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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의식하는 미국인들과 미.일 동맹 강화/ 프랜시스 후쿠야마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5. 8. 08:24

정치외교

후쿠야마 교수 “박 대통령 ‘유체이탈 화법’, 대통령제에선 흔치 않아”

등록 :2015-05-07 20:04수정 :2015-05-08 00:57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
‘역사의 종말’ 저자, 한국에서 전문가 간담회
박근혜 대통령은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곧잘 ‘정치권이 알아서 풀기 바란다’는 식의 발언을 자주 한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이런 탈정치적 태도는 책임을 피하기 위한 자세이기도 하다. 한국의 이전 대통령들도 왕왕 이런 태도를 취했으나, ‘유체이탈 화법’이란 비판을 받는 박 대통령만큼 심한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해 <역사의 종말> 저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63·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대통령제에선 흔치 않은 일”이라며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한국을 방문중인 후쿠야마 교수는 7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한국처럼 스스로를 의회 정치와 동떨어진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에서도 흔한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특히 공화당 쪽 정치인들이 ‘워싱턴은 끔찍하죠. 난 워싱턴 사람이 아니에요’라며 정치인이 아닌 척하는 건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현상이지만, 현직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좀 다른 문제”라며 “위험한 경향일 수 있다”고 답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고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므로 권한이 강화될 수 있는데, (대통령이 정작 정치와 거리를 두려고 할 경우) 그 권한이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상징적 존재에 그치고 실질적 권력은 총리가 장악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중립’을 표방할 수 있겠지만, 한국처럼 많은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제도에선 대통령이 더 큰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후쿠야마 교수는 “(미국에서)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야당 등 반대파를 설득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성공하는 대통령들은 반대파까지도 잘 설득해 상당한 지지를 얻어내고, 그것이 좋은 정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서 “정치와 정치권은 각 당의 유불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국민을 위한 개혁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정치 비평’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후쿠야마 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근 미국 방문과 관련해 “어떤 미국인도 20세기에 대한 아베식 역사 수정주의적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아베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 뭔가 말하라고 했을 것이지만, 다만 중국에 ‘미-일 동맹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긴 힘들다는 한계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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