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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사귀어야"/ 언론인 야스다/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6. 10. 07:21

국제일본

“이웃이기 때문에 좋든 싫든 사귀어야 지금의 어려움 넘어 새관계 가능할 것”

등록 :2015-06-04 21:49수정 :2015-06-05 14:22

 

[수교 50돌 새 한-일관계 탐색] (3) 멀고도 가까운 이웃
혐한 열풍 반대활동 언론인 야스다
독립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 사진 길윤형 특파원
독립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 사진 길윤형 특파원
최근 일본의 혐한 열풍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활동을 펼치는 사람 가운데 한명이 독립 언론인 야스다 고이치(50)다. 그가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엮어 낸 <거리로 나온 넷우익>은 한국에도 번역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최근 혐한 열풍에 대해 “한국의 영향력이 커진 것, 그리고 인터넷의 보급이 일본 사회에 숨어 있던 차별주의자들을 거리로 이끌어 냈다”고 분석하며 “일·한 두 나라는 싫든 좋든 이웃이기 때문에 싫더라도 사귀어야 한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인터넷 영향받은 차별주의자들
금기 깨고 거리로 나와 공개 시위
장기불황 자신감 상실도 한몫
다수는 차별 반대·우호관계 희망

-2003년 <겨울연가>의 유행 이후 10년 동안 한류 바람이 불었던 일본에서 2012년부터 혐한 열풍이 시작됐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실 이런 움직임은 일본에서 새로운 게 아니다. 새로운 것은 재특회와 같은 이들이 가두집회를 여는 등 눈에 보이는 장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변화의 배경은 인터넷 보급이다.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차별은 나쁘다. 전쟁은 안 된다’는 교육을 받는다. 때문에 그동안엔 드러나게 활동하지 못하던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의 금기를 깨며 거리로 나오게 됐다.”

-혐한 열풍의 배경으로 일본의 장기 불황을 꼽는 분석도 있다.

“예전 일본은 경제력으로 아시아 최고였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감을 잃었다. 이런 현실은 책방에 가면 금방 알 수 있다. 지금 팔리는 책은 ‘일본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보다 얼마나 뛰어난가’ 등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재특회는 보수나 우익이 아니라 단순한 차별주의자다. 인간은 왜 차별주의자가 될까. 자신감을 상실한 이들이 이를 회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한다. ‘한국에 독도를 빼앗겼다’는 식이다. 실제론 사람을 차별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면서 자신이 가해자라는 의식은 없고, 피해자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류에서 혐한으로 이어지는 일본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한국인으로서는 혼란스럽다.

“한국의 힘이 강해지고, 한국 가요나 드라마가 일본에 들어오게 되면서 이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늘었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 관련 정보를 쉽게 입수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흥미로운 변화다. 일본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한국 언론의 기사가 일본어로 번역돼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뭔가 말하면 그게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이를 본 일부 일본인들은 화를 낸다. 한국은 너무 가깝기 때문에 그만큼 증오의 감정이 생기기 쉽다.”

-최근엔 혐한 시위에 반대하는 ‘반대 행동’에 참여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여러 부류의 사람이 온다. 자이니치(재일동포) 친구가 있는 시민, 차별이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너희 같은 차별주의자는 일본의 수치’라고 생각하는 우익도 있다. 이들을 묶는 공통의 틀은 ‘차별은 안 된다’는 인식이다. 차별은 한국과의 관계에서만 문제가 아니고 일본 사회 자체를 파괴한다. 넷 우익들은 자이니치뿐 아니라 장애인, 원폭 피해자, 오키나와 기지 반대 운동을 하는 이들도 차별한다. 한국에서 ‘일베’가 세월호 유족들을 공격하는 것과 매우 닮아 있다. 이런 차별주의자를 용납해 버리면 사회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진다.”

-한국에도 보수적 민족주의 흐름이 있는데.

“일본에서 혐한 집회가 확산된 계기는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었다. 영토 문제는 국내의 다른 중요한 문제로부터 국민들의 눈을 돌리게 한다. 한국이 (역사 문제 등으로) 일본을 비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독특한 민족주의가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다고 너무 강조하면 자기 나라밖에 보지 못한다. 한국 대학에 강연하러 가면 ‘일베’와 같은 생각을 가진 학생들을 가끔 만난다.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이런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서 조금씩 늘어날지도 모른다. 양국은 좋든 싫은 이웃이다. 사귀어야 한다. 일본엔 차별에 반대하는 이들이 다수이고, 많은 이들이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희망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