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하와이 여행/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6. 10. 07:57

‘알로하 마음’ 담은 우쿨렐레의 고향

등록 :2015-06-03 20:48수정 :2015-06-04 11:17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에 나와 유명해진 ‘이터니티 비치’.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에 나와 유명해진 ‘이터니티 비치’.
[매거진 esc] 여행
음악밴드 ‘마푸키키’ 이동걸과 함께 떠난 하와이 음악 축제 여행·우쿨렐레 공장 탐방기
하와이 최고의 음악축제인 ‘나 호쿠 하노하노’(영광의 별)는 ‘하와이의 그래미’로 일컫는다. 올해 38번째로 열리는 대규모 음악행사로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다. 이 큰 행사에 우리나라 음악인의 앨범이 처음 후보에 올랐다고 했다. 2013년 결성한 밴드 ‘마푸키키’의 하와이 음악 앨범 <섈 위 훌라?>다. 마푸키키의 멤버 이동걸(39)씨, 음악잡지 <우쿨렐레 매거진>을 발행하는 ‘유크매니아’ 김상철(36) 대표와 함께 하와이를 다녀왔다. 두 사람은 최근 한국하와이문화협회를 창립하며 ‘하와이 문화 전도사’를 자임했다.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우리는 “수상할 것 같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코알로하 대표 앨런 오카미(왼쪽 사진 오른쪽)와 수제작자 폴 오카미. 창업주 앨빈 오카미(오른쪽 사진)는 연주까지 가능한 미니어처 우쿨렐레를 보여주었다.
코알로하 대표 앨런 오카미(왼쪽 사진 오른쪽)와 수제작자 폴 오카미. 창업주 앨빈 오카미(오른쪽 사진)는 연주까지 가능한 미니어처 우쿨렐레를 보여주었다.
우쿨렐레 제조사 코알로하에서 악기를 만져보고 있는 김상철(오른쪽)씨.
우쿨렐레 제조사 코알로하에서 악기를 만져보고 있는 김상철(오른쪽)씨.

노인도 소년도 보드 들고 바다로

“하와이를 지상낙원이라고 하는 데 이유가 있어요. 자연환경도 좋고, 사람들은 느긋하고 이방인을 환대해요.” 베이시스트 출신으로 5~6년 전부터 매년 한번 이상 하와이에 다녀갔다는 김 대표가 말했다. 지역의 대표기업 중 하나인 하와이안항공부터가 환대 문화가 남달랐다. 우리를 본사로 초청한 항공사 관계자는 회사의 상징이라며 하와이의 자연과 여성의 얼굴 이미지를 소개했다. 케빈 임 시니어 디렉터는 말했다. “비행기 꼬리에 그려넣은 하와이 여성 얼굴도 시대에 따라 바뀌어서 최근에는 보시다시피 턱이 날렵하게 깎여 있어요. 하하!” 유머 또한 하와이의 상징이다.

와이키키 해변에서는 노인 ‘서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와이키키 해변에서는 노인 ‘서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와이는 카우아이, 오아후, 몰로카이, 라나이, 마우이, 하와이 빅 아일랜드의 6개 주요 섬으로 이뤄져 있다. 오아후는 ‘하와이의 심장’으로, 그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이 있다. 현대적 서핑의 발상지인 와이키키에서는 파도타기(서핑)를 배울 수도 있다. 전설의 서퍼 듀크 카하나모쿠 동상이 두 팔을 벌려 맞이하고 있으며, 그의 목에는 꽃목걸이 ‘레이’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서핑을 하는 이들 가운데는 노인도 적지 않았고, 해변 옆으로 하프 마라톤 대회가 한창이었다.

호놀룰루 시내를 벗어나 동쪽 72번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시내에서 16㎞ 정도 떨어진 곳에 ‘할로나 블로홀’이 있다. 파도가 치면 물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인근 ‘할로나 비치’ 또는 ‘이터니티 비치’는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에서 버트 랭커스터와 데버러 커의 키스신 장소로 유명하며 와이키키보다 훨씬 호젓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길게 늘어선 모래사장 ‘샌디 비치’에는 원래 서핑보드의 절반 길이인 ‘바디보드’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하와이 인사법으로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치켜든 ‘근육질 소년’이 자기를 사진 찍으라며 불러세웠다. “내 사진, 메일로 보내줘!”

