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중도, 친한도, 친일도 아닙니다. 단지 친역사(pro-history)인 젊은 학자일 뿐입니다.”
지난 2월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반대하는 미국 역사학자들의 집단성명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28일 “(그 이후) 나에게 친중이니 반일이니 하며 항의하는 이메일이 일본에서 날아온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내가 ‘북한 스파이’라는 내용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 플레넘 2015’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이날 기자간담회를 했다.
더든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 출신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수학한 적도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동북아 역사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미국역사협회(AHA) 소속 역사학자 19명과 함께 서명한 ‘일본의 역사가들과 함께 서서’라는 성명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과 다른 국가의 역사교과서 기술을 억압하려는 최근의 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성명 발표 뒤 그에겐 살해 위협이 담긴 전자우편까지 날아왔다. 그는 “증오 메일이 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은 했다”면서도 “하지만 입증된 역사적 사건이고 새로운 게 아닌데도 그토록 큰 반발이 나왔다는 점은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을 방문중인 아베 신조 총리에게 과거사에 대한 적극적인 반성을 주문했다. 그는 “(29일로 예정된) 상하원 합동연설이 결정된 뒤 우리는 그가 (사죄, 침략 등) 어떤 단어를 쓰지 않는지, (사과 등)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쓰는 데 대해 “누가 그런 인신매매를 가했는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1993년 발표된) 고노 담화는 일본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며 아베 정부도 명확히 국가 책임 인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사진 아산정책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