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제주 물회 맛집/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7. 16. 19:54
 

esc

된장·식초·제피 없음 이 맛 안 나지

등록 :2015-07-15 20:30수정 :2015-07-15 22:17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제주물회 맛집
뭍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제주 물회의 특별한 맛…옥돔·자리돔 등 제철 특산물로 즐겨

“제주도 사람들은 원래 날것을 잘 먹지 않았어요.”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양용진 원장의 말이다. 제주도는 익혀 먹는 ‘바릇국’(생선이나 각종 해조류를 넣어 끓인 국. 멜국, 구살국, 갈치호박국, 각재기국 등)이 발달했다. 그렇다면 제주도에서 성업 중인 물회 전문점들은 ‘육지’에서 들어온 것인가? 양 원장은 “뗏목 같은 배를 타고 조업 나간 어부들이 집에서 된장을 가져가, 잡은 생선과 밥을 같이 먹었다”고 말한다. 날것을 즐기지 않았지만 좁은 배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가난한 제주도 어부들은 자연스럽게 물회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제피(초피나무 잎).
제피(초피나무 잎).
제주도 물회는 포항, 장흥, 속초 등의 물회와 이름은 같으나 뚜렷한 차이가 있다. 된장, 식초, 제피(초피나무 잎)가 제주물회를 이루는 3대 양념요소다. 제주도는 고춧가루, 고추장 문화가 아니라 된장과 간장 문화다. 어간장이 발달한 섬이다. 다른 지역보다 높은 일조량 때문에 고추가 빨리 자라고 당도도 높아 빨갛게 익기도 전에 병충해에 시달려 고추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양 원장은 “풋고추로 주로 먹었다”며 “습도도 높아 사실상 고추 농사를 짓기 힘든 환경”이라고 한다. 된장은 모든 음식의 기본양념처럼 쓰였다. 한때 행정구역도 같고 제주해녀들이 물질하러 자주 갔던 전라도 해안가의 된장물회도 제주 된장물회와의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매콤한 고춧가루를 대신한 것은 제피였다. 물회를 한 숟가락 퍼서 입에 넣기도 전에 제피 특유의 강한 향신료 향이 느껴지고 입에서는 독특한 매운맛이 감지되어야 진짜 제주 전통 물회다. 요즘 제주도 식당들 대부분은 여행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에 제피를 빼거나 따로 주는 경우가 많다. 관광객이 늘면서 육지의 고추장물회 등을 파는 집들도 늘었다. 제주물회에는 식초도 다량 들어간다. 한때 물에 희석시킨 빙초산을 넣는 곳까지 있었다. 그만큼 제주도민들에게 식초는 중요한 양념이었다. 상하기 쉬운 생선을 잘 보존하는 한 방법이었다. 최근에는 제주도 전통 발효식초인 ‘쉰다리식초’(보리막걸리를 삭혀 만드는 식초) 복원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금능포구횟집’의 쥐치물회.
‘금능포구횟집’의 쥐치물회.

1970~80년대 모슬포 항구식당
자리물회 인기 얻으며
물회 고장으로 명성 얻어
옥돔·쥐치·전복 등
다양한 맛 볼 수 있어

‘공천포식당’ 앞의 바다풍경.
‘공천포식당’ 앞의 바다풍경.
‘공천포식당’의 자리물회.
‘공천포식당’의 자리물회.
‘공천포식당’의 전복물회.
‘공천포식당’의 전복물회.
제주물회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70~80년대 모슬포항의 항구식당(1964년 개업)의 자리물회가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다. 하지만 양 원장은 “그 이전부터 서귀포시 보목리에서는 꾸준히 먹어온 음식”이라고 말한다. 제주물회의 또 다른 특징은 자리돔, 옥돔, 각종 잡어 같은 신선한 제철 생선과 깻잎, 오이 등 푸짐한 채소가 재료라는 점이다. 과거 전복물회는 고급 음식이어서 귀했지만 최근 전복이 흔해지면서 파는 곳이 늘었고, 옥돔물회는 10여년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해삼물회를 파는 곳도 있는데 지역민들은 해삼을 주로 겨울철에 먹었다고 한다. 제주시 ‘순옥이네명가’의 전복물회와 ‘산지물식당’과 서귀포시 보목동의 ‘어진이네횟집’의 물회가 여행객들에게 유명하다. 지역민들이 추천하는 물회집은 서귀포시 남원읍의 ‘공천포식당’과 제주시의 ‘탐라정물회’, 제주시 한림읍 ‘금능포구횟집’ 등이다. 양 원장도 공천포식당을 추천한다.