하와이 마지막 여왕이 살았던 이올라니 궁전.
하와이 마지막 여왕이 살았던 이올라니 궁전.
하와이 시내에는 1893년까지 하와이의 마지막 두 군주가 살았던 미국 유일의 왕궁이 있다. ‘이올라니 궁전’을 마지막으로 지킨 이는 8대 여왕 릴리우오칼라니였다. 실질적 통치권이 없던 비운의 여왕은 ‘알로하 오에’(Aloha ‘oe)를 작사·작곡했다. “그늘진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살고 있는 매력적인 그대여, 소중한 그대여, 당분간 안녕, 우리가 다시 만날 그때까지.”

우쿨렐레 3대 제조사 코알로하
음악인들이 찾는 명가
‘알로하’의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음악 전파

하와이 뮤지션들과 함께한 ‘마푸키키’ 이동걸(맨 오른쪽)씨. 현지에서 음악성과 앨범 완성도를 인정받아 후보자 자격으로 행사에 초대되었다.
하와이 뮤지션들과 함께한 ‘마푸키키’ 이동걸(맨 오른쪽)씨. 현지에서 음악성과 앨범 완성도를 인정받아 후보자 자격으로 행사에 초대되었다.
대를 잇는 우쿨렐레 공장

이번 여행에 동행한 ‘마푸키키’ 이동걸씨는 2009년 미국 인디애나에서 유학생활 중 우쿨렐레를 만나게 돼 하와이주립대로 옮겨 박사학위를 시작했다. 학업을 잠시 내려놓고 음악인으로 변모한 그가 최고로 꼽는 우쿨렐레 제조사 코알로하를 방문했다. 올해로 회사 설립 20년을 맞은 코알로하는 하와이의 대표적인 3대 우쿨렐레 제조사 가운데 하나로서 세계 12개국에 수출한다. 국내 기준으로 가격대는 70만~500만원선. 공명이 뛰어나고 음 지속성이 독보적이라 이곳의 악기를 고집하는 음악인이 많다. 기자 일행이 찾은 날도 하와이의 유명한 ‘기타 신동’이라는 이든 카이(16)가 아버지와 함께 공장을 방문해 악기를 구입하고 우쿨렐레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 회사는 1995년 일본계로 ‘파파’라는 별칭의 앨빈 오카미(71)와 ‘맘스’ 퍼트리샤 오카미(68)가 창립했다. 대표이사인 앨런 오카미(46)는 큰아들, 수제작자 폴 오카미(38)는 작은아들이다. 음악인 출신인 앨빈 오카미는 “1981년부터 플라스틱 제조공장을 하다가 함께 밴드를 하던 우쿨렐레 음악계의 전설 허브 오타(오타상)의 권유로 미니어처 우쿨렐레를 만들기 시작했고, 1995년 아내의 제안으로 이 회사를 창립했으니 아내가 창립주”라며 웃었다. 최근 값비싼 코나 나무가 아니라 소나무로 만든 우쿨렐레를 개발했다며 연주를 해주었다. “처음 만들었을 때 너~무 행복했어요. 소리 좋고, 치기 쉽고, 저렴해서 누구나 쓸 수 있다니까!”

이 회사는 11명의 직원들 모두 가족 같은 분위기로 유명한데, 사회공헌사업에 힘을 기울여 매년 전체 직원이 온갖 장비를 들고 하와이 빈곤 지역인 몰로카이섬의 아이들을 찾는 등 이웃을 돕는다. 사회공헌사업에 대해 묻자 앨런 오카미 대표는 “굳이 알리고 싶지 않다”며 금세 눈시울을 붉히고 울먹였다. “어릴 때 부모님은 돈이 없더라도 항상 누군가를 도왔어요. 뭐라고 딱히 설명은 못하지만 두 분의 마음이 이 회사에 녹아들어 있고, 그것이 ‘알로하’의 마음이라고 할밖에요.” 동생 폴 오카미도 거들었다. “코알로하는 ‘당신의 사랑’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인에게 ‘한’이란 단어가 여러 뜻이듯, ‘알로하’에도 많은 뜻이 들어 있어요. 사랑은 정의하기 힘든 것이니까요.” 가끔 우쿨렐레 주문제작이 들어오면 그는 오래 고객과 얘기 나누며 숙고한 뒤 악기를 깎는다. 한 70대 주문제작 손님과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대화를 하다 보니 그냥 문득 악기를 선물로 주고 싶었어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그는 말기 암 환자였고 자신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대요.” 그의 눈에도 눈물이 그득했다.

