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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내부의 기득권을 없애려면 / 이동걸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5. 25. 08:40

사설.칼럼칼럼

[이동걸 칼럼] 야당 내부의 ‘기득권 없애기’

등록 :2015-05-24 18:39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꼴이 말이 아니다. 새정치연합이 이 꼴이 된 이유를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이 꼴을 고치지 못하는 이유도 다 알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 사람들만 모른다. 아니 새정치연합 내부 사람들도 모를 리 없다. 단지 알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갖고 있는 권력을 내놓아야 한다면 대한민국이 극락정토가 된들 무슨 소용이냐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국회의원을 못하게 된다면 대선에서 이긴들 내게 무슨 덕이 되겠나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손해 볼 일이 있으면 목숨 걸고 반대한다. 국민은 안중에 없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끼리끼리 모여 다른 사람들 몰아내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내 것을 건드리는 자, 안에 있든 밖에 있든 다 내 적이다. 진중권 교수가 잘 지적했듯이 이 모든 사태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도 못 고치는 것이다. 외부의 명망 있는 분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신다고 하지만, 내부에서 개혁할 생각이 없는데 부처님이 오신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새정치연합 내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혁신은 ‘너만 물러나라, 나는 아무 문제 없으니’다. 친노는 비노가 문제고, 비노는 친노가 문제다. 나만 아니면 누구라도 죽는 게 나에게 유리하다.

기득권을 가진 자, 절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 내가 기득권을 내려놓으면 손해는 큰데, 그로 인한 이익은 당과 국민 전체에 돌아가니 나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고 불확실하다. 포기할 리 없다. 스스로 내놓지 않으면 뺏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다수에게 분산된 잠재적 이익이 소수의 내부 기득권자에게 집중된 이익을 이기지 못한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기득권자들이 기득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기득권자들이 기득권을 고집할 때 사적으로 드는 비용은 거의 없는 데 반해(밑져야 본전),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매우 크다(당의 선거 패배). 이는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이 사회에 비용을 전가함으로써 사적 비용이 사회적 비용보다 작아지게 되는 것과 같다. 이 경우 개인이 그런 행위를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새정치연합 내에 기득권질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이를 경제학에서 외부성(외부불경제) 효과라 한다. 경제적으로 공해 유발 행위가 이에 해당하고, 새정치연합 당내 기득권자들의 기득권질은 그런 의미에서 정치 공해다. 이에 대해 경제학이 제시한 해결책은 ‘비용의 내부화’다. 즉 개인이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한 공해의 비용을 개인에게 되돌려 사적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득권자들이 기득권질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선거 패배)을 사적으로 내부화시키는 방법이 있는가. 필자는 기득권자들이 선거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당이 선거에서 지든 말든 나만 천년만년 국회의원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 방법은 당이 선거에서 질 경우 당선자든 낙선자든(모두 기득권자다) 다음번 선거에서 모두 교체함으로써 출마자 전원이 공동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당규를 바꾸면 새정치연합의 내부 기득권자들이 자기 자신만의 유불리에 얽매일 수 없다. 기득권이 없어지는 셈이다. 자신의 이익과 당의 이익이 합치되니 당을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게 되지 않겠는가.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새정치연합의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임한다면 훌륭한 혁신방안을 만들 것이고 또 이를 훌륭하게 실천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민의 열망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이 원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훌륭한 인재를 널리 구할 것이다. 새정치연합 구성원들의 능력이 부족하고 심성이 잘못되어 ‘이 꼴’이 된 것이 아니라 유인 구조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당선되더라도 당이 선거에서 지면, 다음 선거에 나보다 훌륭한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약속, 혁신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조국 교수가 말한 육참(肉斬)의 개혁이 되지 않겠는가. 과격한 주장이라고? 새정치연합은 그만큼 중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