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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이야기 / 김양희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4. 16. 10:24

사설.칼럼칼럼

[유레카] 마주이야기 / 김양희

등록 :2015-04-15 19:03

 

‘대화’를 순우리말로 풀어 쓰면 ‘마주이야기’가 된다. 몇몇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 시행중인 마주이야기 교육은 아이와 부모 혹은 선생님이 마주 앉아 말하고 듣기를 하는 데서 출발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 아이와 나누는 이야기를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 어른 말투와 화법 그대로 공책에 적으면 된다. 기억의 각색을 막기 위해 휴대폰의 녹음 기능을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딱히 주제는 필요 없다. 단체 생활이든, 날씨 이야기든 아이의 말을 듣고 같이 웃어주고 함께 고민해주고 그냥 적기만 하면 된다. 아이가 엉뚱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 아이는 자신의 말이 글이 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짧은 동화를 읽듯 좋아한다. 20년 넘게 유치원에서 마주이야기 교육을 해온 박문희 원장(<마주이야기, 아이들은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의 저자)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치기보다 엄마, 아빠, 선생님이 아이들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을 끊임없이 귀담아들어주고 알아주고 감동해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말한다. “아이들 말을 어떻게 하면 더 들어줄 수 있을지를 알아내면서 아이들 말로 교육해야 한다”는 말 또한 곁들인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마주이야기의 효과는 한 대학 연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프레드릭 지머먼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이 200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0~5살 아이의 언어 구사력 평가에서 그저 부모가 동화책만 읽어준 아이보다 (옹알이를 하더라도) 부모와 함께 소통하며 대화를 나눈 아이의 점수가 평균 6배가량 더 높게 나왔다. 지머먼 박사는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이에게 스스로의 생각을 말할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세월호에 갇혀 영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보며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마주이야기 공책의 첫 장을 펼칠 가장 적당한 시기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 아닐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