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무소유 스님의 입적

이윤진이카루스 2010. 8. 2. 08:36

대학입학금을 달라고 아버지에게 갔다가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고 거절당한 여고생은

한국문학에서 걸작을 남겼고,

공납금을 빌리러 갔다가 거부당한 학생은

무소유라는 이념으로 불교의 거목이 되었다.

 

목표를 정하고 살아도 목표는 보이지 않고

종착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식만 명료한 것은

산을 오르면서 산봉우리가 가려있고

눈앞에 절벽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유하려 않겠다는 무소유처럼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늘 인식되는데

스님은 소유를 거부하여 우주를 보았다.

 

삶은 부정을 통해서 긍정에 도달해야 하는데

경쟁하라고, 싸우라고 사람들은 긍정을 내뱉는다.

외적이 아테네에 침입했다가 패주한 것을 기념하여

마라톤 달리기를 하는 것이 경쟁인지,

야만을 빼고 세상 어디에서 선제공격을 하는지,

주인과 나그네가 바뀌어 도처에서 경쟁이 음흉하다.

 

자본주의는 물건을 많이 만들어

모든 사람에게 팔려는 목적인데

자본을 무한히 즐기는 세태가 되었고

조류를 거슬러 가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천만년 살듯이 틀어쥐어도

어김없이 세월은 지나간다.

 

경쟁의 최대치는 전쟁일 터인데

힘센 자에게 대항해서 싸우라면

다윗처럼 기지라도 있으면서 용감해야 되는데

머리를 빼고 어찌 약한 자가 골리앗과 대적할지,

약한 자는 짓밟으라는 이야기인데

동물처럼 살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누군가 제 정신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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