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에서 북한의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대한민국의 첫번째 국도.
남한 구간은 전남 목포에서 경기도 파주 문산의 판문점까지 약 500㎞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기 전후로 일제에 의해 계획되고 건설됐다. 1906년부터 1911년까지 경성~신의주 구간이 조선시대 의주로를 따라, 그리고 목포~경성 도로가 대체로 조선시대 옛길을 따라 만들어졌다. 남북 분단으로 길이 끊긴 뒤에도, 국도 1호선은 확장공사, 우회도로 건설 등으로 여러차례의 노선 조정 과정을 겪었다. 현재는 2차로 108.3㎞, 4차로 279.6㎞, 6차로 37.8㎞, 8차로 11.7㎞ 등으로 이뤄져 있다.
1번국도
놓치지 말아야 할 12가지
오랫동안 가까이 있어 익숙하지만 누군가 물어보면 해줄 말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친구. 1번국도는 그런 친구 같은 길이다.
익숙한 듯 낯선 1번국도 탐색에 나섰다. 어린시절 보물찾기 하던 기분으로 찾아낸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선보인다.
익숙한 듯 낯선 1번국도 탐색에 나섰다. 어린시절 보물찾기 하던 기분으로 찾아낸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선보인다.
1번국도는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끼고 달리는 7번 국도도 아니고 내륙 산간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는 5번 국도도 아니고 왜 1번 국도였을까요? 번호가 알려주듯이 1번 국도는 우리나라 국도 중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사람들이 밟아온 길입니다. 조선시대엔 왕의 행차가 이뤄졌고, 일제 강점기에는 수탈된 쌀이 만주의 전쟁터로 운송됐으며, 해방 이후에는 산업화, 현대화의 짐을 실은 트럭들이 내달렸습니다. 더 빠르고 더 쾌적한 길을 제공하는 고속도로와 국도들이 전국으로 뻗어 있는 지금, 과거의 위용은 사라졌지만 오랜 시간의 기억을 품은 채 1번 국도는 여전히 많은 이들을 목적지로 안내합니다. 그 기억을 머금은 풍경과 동네와 사람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1번 국도가 지나는 주요 도시들과 널리 알려진 여행지들은 피했습니다. 무심코 가속페달을 밟다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잠시 차를 세우고 낙엽을 밟으며 고즈넉한 산책을 하다가 발걸음을 멈출 수 있는 길들과 마음속까지 뜨끈하게 녹일 수 있는 밥 한 끼를 골라냈습니다. 종주도 좋고 부분 구간도 좋습니다. 지금, 마음 닿는 곳으로 떠나보세요.
오산시 물향기수목원
수도권 전철 1호선 오산대역 옆이다. 100m 거리. 옛 경기도 임업시험장을 새단장해 2008년 선보인 멋진 수목원이다. 경기도에서 운영한다. 34만㎡ 터에 습지생태원·단풍나무원·온실 등 19개 주제원에서 1700여종의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이곳 지명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라는 뜻의 수청동인데, 수목원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흙길과 나무데크 산책로가 연못·습지·숲 사이로 이어진다. 한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30분~2시간 정도. 식당은 없다. 주차료 승용차 3000원, 입장료 1인 1500원.
천안시 천안삼거리공원
천안시 천안삼거리공원 1번 국도와 21번 국도가 만나는 청삼교차로 옆 1번 국도변에 있다. 천안흥타령관 앞에 주차하면 된다(무료). ‘천안삼거리 흥타령’으로 이름난 옛 천안삼거리 부근이다. 호수와 옛 누각, 산책로가 어우러진 공원도 아름답지만, 천안박물관·천안흥타령관에도 볼거리가 많다. 흥타령관에선 우리나라 전통술과 술 관련 도구들을 알아볼 수 있고, 육교로 연결된 1번 국도 건너편의 천안박물관에선 천안 일대에서 발굴되고 전해오는 고대~근대의 문화유산들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옆엔 조선시대 천안삼거리 부근에 있었던 주막들을 복원해 놓았다. 입장료는 없다.
