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타이안시의 태산은 인천항에서 주 3회 출발하는 크루즈를 타고 가서 즐겨볼 만하다. 태산 정상인 옥황정에서 바라본 타이안시 전경. 사진 조혜정 기자
[매거진 esc] 여행
크루즈 타고 떠나는 중국 태산 등반 여행…능선·자연경관 어우러진 한국길도 있어
크루즈 타고 떠나는 중국 태산 등반 여행…능선·자연경관 어우러진 한국길도 있어
산둥(산동)성은 한국에서 배로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중국 지역이다. 산둥성엔 골프와 휴양으로 손꼽히는 칭다오(청도), 태산이 있는 타이안(태안), 해상왕 장보고가 세운 사찰이 있는 웨이하이(위해), 호수의 도시 지난(제남), 공자와 맹자의 고향 취푸(곡부), 고량주로 유명한 옌타이(연대) 등 한국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관광지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태산은 배를 타고 도착한 칭다오에서 차로 5시간가량 이동하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거대한 땅덩어리를 지닌 중국에서 ‘차로 5시간’이면 비교적 단거리에 속한다고 한다. 지난 12~16일 크루즈를 이용해 산둥성 타이안시의 태산을 올랐다.
17시간 크루즈, 없던 정도 생기겠네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에 불과하고,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흔하다지만 영화 <타이타닉>의 가난뱅이 화가 잭(리어나도 디캐프리오)과 부잣집 딸 로즈(케이트 윈즐릿)가 그토록 밀도 높은 사랑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누가 뭐래도 크루즈다. 육지를 떠나 다른 육지에 닿을 때까지 같은 공간에서 도리 없이 같이 지내야 하는 배, 그것도 평균 시속 40㎞로 움직여 비행기라면 1시간이면 닿을 칭다오를 17시간 동안 가야 하는 크루즈라면 없던 정도 생길 만하다.
위동항운이 운항하는 ‘뉴 골든 브릿지 Ⅴ’호에 올랐다. 오후 4시께 배에 탔는데 1시간 가까이 지나도록 배는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서해에 있는 인천항은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배가 드나들 때마다 뱃도랑(도크)에 물을 가뒀다 빼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선실 바깥은 저마다 여행의 시작 또는 끝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는 이들로 붐빈다. 조금 흐린데 바람이 세차다. 이따금 가는 빗방울도 듣는다. 날씨가 좋으면 조타실 앞 갑판을 개방하는데, 이날은 날씨 때문에 올라가볼 수가 없었다.
노을이 하늘과 바다를 검붉게 물들일 시간을 기다리며 3층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무지개다!” 화들짝 바깥으로 뛰어나가 보니 쌍무지개가 떴다. 빗방울과 노을과 쌍무지개를 한꺼번에 눈에 담을 수 있다니, 조금 시큰둥했던 크루즈 여행의 매력지수가 올라간다. 돌아와 앉은 식당의 식은 음식도 맛나게 느껴진다. 곁들여 마시던 칭다오 맥주도 다시 새롭게 보인다. 저녁 8시30분이 되자 불꽃쇼가 진행됐다. 5분가량의 짧은 시간이지만, 아름답고 황홀하다.
인천항을 출발한 지 5~6시간이 지나니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린다. 공해상으로 진입하면서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탓이다. 데이터 로밍을 했다면 몰라도, 강제로 인터넷을 차단당하니 할 일이 없어진 모양이다. 크루즈 안 면세점, 편의점, 노래방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하거나 수압 좋은 샤워기로 몸을 씻고 책 한권 집어들기 좋을 시간이다. 다인실을 이용하는 중국 여행객과 보따리상들의 수다 소리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침대에 누웠는데 스르르 잠이 든 모양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바깥으로 나가니, 눈에 들어오는 게 수평선이 아니다. 산둥반도의 최대 항구 칭다오가 조금씩 선명해진다. 어느새 17시간이 지났다.