집에서 만들어보자, 제주된장물회!

자리된장물회
자리된장물회
제주 자리된장물회는 조리법이 간단하다. ‘해비치 호텔 앤 리조트 제주’의 조리팀 이재천 팀장이 가정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자리된장물회(사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2인분이다. 이 팀장은 우선 자리돔 100g(5마리), 오이 60g, 양파 40g, 무 40g, 미역 30g, 미나리 5g, 부추 5g, 청양고추 5g, 제피 잎이나 가루 5g, 푸른콩된장 75g, 설탕 5g, 식초 10㎖, 고춧가루 10g, 물 500㎖를 준비하라고 한다. 그는 “푸른콩된장은 제주도 토종 종자인 푸른콩으로 만든 것으로, 푸른콩은 국제슬로푸드협회 생물다양성재단의 ‘맛의 방주’에도 들어갔다”고 설명하면서 “일반 된장을 써도 무방하다”고 한다. 하지만 “푸른콩된장이 감칠맛이 더 많다”고 덧붙인다. 다음은 그가 알려준 레시피다.

만들기: ① 된장을 물에 푼다. ② 1에다가 식초, 고춧가루를 소량 탄 뒤 계속 주걱으로 저어 풀어준다. ③ 다 풀어지면 설탕을 탄다. ④ 부추, 오이, 양파, 무, 미역, 미나리 등을 채 썬다. ⑤ 자리돔은 비늘을 칼로 긁고 머리와 꼬리를 자른다. 배를 갈라 내장을 뽑아내고 잘게 썬다. ⑥ 된장 푼 물에 제피를 넣는다. ⑦ 그릇에 채소를 깔고 그 위에 자리돔을 얹는다. 된장 푼 물을 붓는다. 조리할 때 설탕, 식초, 고춧가루 등은 취향에 따라 양을 조절해 넣으라고 말한다. 양파는 찬물에 담가 매운맛을 뺀다.

제주/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제주 맛집 정보

● ‘공천포식당’은 구수한 된장과 제피(초피나무 잎)가 듬뿍 들어간 제주 전통물회를 판다. 자리물회는 자리돔의 양이 많아 먹음직스럽다. 전복물회는 보기만 해도 식욕이 돋는다. 고춧가루가 조금 들어간다. 자리물회 9000원. 전복물회 1만5000원.(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064-767-2425)

● 좀처럼 맛보기 힘든 쥐치물회가 있는 ‘금능포구횟집’은 근해에서 조업을 하는 남편이 생선을 조달하고 아내 차영례씨가 식당을 운영한다. 양이 많다. 1인분도 여성 2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제피는 요청하면 준다. 쥐치물회 1만2000원. 자리물회 9000원.(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1493-6/064-796-9006)

● 제주국제공항에서 가까운 ‘산지물식당’은 9가지 물회가 있다. 다양한 채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 아삭하다. 아침 7시30분부터 문을 연다.(제주시 건입동 1388-1/064-752-5599)

● ‘탐라정물회’는 식초가 다른 곳에 비해 적게 들어간 편이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물회집이다. 자리물회 9000원. 옥돔물회 1만1000원.(제주시 이도2동 1075-1/064-758-3455)

● 이미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어진이네횟집’(서귀포시 보목동 261/064-732-7442)은 바다와 인접해 있어 풍광이 좋다. ‘순옥이네명가’(제주시 도두1동 2615-5/064-712-3434)는 최소 줄을 30분 이상 서야 대표메뉴인 전복물회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