세종시 베어트리파크
세종시 베어트리파크 역시 1번 국도변에 있다. 세종시청에서 서창역 지나 전의면 소재지로 가다 전의교차로 못미처에서 우회전한다. 150여마리의 반달곰과 꽃사슴, 그리고 1000여종의 꽃과 나무들로 이뤄진 가족형 테마파크다. 33만㎡ 넓이의 공원에 반달곰동산·꽃사슴동산·아이리스원·오색연못 등 18개 테마의 정원이 들어서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아기 반달곰과의 산책 체험, 아기 꽃사슴 우유 주기 체험도 진행한다. 식당·카페도 있다. 입장료 1만3000원.
세종시 감성리 마을
세종시 감성리 마을 세종시에서 계룡시로 가는 1번 국도 동쪽에 있는 마을. 1번 국도에서 안금로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면 나타난다. 감나무가 마치 성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고 해서 감성리라 불렸다. 황금물결 사이로 새로 단장한 아담한 감성초등학교가 있고, 뒷산 소나무숲에는 매년 수천마리 백로가 찾아와 여름을 보낸다. 학마을이라고도 부른다. 마을 주민들은 백로가 많이 찾아오는 해는 어김없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감성초교로 이어지는 신작로는 울창한 나무가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가을에는 노랗게 단풍이 들어 로맨스영화 촬영지로도 손색이 없다.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감성리 46번지 감성초등학교
계룡시 박정자 삼거리
충남 계룡시에서 공주시 방향으로 계룡터널을 지나 1.5㎞ 지점에 동학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 갈림길을 박정자 삼거리라고 부른다. 300년 된 느티나무 박정자가 넓은 그늘을 드리워 쉬기 좋은 곳이다. 학동리 사는 박씨가 길손을 위해 이 나무를 심고 정자를 세우면서 박정자 거리가 됐다. 동학사 입구까지 거리는 2㎞.
익산시 왕궁의 유적, 미륵사지 유적
익산시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 유적 왕궁리 유적은 전북 완주 삼례에서 익산 금마 쪽으로 가다 팔봉교차로에서 나간다. 500m 거리. 익산 미륵사지와 함께 최대 규모의 백제 유적으로 펑가되는 곳이다. 백제 무왕 때의 왕궁 터에 통일신라시대 들어선 사찰 터 유적이 혼재돼 있다. 높이 9m의 대형 5층석탑(국보)이 아름답다. 금마면에서 722번 지방도로 좌회전해 3.5㎞를 가면 미륵사지에 이른다. 미륵사지 석탑(국보)은 백제 무왕 때 세운 국내 최대·최고의 석탑이다. 현재 복원공사가 진행중이지만, 공사장 내부 일부를 둘러볼 수 있다. 고도리 석불입상 한쌍도 볼거리다.
김제시 금산사·귀신사
김제시 금산사·귀신사 금산사는 김제 금산면 소재지에서 712번 지방도로 우회전해 7㎞ 거리. 귀신사는 금산사에서 나와 712번 지방도 따라 3㎞를 더 가면 된다. 금산사는 백제 때 처음 창건된 사찰로 국보인 미륵전을 비롯해, 보물급 문화재들이 즐비한 이름난 절이다. 신라 때 창건된 귀신사는 금산사와 비교할 수 없이 작고 소박한 절이지만, 그래서 더 한적한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보물인 대적광전과 그 뒤 언덕 팽나무 그늘의 3층석탑·석수 등이 볼만하다. 금산사 주차료·입장료 3000원.
정읍시 백학정과 대일정
정읍시 백학정과 대일정 김제 나들목(IC)에서 정읍시로 가는 1번 국도 서쪽에 가까이 붙어 있는 정읍시 태인면 태성리 마을에 있는 맛집 두 곳. 태인면사무소에서 서쪽으로 862m에 백학정이, 968m에 대일정이 있다. 태성리 마을은 1번 국도가 번성하던 시절 교통의 요충이었다. 왕래하는 이들이 많아 싸고 푸짐한 집밥 같은 백반집도 많았다. 백학정은 떡갈비백반(2만8000원)으로 유명하지만 8000원 가격에 반찬이 20여가지 나오는 청국장백반은 더 훌륭하다. 대일정은 양념한 참게백반이 맛나기로 소문난 집이다. 두 집은 각각 78년, 69년에 문을 열어 역사가 오래된 집이고, 모두 창업자의 2세가 맡아 운영한다. 전북 정읍시 태인면 태성리 532번지나 483-5번지.
