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댓불을 보면서
먼 항해의 길을 헤쳐 왔는데
등대를 세운 사람은 세상에 없고
불 밝히는 사람만 어둠을 사린다.
살아있음은
사라진 사람들과 사라지는 사람들의 덕택이고,
지난날이 선(善)과 어리석음으로 뒤엉켜
구분하기 어렵다면
또한 어리석기 때문이리라.
현실에 취한 자는
절망을 만나고,
과거를 기억하는 자는
슬픔과 희망을 마신다.
신(神)은 우주공간 저편에서 머물고
생명체에게 시선이라도 줄지
유전자에 새겨진 암호는 무심하다.
체온을 나누며 살았고,
머리를 맞대고 말했던 시간은
해도(海圖)를 만들었는데
시선에서 사라졌다고 기억하지 못하면
희망을 버리고 슬픔만 간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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