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충북 제천 청풍호 기행/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5. 7. 12:38

esc

우뚝 솟은 저 바위 “아주 걍 똑같네그랴”

등록 :2015-05-06 20:46

 

충북 제천 동산 자락의 남근석.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충북 제천 동산 자락의 남근석.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충북 제천 청풍호 기행…소부도골 바위들 구경하고 청풍호 내려보며 막걸리 한잔이면 신선놀음
산마다 연초록빛 구름들이 피어오른다. 아침저녁 새단장하며 시시때때 자라나는 신록의 구름이다. 구름 하나에 백 가지 나무가 우거져 천 가지 빛깔로 반짝이는 철이다. 이맘때 이 땅에선 어느 산길, 어떤 들길 하나 반짝이지 않는 곳이 없다. 이토록 푸른 오월의 산과 들판이니, 어린이도 어버이도, 부처님도 스승님도 각자 즐기는 방식으로, 아니 노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청풍호(충주호)의 고장 충북 제천의 산들도 맑고 따스한 봄바람 속에 뭉게구름 몸집 키우기가 한창이다. 새순 우거진 초록 숲이 물길·산길 휘감으며 굽이친다. 고단한 일상 잠시 내버려두고, 청풍호 물길 따라 산길·계곡길 거닐며 맑은 바람 쐬어볼 만하다. 새로 선보인 초록 바람에 몸과 마음을 흠뻑 적시고 돌아오는 여정이다.

수해나서 부서진 절 옮기는데
소 한마리가 나타나 돕더라
다 옮기고 소가 죽었는데
고마워 장사지내고 화장했더니
사리가 엄청 나왔다더라

신기하고 아름다운 소부도골 바위들

“아주 걍 똑같네그랴. 멋져, 멋쟁이.” 50대 등산객이 바위 주변을 돌며, 이리 살피고 저리 매만지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제천시 금성면 청풍호반의 동산(東山·986m) 자락 바위능선에 우뚝 솟은 거대한 남근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작성산·동산을 한바퀴 돌고 있다는 이 남성은 “이번 산행길에 만난 서너개의 남근바위 중에서 요놈이 가장 크고 잘생긴 바위”라고 했다. 모름지기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했지만, 높이 3m가량에 지름 1m50쯤 되는 이 바위는 아마도 전국 남근바위(또는 촛대바위) 중에서도 크기와 모양에서 으뜸일 듯싶다.

남근석도 늠름하지만, 전망도 빼어나다. 신록에 감싸인 무암사와 암벽 등반으로 이름난 배바위, 그리고 멀리 청풍호 물길까지 눈에 잡힌다. 남녀 산행객들 깔깔거리며 쓰다듬고 사진 찍는 가운데, 남근석을 둘러싼 쇠물푸레나무 흰 꽃들도 바람 불 때마다 몸을 흔들며 자지러진다. 무암사 앞 소부도골 물길에서 30분쯤 가파른 산길을 타면 남근석에 닿는다.

등산객들이 3~4시간 순환 산행 코스로 많이 찾는 작성산·동산 자락엔 장군바위·낙타바위·쇠뿔바위·안개바위 등 남근석 못지않은 이색 형상의 바위들이 많다. 동산과 작성산 사이로 길게 파고든 골짜기가 ‘소부도골’이다. 무암사 앞에서 물길 따라 200여m쯤 오르면, 왼쪽에 작성산 이정표가 나타난다. 여기서 200m쯤 산길을 타면 소의 뿔을 닮은 바위가 나타난다. 산행객들이 쌍과부바위라고도 하고 쌍촛대바위라고도 부르는 쇠뿔바위다. 소부도골 지명에 얽힌 전설과 연관돼 있는 바위다.

무암사 극락보전 축대 돌틈에서 피어난 금낭화.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무암사 극락보전 축대 돌틈에서 피어난 금낭화.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쇠뿔바위 오르기 전 이정표 지점 왼쪽 숲 안에 부도 2기가 세워져 있다. 안내판도 없어, 못 보고 지나치는 이들이 많다. 오른쪽 부도엔 ‘수월당’이란 글씨가 또렷한데, 왼쪽 큼직한 부도는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바윗덩이 몸매에, 지붕돌도 없는 모습이다. 이것이 소의 사리를 묻었다는 소부도다.

소부도골(무암골) 들머리 마을 성내리 주민 정인철(74)씨가 말했다. “어릴 때 어른들한테 들은 얘기여. 무암사는 원래 지금 산악체험장 건너편 절벽 밑에 있었는데, 수해가 나 절이 부서졌댜. 그래 골짜기 위쪽으로 절을 옮기는데, 소 한 마리가 나타나 돕더랴. 소 등에 서까래도 싣고 절 세간도 실어 놓으면, 저 혼자 지금 절 자리까지 옮겨놓고 저 혼자 다시 내려왔디야. 다 옮기고 소가 죽었는데, 고마워서 장사 지내고 화장을 했더니, 사리가 엄청 나왔댜. 그래서 소부도가 생긴겨.”