걷고 싶은 길(장성~정읍)
걷고 싶은 길(장성~정읍)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쌍웅리 장성호 관광공원에서 북이면 원덕리까지 14㎞ 정도의 길은 여행자들이 꼽은 1번 국도 최고의 비경이자 걷기 좋은 길이다. 1973년 황룡천 일부를 막으면서 생겨난 장성호에서 가을재(갈재) 정상까지 오르는 길엔 갓길도 있지만 호수를 끼고 산책로가 따로 조성되어 있어 이래저래 걷기 좋다. 장성호 관광공원 안에도 전망대가 있지만 갈재 곳곳에 장성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정자가 있다. 입암산과 방장산 사이 가파른 길을 오르다 보면 입암호도 보인다. 고개 이름처럼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호수 주변 하웅리와 쌍웅리 가을 풍경이 각별하다. 갈재 꼭대기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를 가르는 지점이기도 하다.
내장산 국립공원 가인 야영장
1번 국도를 타고 장성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약수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백양사 방향으로 3㎞ 올라가면 야영장 표시가 눈에 띈다.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내장산이 두 팔을 벌려 껴안은 듯한 모양새의 야영장이다. 국립공원 캠핑장의 모범이라 할 만큼 관리가 잘된 이 야영장은 백양사까지의 산책로가 일품이다. 야영장을 나서서 1번 국도로 들어서면 ‘최고의 구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주시 전남산림환경연구소 수목원과 도래마을
나주시 전남산림환경연구소 수목원과 도래마을 나주 남평읍에서 55번 지방도 따라 나주병원 쪽으로 약 5.8㎞. 메타세쿼이아숲·동백숲·비자나무숲 등이 아름다운 개방형 수목원이다. 주차장에서 연구소 건물에 이르는 약 500m 길이의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매우 아름답다. 미리 신청하면 숲해설사의 해설(평일)을 들을 수 있다. 여기서 2분 거리에 전통 한옥·정자들이 모여 있는 도래마을이 있다. 대개 19세기~20세기 초에 지어진 집들이다. 주말(금~일)에 마을 입구에 해설사가 상주한다.
무안군 지산식당
무안 나들목에서 목포시로 가는 1번 국도 서쪽, 삼향읍 지산리 마을에 있는 맛집. 목포시와는 20여분 거리. 마을 주민인 이성님(68)씨와 그의 딸 김혜정(42)씨가 운영한다. 시골 할머니의 투박한 인심이 정겨운 곳이다. 백반이 주메뉴다. 장어구이는 미리 주문예약하면 가능하다. 1인분 밥상에는 김치찌개, 생선조림까지 합쳐 총 18가지 반찬이 나온다. 값은 7000원. 전남 무안군 삼향읍 지산리 8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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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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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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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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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가끔은 다른 길로 벗어나도 괜찮아
불편해서 문득 더 아름다워지는 1번국도 걷기…
백양사 원동마을~정읍, 여행자들이 뽑은 최고의 길
백양사 원동마을~정읍, 여행자들이 뽑은 최고의 길
목포에서 임진각까지 자동차로 한나절이면 달릴 수 있는 1번 국도를 한달 가까이 걸려 갔다. 그들은 왜 걸었을까? 1번 국도가 지나가는 경기도 평택시 송탄에서 나고 자란 사진작가 신미식(53)은 사십대가 끝나기 전 1번 국도를 걷기로 결심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살아오면서 어쩐지 마음에 그 길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던 것 같았다. 2012년 어느 봄날 밤, 돌사진을 찍는 유명희(32)씨는 스튜디오 뒷방에서 그날 받은 일당을 헤아리다 문득 ‘만원짜리 몇장을 벌려고 언제까지 이렇게 악착같이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그에게 1번 국도는 더없이 어울리는 장소일 것 같았다. 그해 여름 그는 1번 국도를 종주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책 <나는 걷는다>를 읽고 국토 종주를 시작했던 회사원 김부형(54)씨는 2번, 6번 국도를 걷고 자신감을 얻어 1번 국도에 도전했다. 지난해 1월 이현조(47) 시인은 하루 동안 천안에서 연기까지 1번 국도 23㎞ 구간을 걸었다. 작가회의가 벌인 ‘1번 국도 평화릴레이’에 참가한 길이었다. 이유가 달랐던 만큼 그들이 1번 국도를 걸었던 방식도 저마다 달랐다.
