외교’ 등도 동원했다.

니와는 이를 두고 ‘일본의 지적 쇠퇴’라 한탄하면서 자신은 ‘애국친중’이라고 주장했다.

니와는 대기업 이토추상사 회장까지 지낸 상사맨으로 30년 이상 중국과 거래해 온 중국통이며, 2010년 6월부터 2012년 말까지 중국 주재 일본대사로 있었다. 그는 2009년 8월 총선에서 압승해 정권교체에 성공한 민주당 정부의 대중국정책 브레인이자 현장 총지휘자였다가 2012년 말 아베 정권 재등장과 함께 물러난 사람이다.

민주당 실세들은 당시 미국 일극체제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중국·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비롯한 아시아 중시 정책을 폈다. 이에 놀란 미국이 이를 노골적으로 견제했고, 오키나와 미 해병대 기지 이전 문제를 빌미로 하토야마 유키오를 압박했다. 하토야마는 총리직을 1년도 못 채우고 물러났고 민주당 정권은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질주하는 중국>은 미국 매파 및 그들과 손잡은 일본 우파 등 전통적 기득권 세력의 담합 앞에 좌절당한 민주당 정권 아시아 중시파들의 시각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중국의 대문제>인데, 지금 중국이 안고 있는 경제와 인구, 도시-지방 격차, 소수민족 문제, 중-일 관계 등을 오랜 체험과 노하우를 지닌 전문가의 시각으로 짚어보는 책이다.

일본이 중국엔 40년, 한국엔 20년 앞서 있다는 자부심을 피력한 니와는, 중국은 문제가 많지만 일본이 지금처럼 가다가는 그런 중국에 머지않아 패배할 것이라는 걱정을 쏟아 놓는다.

한승동 문화부 선임기자
마지막 장 ‘일본이라는 문제’에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담겨 있다. 거기서 니와는 양적으로는 거대중국과 한국 등의 신흥국들과 상대하기 어려운 만큼 소프트 파워를 키워 질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일본이 살길임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교육 후진국이 돼가는 일본, 35%에 이르는 비정규직 증가, 특정비밀보호법 제정과 같은 통제장치 강화 등이 일본국가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남의 얘기 같지 않다.

한승동 문화부 선임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