부도 옆에 소부도에 대한 간략한 설명판이 있긴 한데, 훼손된 채 바위 밑에 방치돼 있다.

소부도골 물길은 무암사 위 100여m 지나면 끊기고 마른 골짜기와 작은 물웅덩이만 간간이 이어진다. 골짜기로 곧장 오르면 새목재 거쳐 동산으로 갈 수 있지만, 대부분 산꾼들은 쇠뿔바위 쪽으로 올라 까치성산~작성산~새목재~동산~중봉~성봉(상봉)~남근석~무암사의 순환코스를 탄다.

무암사 석간수 한모금에 가슴까지 서늘

안개가 피어올라야 모습을 드러내는 바위가 있다 해서 무암사(霧巖寺)다. 무암사 주변엔 거대한 바위들과, 바위를 타고 앉은 듯 자라난 느티나무들이 즐비하다.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어렵사리 몸집을 키워온 나무들이다. 절 문간 돌계단 옆에도 거대한 바위 두 개가 서로 기대어 있고, 그 위로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걸터앉아 있다.

눈길을 끄는 게 두 바위가 이룬 석굴이다. 석굴 안에 설치된 디딜방아가 이채로운데, 공양 때 쓸 곡식을 빻던 디딜방아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돌확을 방앗공이와 함께 흙으로 덮어놓았다. 석굴 안쪽엔 김치를 담가뒀다는 항아리들이 묻혀 있고, 더 안쪽 끝에는 석간수 샘터가 있다. 샘물을 마시려면, 몸을 낮춰 기다시피 하며 들어가야 한다. 비좁고 어둡고 으스스한 샘터에 혼자 쪼그려 앉아 맛보는 차고 묵직한 샘물, 등골까지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석굴 입구에서 천장 쪽을 보면 땅을 가리키는 석가모니 손가락(항마촉지인) 모양의 큼직한 바위도 보이고, 달마상을 닮은 작은 바위무늬도 보인다. 옛날엔 무속인들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라고 한다. 바깥쪽 바위 표면엔 선사시대 신앙 흔적으로 알려진, 크고 작은 홈(성혈)들이 곳곳에 파여 있다.

민가의 문간채 쪽문을 닮은, 요사채의 좁은 복도식 입구로 들면 보자기만한 절 마당에 나온다. 마당 담 곁에서 바라보는 동산 자락의 바위들과 신록이 아름답다. 하지만 돌아보면 답답해진다. 하늘을 덮은 연등들이, 목조아미타여래좌상(도유형문화재·조선후기)을 모신 극락보전을 지워버린다. 극락보전 앞 석축 돌틈에 뿌리를 내린 금낭화만이 꽃답다. 가지를 길게 뻗어 분홍빛 꽃무리를 드리웠다.

무암사 옆 석굴의 옛 디딜방아.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무암사 옆 석굴의 옛 디딜방아.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청풍호 전망 보고 산중막걸리 딱 한잔

청풍호(충주호) 주변의 산길·마을길을 이어 조성한 탐방로가 ‘자드락길’(나지막한 산기슭으로 난 비탈길이란 뜻)이다. 7개 구간으로 나뉘는 총 58㎞ 길이의 자드락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가 제6구간인 괴곡성벽길이다. 빼어난 청풍호 전망과 울창한 숲을 함께 품은 산길이다.

옥순대교 옆 옥순봉쉼터에서 괴곡리~전망대~다불리~고수골~지곡리로 이어진 9.9㎞의 산길로, 4시간짜리 코스다. 괴곡리에서 가파른 산길을 타고 올라 나무데크 전망대 및 나선형 전망탑에서 청풍호 물길과 신록으로 덮인 산줄기 풍경을 감상하고 원점으로 내려오는 이들도 많다. 괴곡성벽이란, 괴곡리 주변 물길을 따라 성벽처럼 이어진 산줄기를 뜻한다.

괴곡성벽길 탐방객들이 들러 쉬면서 막걸리 한잔 마시고 가는 곳이 있다. 전망대에서 다불암 방향으로 내려가다 만나는 산중 주막 ‘산마루주막’이다. 다불리 주민 심상원(71)·이남순(64)씨 부부가, 옛 흙집 농막(농사용 창고)을 수리해 쉼터 및 민박집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휴대전화도 잘 안 터지는 농막에서 심씨 부부는 손두부·부침개·솔잎막걸리(각 5000원)를 준비해 손님을 맞는다. 걸쭉한 솔잎막걸리도, 고소한 두부도, “들크므레한 맛(단맛)에다 몸에도 좋은 황정(둥굴레) 부침개”도 부부가 직접 담그고 만들어낸다. 전기는 안 들어와도 “빠떼리로 나지오도 듣고, 엘이디 등불도 밝힌다.”