"너무 좋은 경치만 나오면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데
1번국도는 소소하니까
마을풍경이 각별하게 와닿는다"
신민식(53)
사진작가
사진작가
“1번 국도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길이다.” 2009년 10월27일 목포에서 파주로, 1번 국도를 걷기 시작한 신미식 작가는 이렇게 돌아본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 새 길과 긴 터널을 피해 신 작가는 1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면서 여러번 옆길로 빠졌다. “1번 국도 걷기는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나 구도다. 여기 가려면 스님들처럼 화두를 하나 가지고 가야 한다.” 김부형씨도 이렇게 말한다. 고행은 목포 시내 ‘국토 1번’을 알리는 표지석에서 시작된다. 거기서 목포 시내를 벗어날 때까지 10㎞. 원래 걷기 여행은 초반이 어려운데다 시내를 벗어날 때까지 떡바우 고개와 위아래 고개가 이어지며 가파른 경사가 계속된다. 걷기 여행자들이 ‘깔딱고개’라고 부르는 첫번째 시련이다. 그러나 걷기에는 고통만큼이나 환희도 각별하다. 전남 무안을 지나면 어느덧 길은 영산강과 나란히 흐른다. 영산강 근처 구진포엔 이제는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터널이 있다. 신 작가가 여행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는 곳이다. 벽돌 하나하나가 오랜 세월을 빨아들인 폐터널에 머물렀다 가는 경험은 일제 때 상처를 간직한 1번 국도 걷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이다. 1번 국도는 산길로 새기 좋은 길이다. 광주 무등산, 장성 백양산, 정읍 정읍사, 계룡 동학사를 일일이 들렀던 신 작가의 걷기 여행은 낙엽이 지기 시작한 계절에 시작해 한달 뒤 차가운 눈보라를 맞으며 끝났다. “처음엔 1번 국도를 밟다가 나중엔 자꾸 1번 국도를 벗어나 옛날 길들을 찾아갔다. 김장하는 아주머니들 만나고 감도 따먹으며 딴길로 새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그러다 탈나기도 한다. 백양사 갔다가 내장산까진 올라가지 말았어야 하는데 내장산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정읍에서 며칠을 앓았다.” 신 작가의 경험담이다. 꼭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도 좋다. 논과 논 사이를 지나는 1번 길에는 유독 감나무가 많다. 철이 지나면 그냥 떨궈버리거나 남기는 감도 많기 때문에 1번 국도 가을 여행자들은 원없이 감을 먹는단다.
김부형(54)
회사원
회사원
김부형씨는 한번에 1번 국도를 걸은 게 아니라 2012년 5월부터 10월4일까지 목포~정읍, 정읍~계룡, 계룡~천안, 천안~임진각 4개의 구간을 3~4일씩 걸려 휴가나 연휴 때마다 걸었다. 보통 하루 20㎞를 걷는데 이미 2번, 6번 국도를 거친 그는 1년 동안엔 끝낼 요량으로 하루 40㎞를 목표로 잡고 걸었다. 중간중간 만나는 상인들과 마을 사람들은 보기 드문 1번 국도 종주자를 반갑게 대하며 과일과 물을 나눠주었다. “너무 좋은 경치만 나오면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데 1번은 소소하니까 마을 풍경이 각별하게 와닿는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것이 길이다. 이현조 시인은 “원래도 사람이 드문 편이지만 눈 쌓인 겨울, 1번 국도는 사람 사는 집이 반갑고 설렌 곳”이라고 표현한다.