‘나 호쿠 하노하노’ 어워드 축하무대.
‘나 호쿠 하노하노’ 어워드 축하무대.

최고의 음악축제 나 호쿠 하노하노

드디어 ‘그날’이 왔다. 하와이 최고의 음악축제 ‘나 호쿠 하노하노’다. 과연 ‘하와이의 그래미’라고 할 법하게 무대가 근사했다. 몇시간 전부터 리셉션장에서 많은 음악인들과 관계자들이 한껏 멋을 낸 옷차림을 한 채 목에 꽃목걸이 ‘레이’를 걸어주며 수상을 기원했다. 한복 차림의 여성이 있어 말을 거니, 딸이 하와이대학에서 방문연구(비지팅 스칼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박근정(40·판사), 김주희(68) 모녀는 “하와이에서도 본격적인 하와이 음악을 제대로 들을 기회가 적어 일부러 행사 티켓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본식 이전의 ‘프리 쇼 어워드’ 시상식만 11개, 본식의 시상식 부문은 록, 재즈, 인터내셔널 앨범 등 무려 22개였다. 생방송 카메라가 어지럽게 오가는 가운데 많은 음악인들이 상을 받으며 울먹였다. 마푸키키가 후보에 오른 ‘인터내셔널 앨범’ 부문의 상은 아깝게 일본 음악인 쓰시마 겐타로에게 돌아갔다. 우리 일행은 다소 실망했지만, 그날 밤 준비했던 수상소감을 듣는 것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하와이 음악을 하기 위해 모인 이유는 하와이를 그리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한 것을 계속 멈추지 않고 사랑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티제이(조태준·기타·보컬), 영진아(김영진·베이스·보컬), 우리 대박이야!” 이미 대박은 난 것이나 다름없다. 아름다운 ‘알로하’의 정신을 배우지 않았는가!

하와이/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한국하와이문화협회 제공

하와이 여행 정보

하와이 호놀룰루 여행 지도
하와이 호놀룰루 여행 지도
● 호놀룰루 국제공항은 오아후섬에 위치한 하와이의 주공항. 대부분 방문객은 이곳으로 입국한다. 하와이안항공의 경우 인천~호놀룰루 상설 직항편이 매주 월·목·금·토·일요일 하루 한번 있다. 인천에서 밤 9시30분께 출발하며 당일 오전 11시(현지시각)에 도착한다. 소요시간은 인천~호놀룰루 9시간, 호놀룰루~인천 11시간30분. 하와이안항공을 이용하면 빅아일랜드, 마우이, 카우아이, 라나이섬에 매일 각 20여편씩 운항하는 국내선을 탈 수 있다. 각 섬 40~45분 정도 걸린다.

● 하와이는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철 기온이 높고 건조해 평균 섭씨 23~31도다. 요즘 날씨는 무척 뽀송뽀송하다. 12월부터 3월까지 겨울철은 조금 더 기온이 낮아 섭씨 20~27도. 무역풍의 영향 덕에 연중 날씨가 쾌적하고 해변의 날벌레가 많지 않다.

● 오아후섬의 호놀룰루 시내는 출퇴근과 주말 교통정체로 유명하다. 하지만 호놀룰루 인근을 두루 둘러보고 싶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비용은 회사마다 제각각이지만 세금을 포함해 호놀룰루 수령·반납의 경우 스포츠실용차(SUV) 기준 하루 80~90달러대, 주말에는 100달러대면 빌릴 수 있다. 오아후섬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은 시내버스인 ‘더 버스’로 섬 전역을 연결한다. 35달러로 4일 무제한 승차권을 구입하면 섬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다.

● 하와이 관광청 누리집(www.gohawaii.com/kr), 더 버스 누리집(www.thebus.org)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