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윤 시인·인문학습원 섬학교 교장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명품 섬마을 기행
한국은 섬나라다. 무려 4500여개나 되는 크고(島) 작은(嶼) 섬(도서)들이 동서남해에 흩어져 있다. 일본만큼이나 많은 섬이 있는데도 우리는 섬에 대해 대체로 무심하다. 사람들이 섬을 잊고 살다가 다시 기억하는 때는 주로 여름 휴가철이다. 그때도 사람들은 대개 해수욕만 즐기다 온다. 하지만 섬은 해변 말고도 온갖 보물들이 숨겨져 있는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섬 여행에서 어떤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섬마다 다른 이색 토속음식 맛보기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속음식은 가장 큰 보물이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가 된 섬에서는 음식 선택에 실패할 확률이 크다. 그런 섬들에 정보 없이 갔을 때는 앞자리 식당들보다 뒷골목의 주민들 단골 식당으로 가는 것이 좋다. 주민들이 찾는 식당에 섬의 토속음식들이 있다.
흑산도 대표 음식이 홍어이긴 하지만 뒷골목의 식당엔 마른 장어로 끓인 장어간국 같은 진짜 섬 음식이 있다. 우이도 민박집의 간재미 초무침이나 도초도의 바옷(바위옷)묵, 하의도의 뻘낚지 냉연포탕 등은 그 섬이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진귀한 음식들이다. 통영 우도의 해초밥상이나 대매물도의 어부밥상 또한 마찬가지다. 또 흑산도, 홍도, 하의도, 관매도나 사량도, 연화도 같은 섬에서는 동네 할머니들이 직접 담근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관매도의 쑥막걸리와 하의도 인동초 막걸리는 섬의 여신들이 빚은 술이라 할 만하다.
해산물 직접 요리해 먹기
섬의 토속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 또한 섬 여행의 즐거움이다. 어선 귀항 시간을 알아뒀다가 어판장으로 가면 갑오징어·도미·광어·꽃게·대하·조개 등의 해산물을 싼값에 살 수 있다. 비금도나 안마도, 덕적도, 소야도, 고대도 같은 섬에서 막 잡아온 꽃게나 자연산 대하 맛을 보면 지금까지 먹었던 꽃게는 꽃게가 아니고 그 대하는 대하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주민들 토속신앙 당집 탐방하기
섬에 남은 또 하나의 보물은 토속 신전들이다. 폐허만 남은 외국의 신전들까지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정작 우리 섬에 남은 신전은 찾아볼 생각을 않는다. 모르기 때문이다. 섬에는 당집이란 이름의 토속 신전들이 많이 남아 있다. 어청도의 치동묘나 외연도의 전횡사당, 선유도의 오룡묘나 청산도 당리 당집의 역사는 천년을 훌쩍 넘는다. 오룡묘는 1123년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에 왔던 서긍의 <고려도경>에도 기록이 나오고, 당리 당집에서 모시는 한내구(韓乃九) 장군은 신라시대 청해진 장보고 대사의 부하였다.
오래된 숲그늘 거닐기
섬의 숲들 또한 보물이다. 안도나 외연도의 당숲이나, 방풍림으로 조성된 보길도 예송리나 소안도 미라리 상록수림, 관매도 해송림, 덕적도 서포리 홍송숲, 안좌도 대리 상록수림이나 물고기를 불러 모으기 위해 조성한 남해 물건리 어부림 등은 더없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는 최상의 피서지다. 대부분의 섬에 이런 숲들이 남아 있다.
되도록 섬에서 먹고 묵고 구입하기
섬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와 배편이다. 배편은 해운조합의 ‘가보고 싶은 섬’ 사이트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되도록 바리바리 싸들고 가지 마시라. 유명 관광지가 된 곳을 뺀 대부분의 섬들에는 피서철에도 바가지가 거의 없다. 조금 비싸더라도 섬에서 사 먹고 섬에서 자야 한다. 그것이 섬을 지키고 사는 이들에 대한 예의다.
강제윤 시인·인문학습원 섬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