백양사 아래쪽 원동마을에서 정읍까지 가는 길은 걷기 여행자들이 꼽은 1번 국도 최고의 길이다. 닿을 듯 닿지 않던 영산강의 한 줄기를 여기서 만난다. 문순택 작가의 소설 <징소리>에 나오는 수몰 마을 방울재가 물속에 잠겨 있는 호수는 갈대 반, 물 반이다. 장성호 호숫가엔 올해 3월 임권택 시네마테크가 문을 열었지만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길은 주말에도 한산했다. 무심히 지나던 차들만 뜻하지 않는 풍경에 놀라 멈췄다 가곤 한다. 장성호 산책로에서 입암산과 방장산 사이를 지나는 1번 국도 고갯길을 가을재(갈재)라고도, 단풍고개라고도 부른다. 꼬불꼬불하지만 오르막은 얼마 되지 않아 둘레길을 걷는 듯 순한 길이다. 걷기 여행자들은 지친 발을 달랠 겸 찜질방에서 잠을 청한다. 그런데 찜질방이 가까운 1번 길은 충청도로 넘어가면서부터다. 남쪽은 다른 국도에 비해 주유소나 휴게소가 적기 때문에 자꾸 마을을 찾아들게 된다. 반면 계룡시에서 세종시로 가는 길은 공사를 많이 해서 밤엔 그 코스를 지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는 일부 구간에선 달려오는 차들이 아슬아슬하고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도 마땅치 않아 자칫 천안까지 가야 쉴 곳을 찾기 쉽다.
유명희(32)
스튜디오 운영
스튜디오 운영
유명희씨는 2012년 7월24일 아침 10시에 목포에서 출발해 8월12일 임진각까지 총 20일 동안 1번 국도로만 다녔다고 한다. 처음엔 10㎞도 못 걸었지만 4~5일 지나면서부턴 다리가 가벼워져서 여행 끝날 무렵엔 하루 20㎞는 거뜬히 걸었다. “도로표지판에서 숫자 ‘1’만 확인하면 목포에서 임진각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 알고 갔던 유씨는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아예 잠도 1번 국도에 접한 마을에서 잘 곳을 구해 잤다. 해가 질 때가 되면 우선 마을에 들러 이장님 댁이나 마을회관에 잘 곳을 물어보았다고 한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원망을 달래기 위해 출발한 여행은 전남 무안 태봉리 이장님 댁에서 자고 나주배박물관에서 배즙을 얻어 마시며 스르륵 풀리기 시작했다. 그가 쉴 곳을 찾는 비결은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면 웃으면서 눈을 맞추며 인사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꼭 누군가는 물을 주고 더 쉬었다 가라고 붙잡았다”는 그의 행복한 여행은 사람 발을 많이 타지 않은 길이어서 가능했으리라는 짐작이다. 옷 두벌과 물병 2개만을 들고 무전여행을 한 이유는 “돈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다가가지 않는 자신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1번 국도 여행에서는 세상으로부터 마음껏 얻어먹고 많이 받고 싶었다”는 소원은 이루어졌고, 1번 국도 여행은 온통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졌다.
1번 국도는 누군가에겐 고행길로, 누군가에겐 소소한 길로, 누군가에겐 세상과 통하는 길로 기억된다. 1번 국도는 그런 길이다.
자전거라면 4구간으로 나눠 달려보길
목포-장성-논산-송탄-임진각
서울 광진우체국에서 일하는 이부남(57)씨는 지난 8월8일 목포역에서 평택까지 1번 국도를 2박3일 자전거로 달렸다. 한동안 쉬었다가 10월11일엔 평택에서 수원까지를 다시 자전거로 달렸다. 1번 국도는 안양부터 자동차 전용도로이기 때문에 1번 국도를 자전거로 여행하려면 안양천 자전거길을 지나 성산대교를 건너 벽제, 파주, 문산으로 가야 한다. 국도가 넓어지면서 자전거를 위한 길은 자꾸 줄어든다.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cafe.naver.com/biketravelers/) 운영자인 정오진(54)씨는 “우리 카페 회원이 17만명이지만 1번 국도를 종주한 사람은 10명이 못 될 것”이라고 짐작한다. 7번 국도처럼 바닷가를 따라 달리거나 44번 국도처럼 미시령을 넘는 것도 아닌 내륙을 달리는 심심한 길쯤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3박4일 동안 1번 국도를 다녀온 정오진씨는 “화물차가 유독 많은 2번 국도에 비하면 1번은 비교적 안전한 길”이라고 전한다. “다른 국도가 자동차 위주 길로 바뀌면서 갓길이 줄어든 데 비하면 1번 국도는 갓길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도 했다.