계단길 지루해하는
한국 등산객 위해
칼바위능선·천촉봉 코스 개장
중천문부터 남천문까지
케이블카도 이용 가능 태산, 뭇산들이 작은 것을 한번 내려다보리라 스물넷의 두보는 태산을 바라보며 “반드시 산꼭대기에 올라, 뭇산들이 작은 것을 한번 내려다보리라”고 읊었다. 타이안시에 자리잡은 태산의 높이는 1545m로 우리나라 오대산(1563m)보다 낮다. 대저 우리가 미치지 못할 것은 옛사람 풍류가 아니라 과장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산악지대가 국토의 30%가량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서쪽 지역에 모여 있어 산둥성과 그 일대가 대체로 평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도 된다. 산에서 중요한 게 높이만은 아니니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지 않았겠는가. 기암괴석과 숲의 어울림이 뛰어나고, 도교의 성지로 여전히 각광받고 있으며 진시황을 비롯해 중국의 역대 황제 72명이 올라 하늘에 제를 올리던 곳이 바로 태산이다. 태산을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최근엔 한국 등산객들을 겨냥한 ‘한국길’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태산의 등산로는 계단길이 대부분인데, 이를 지루하게 여기는 한국 등산객들을 유치하려고 산둥성 여유국(관광청)에서 개발해 2013년 10월 개장한 길이다. 능선과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길로, 4시간30분이 걸리는 칼바위능선 코스와 3시간30분이 걸리는 천촉봉 코스가 있다. 보통은 산 중턱 중천문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태산 들머리 매표소 안쪽의 셔틀버스를 타고 20분가량 오르막길을 오르면 중천문의 케이블카 매표소에서 내려준다. 그 길이 제법 경사가 진데다 ‘굽이굽이’를 넘어 거의 유턴을 하는 수준으로 꺾여 있어 셔틀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중천문부터는 극과 극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십팔반이라 부르는, 벼랑 사이 가파른 계단 1633개를 오르는 길은 수행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오르는 데 대략 2시간, 내려오는 데 50분쯤 걸린다. 편한 방법은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중천문부터 남천문까지 10여분 동안 타는 케이블카에서 내린 뒤 다리가 풀릴 정도의 긴장은 감수해야 한다.
남천문부터는 정상인 옥황정까지 계단길을 걸어야 한다. 잰걸음으로 20여분, 사진 찍고 바람 쐬며 쉬엄쉬엄 가도 1시간이면 너끈하다. 남천문을 지나면 음식과 등산용품,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죽 늘어선 천가(하늘길)가 600여m 펼쳐진다. 하늘 위 길거리 풍경도 등산객을 유혹하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우리의 등산로 입구와 다를 바 없다. 이곳을 지나면 도교의 유명한 궁관인 벽하사에 이른다. 태산의 여신 벽하원군을 모신 사당인데, 들머리 대형 향로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리는 이들이 꽤 많다. 향로 주변에 채워진 이름 새긴 황금색 자물쇠들은 누군가의 간절한 기원을 이뤄줄 수 있을 듯 견고해 보이고, 붉은색 천을 잘라 묶어둔 1위안(약 180원)짜리 지폐 속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의 주인공에서 기복신앙의 기호로 변신한 채 미소짓고 있다.