소부도골 무암사 스님이 사다리를 타고 나무에 올라가 “살짝 데쳐 먹고, 전도 부쳐 먹을” 가죽나무 순을 따고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소부도골 무암사 스님이 사다리를 타고 나무에 올라가 “살짝 데쳐 먹고, 전도 부쳐 먹을” 가죽나무 순을 따고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괴곡성벽길 산길에 드리운 눈부신 신록의 발치엔 지금 딸기꽃·각시붓꽃·양지꽃 들이 만발해 발길을 더디게 한다.

오월의 신록을 더 즐기려면 백운면 백운산 자락의 덕동생태공원에도 들러볼 만하다. 실내외 자연학습체험장, 낙엽송 숲으로 둘러싸인 탐방로 등이 자리잡고 있다. 숲해설사가 대기하며 안내·해설을 해준다.

광활하게 펼쳐지는 청풍호 전망을 남녀노소 온 가족이 두루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청풍호 최고 전망대로 꼽히는, 청풍면 도곡리의 비봉산(531m)이다. 활공장이 자리잡은 정상까지 관광모노레일(길이 1.5㎞)이 설치돼 있어, 노약자라도 편안하게 앉아서 올라 빼어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호수를 발아래 깔고 활공하는 패러글라이딩 모습도 장관이다. 편도 23분 소요.

제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제천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 타고 강릉 쪽으로 가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우회전해 내려가 남제천나들목에서 나간다. 82번 지방도 따라 금월봉 지나 성내리로 간다. 성내리에서 무암사 들머리 주차장까지 차로 들어갈 수 있다.

먹을 곳 봉양읍 장평리의 ‘산아래’(사진)는 우렁쌈밥 등을 내는 친환경 식당. 유기농재배 채소들과 발아현미밥 등을 낸다. 주말 점심엔 줄을 서야 한다. 제천시 신월동 ‘대보명가’의 약초한정식, 청풍면 북진리 ‘황금가든’의 떡갈비, 학현리 잠박골가든의 백숙, 교리 ‘교리가든’의 민물매운탕 등.

봉양읍 장평리의 ‘산아래’
봉양읍 장평리의 ‘산아래’

묵을 곳 청풍면 청풍레이크호텔(평일 7만9800원부터), 북진리의 청풍호반드림레이크펜션(2인 평일 7만원부터) 등.

제천 관광마일리지 제천을 여행할 때 ‘관광마일리지’를 챙겨보는 게 좋겠다. 여행지의 정보무늬(QR 코드) 인증이나 스탬프 찍기로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제도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무늬를 인증하면 최소 500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고, ‘스탬프 북’에 여행지의 도장을 찍으면 5000원~1만원의 현금 기프트카드를 받을 수 있다. 이걸 제천시 45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제천역·박달재·배론성지 등 관광지 18곳과 체험여행지 28곳에 인증코드 안내판과 스탬프를 설치했다.

여행 문의 제천시청 (043)641-5114, 제천관광정보센터 (043)641-6731.

여행공책

코레일관광개발이 부산 국제야외오페라페스티벌(5월28~31일)과 연계한 ‘오페라 열차’ 상품을 내놨다. 서울~부산 왕복 케이티엑스와 숙박, 페스티벌 티켓이 포함된 자유여행(1박2일·20만8000원부터)과 해동용궁사·태종대 등 버스투어가 포함된 시티투어버스 여행(1박2일·24만9000원부터)이 있다. 레일크루즈 해랑을 이용한 2박3일짜리 코스(오페라 <아이다> 로열석 티켓 제공·219만원부터)도 있다. 1544-7755.

서브원 곤지암리조트는 5~8월 매주 토요일 어린이들이 전문 스포츠 강사와 골프(1, 3주차)·요가(2주차)·축구(4주차)를 배우고 즐기는 ‘곤지암 어린이 스포츠교실’을 운영한다. 골프·축구 2만5000원, 요가 1만5000원. 누리집(www.konjiamresort.co.kr)에서 신청. 회차당 20명. (031)8026-5080.

켄싱턴 제주호텔은 사계절 온수풀(수영장) 이름을 공모한다. 호텔 누리집(www.kensingtonjeju.com)과 페이스북·블로그·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참여(5월8~21일). 1등 1명에게 마린스위트 숙박권과 조·중·석식 식사권, 2등 3명에게 디럭스룸 숙박권을 준다. (064)735-8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