걷기 여행자들은 목포 시내 표지석에서 출발하는 데 비해 자전거 여행족들은 자전거를 보관해주는 목포 시내 한강건강랜드 찜질방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초보 자전거 여행자들은 보통 하루에 60~80㎞를 달리고, 국도 경험자들은 하루 120㎞를 넘게 달린다.
정오진씨는 목포~백양사 앞 사거리, 장성~논산, 논산~송탄, 그리고 경기에서 임진각까지 네 구간으로 나눠 달리는 것이 적당하다고 권한다. 숙소를 따로 찾지 않고 도로 근처에 텐트를 치는 이부남씨는 15㎏ 정도의 짐을 싣고 달리는 탓에 그보다 속도는 훨씬 느리지만 구간은 대체로 비슷하다. 숙소 찾는 시간을 달리는 데 쓰기 때문이다. 이부남씨가 자전거에 싣고 달리는 짐은 물통 2개와 침낭, 1인용 텐트와 12만분의 1 축척 지도가 전부다. 그는 “기본적으로 숙소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니까 동선이 자유롭고, 무거운 짐을 싣고 달리는 만큼 근력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자전거 캠핑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걸어서 지난 길과 자전거로 달린 1번 국도는 어떻게 다를까? 정오진씨는 “자전거는 속도가 지배하기 때문에 혼자 가면 끝까지 혼자 오기 쉽다”면서도 “그래도 국도는 자동차길과는 다르다. 저수지, 논, 밭, 마을 사람들, 별의별 걸 다 만난다”고 했다. 이부남씨는 “느린 여행이라지만 시속 30㎞, 속도의 흥분이 지배한다. 말을 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말이 되어 달린 기분”이라고 했다.
걷기 여행자들은 목포 시내 표지석에서 출발하는 데 비해 자전거 여행족들은 자전거를 보관해주는 목포 시내 한강건강랜드 찜질방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초보 자전거 여행자들은 보통 하루에 60~80㎞를 달리고, 국도 경험자들은 하루 120㎞를 넘게 달린다.
정오진씨는 목포~백양사 앞 사거리, 장성~논산, 논산~송탄, 그리고 경기에서 임진각까지 네 구간으로 나눠 달리는 것이 적당하다고 권한다. 숙소를 따로 찾지 않고 도로 근처에 텐트를 치는 이부남씨는 15㎏ 정도의 짐을 싣고 달리는 탓에 그보다 속도는 훨씬 느리지만 구간은 대체로 비슷하다. 숙소 찾는 시간을 달리는 데 쓰기 때문이다. 이부남씨가 자전거에 싣고 달리는 짐은 물통 2개와 침낭, 1인용 텐트와 12만분의 1 축척 지도가 전부다. 그는 “기본적으로 숙소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니까 동선이 자유롭고, 무거운 짐을 싣고 달리는 만큼 근력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자전거 캠핑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걸어서 지난 길과 자전거로 달린 1번 국도는 어떻게 다를까? 정오진씨는 “자전거는 속도가 지배하기 때문에 혼자 가면 끝까지 혼자 오기 쉽다”면서도 “그래도 국도는 자동차길과는 다르다. 저수지, 논, 밭, 마을 사람들, 별의별 걸 다 만난다”고 했다. 이부남씨는 “느린 여행이라지만 시속 30㎞, 속도의 흥분이 지배한다. 말을 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말이 되어 달린 기분”이라고 했다.
이 구간은 주의하세요
■ 장성~정읍은 2차선이 남아 있는 곳으로 옛길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지만 원덕리에서 정읍까지 부분부분 도로공사 중이라서 주의해야 한다. 공사 중인 길 옆으로 옛길을 따라갈 수 있다.
■ 전주~삼례·금마 구간이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면서 자전거와 사람은 지날 수 없게 됐다. 전주역을 찾아 들어가 북쪽으로 나오는 길을 택해야 한다.
■ 계룡시에서 공주시로 가는 길은 3.3㎞ 길이의 계룡1·2터널로 바뀌었다. 자전거는 지나갈 수 없고 무심코 들어간 도보여행자들은 지옥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새 길은 청사 중심, 옛길은 기차역 중심이다. 계룡시에서부터 1번 국도로 가지 말고 서대전역으로 가는 1번 국도 옛길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 1번 국도를 따라 세종시로 진입하는 도로는 지하터널로 새로 만들어졌다. 표지판만 보고 가다가는 세종시를 지하도로 지나가기 십상이다. 여행객들은 진입 교차로에서 세종시 대평리(대평동)에서 대전 유성(반석동)으로 가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찾거나 지하도 위쪽 1번 국도 옛길을 찾아야 한다.