벽하사 다음에 마주하는 곳은 대관봉이다. 당 현종이 725년 태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쓴 ‘천하대관 기태산명’이라는 글씨가 벼랑에 금박으로 새겨져 있는 것을 비롯해, 역대 황제들의 제사 내용이 새겨져 있는 곳이다. 태산에는 이곳 말고도 돌에 글씨를 새긴 곳이 2천곳이 넘는다고 한다. 대관봉을 오른쪽에 끼고 계단길을 계속 오르면 마침내 옥황정이다. ‘태산극정 1545미터’라고 새겨진 비석이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준다. 옥황대제의 불상을 모신 사당으로 황제들이 제를 올리던 바로 그곳인데, 여기에도 향과 자물쇠, 마오쩌둥이 가득하다.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니 시야가 탁 트인다. 구름에 어깨를 가린 낮은 산봉우리들이 겸손한 수묵화처럼 서 있고, 그 뒤쪽으로 펼쳐진 평지에선 높고 낮은 건물들이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타이안(산둥성)/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크루즈에서 밤에 즐길 수 있는 불꽃놀이. 사진 조혜정 기자
한국 등산객 위해
칼바위능선·천촉봉 코스 개장
중천문부터 남천문까지
케이블카도 이용 가능 태산, 뭇산들이 작은 것을 한번 내려다보리라 스물넷의 두보는 태산을 바라보며 “반드시 산꼭대기에 올라, 뭇산들이 작은 것을 한번 내려다보리라”고 읊었다. 타이안시에 자리잡은 태산의 높이는 1545m로 우리나라 오대산(1563m)보다 낮다. 대저 우리가 미치지 못할 것은 옛사람 풍류가 아니라 과장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산악지대가 국토의 30%가량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서쪽 지역에 모여 있어 산둥성과 그 일대가 대체로 평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도 된다. 산에서 중요한 게 높이만은 아니니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지 않았겠는가. 기암괴석과 숲의 어울림이 뛰어나고, 도교의 성지로 여전히 각광받고 있으며 진시황을 비롯해 중국의 역대 황제 72명이 올라 하늘에 제를 올리던 곳이 바로 태산이다. 태산을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최근엔 한국 등산객들을 겨냥한 ‘한국길’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태산의 등산로는 계단길이 대부분인데, 이를 지루하게 여기는 한국 등산객들을 유치하려고 산둥성 여유국(관광청)에서 개발해 2013년 10월 개장한 길이다. 능선과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길로, 4시간30분이 걸리는 칼바위능선 코스와 3시간30분이 걸리는 천촉봉 코스가 있다. 보통은 산 중턱 중천문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태산 들머리 매표소 안쪽의 셔틀버스를 타고 20분가량 오르막길을 오르면 중천문의 케이블카 매표소에서 내려준다. 그 길이 제법 경사가 진데다 ‘굽이굽이’를 넘어 거의 유턴을 하는 수준으로 꺾여 있어 셔틀버스를 타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계단 1633개가 계속되는 등반로 ‘십팔반’을 오르는 등산객들. 사진 조혜정 기자
케이블카 이용객의 이동로와 십팔반이 만나는 남천문. 사진 조혜정 기자
태산 정상 옥황정. 사진 조혜정 기자
역대 황제들의 제사 내용이 새겨진 대관봉. 사진 조혜정 기자
산둥성 여행 정보
인천~칭다오 크루즈는 위동항운에서 주 3회(화·목·토 인천 출발, 수·금·일 칭다오 출발) 왕복 운항한다. 한-중 노선은 과열경쟁을 막으려고 한 항로에 선사 한 곳만 들어갈 수 있어, 이 항로는 위동항운만 운항한다. www.weidong.com, (032)770-8000.
세월호 사고 이후 크루즈 여행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난 탓에, 항운사가 가장 내세우는 건 안전이다. 위동항운은 칭다오를 운항하는 ‘뉴 골든 브릿지 Ⅴ’호에 증축한 데가 없고, 구명보트를 승선 인원의 130% 갖추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1996년 운항을 시작한 2만9500톤짜리 배로, 모두 660명이 탈 수 있다고 한다.
태산 한국길은 등산 땐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하산 때 칼바위능선 코스나 천촉봉 코스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칼바위능선이 더 가파르고 험난해 초보자는 천촉봉 코스를 이용하는 게 낫다고 한다. 종주를 원한다면 천촉봉 코스에서 출발해 칼바위능선 코스로 내려오는 8시간짜리 길을 추천한다. 매년 12월~이듬해 5월까지는 산불조심 기간으로 개인에겐 개방되지 않기 때문에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트레킹이 부담스럽다면 칭다오 도시를 즐겨볼 만하다. 칭다오 맥주의 역사와 현재 생산 과정을 볼 수 있는 맥주박물관, 시원한 해안과 붉은 지붕의 구도심, 산등성이 너머 하늘을 찌르는 고층 건물로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신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소어산, 도교의 발원지이자 칭다오 맥주의 수원인 노산 북구수, 해안을 따라 펼쳐진 산책로 등 가볍게 다닐 만한 곳이 많다.
중국 산둥성 여행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