모닥불 앞 밤막걸리 한잔에 별이 진다네
낙엽 깔고 가을 캠핑의 맛 만끽할 수 있는 내장산·계룡산 국립공원,
세종시 고복저수지 노지 캠핑 체험기
세종시 고복저수지 노지 캠핑 체험기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그러니까 산을 더 좋아하는 사람과 바다를 더 좋아하는 사람으로 구분한다면. 산보다는 역시 바다라고 생각해온 사람이 여기 있다. 그래서 국도도 편애했다. 국토를 길게 종단하는 국도라고 하면 ‘7번 국도’만 떠올렸다. 강원도 고성부터 부산까지, 동해안을 따라 바다를 보며 달리는 길. 그 길을 차로 달리다가 어느 바닷가에서 캠핑을 하곤 했다.
국토의 동쪽을 7번 국도가 내달린다면 서쪽에는 1번 국도가 있다. 그렇다면 1번 국도 캠핑 여행은 어떨까? 지도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안타깝다. 1번 국도는 대부분의 구간이 바다에서 얼마쯤 떨어져 있다. 바다를 사랑하는 이라면 실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 기사는 그렇게 지도만 보고 섣부른 실망을 했다가 큰 감동을 맛보고 돌아온 이의 반성문이다.
국토의 동쪽을 7번 국도가 내달린다면 서쪽에는 1번 국도가 있다. 그렇다면 1번 국도 캠핑 여행은 어떨까? 지도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안타깝다. 1번 국도는 대부분의 구간이 바다에서 얼마쯤 떨어져 있다. 바다를 사랑하는 이라면 실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 기사는 그렇게 지도만 보고 섣부른 실망을 했다가 큰 감동을 맛보고 돌아온 이의 반성문이다.
경기 파주부터 전남 목포까지 국토의 서쪽을 훑는 이 길에도 산 따라 물 따라 아름다운 곳투성이다. 1번 국도를 따라가는 긴 여정에서 계룡산 국립공원, 모악산 도립공원, 내장산 국립공원 등 내로라하는 산자락을 지나게 되고 탑정호, 장성호, 만경강, 영산강 물줄기와도 만나게 된다. 그러니 어느 산자락, 어느 물줄기 근처에 짐을 풀어놓을 것인지만 정하면 그뿐이다.
가을빛이 깊어져가던 10월 중순. 어디로 갈까. 자동차에 텐트와 침낭, 난로를 챙기며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산, 붉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산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바다주의자’에게도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어느 조용한 물가에서 낚시도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정해진 목적지가 충남 공주 계룡산, 전남 장성 내장산, 그리고 세종특별자치시의 고복저수지다.
가을빛이 깊어져가던 10월 중순. 어디로 갈까. 자동차에 텐트와 침낭, 난로를 챙기며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산, 붉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산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바다주의자’에게도 어색한 일은 아니었다. 어느 조용한 물가에서 낚시도 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정해진 목적지가 충남 공주 계룡산, 전남 장성 내장산, 그리고 세종특별자치시의 고복저수지다.
오르막 따라 1~3개 사이트 조성된 계룡산 동학사 야영장
북적이는 텐트촌 지친 캠퍼들에게 신세계
백양사 야영장 앞 산책로
아침에 맡는 나무 냄새 황홀
1번 국도의 허리춤에 위치한 계룡산 국립공원 동학사야영장(충남 공주시 반포면 동학사2로 115-16, 042-825-3005)은 25동의 텐트만 칠 수 있는 소박한 크기의 오토 캠핑장이다. 1번 국도를 타고 공주 방향으로 오다가 박정자 삼거리에서 동학사 방면으로 들어서면 된다. 1번 국도에서 직선거리로 2㎞도 떨어져 있지 않으니 그야말로 1번 국도 야영장이라 부를 만하다.
통나무 두 개를 기대 만든 삼각형 입구가 인상적인 이곳엔 오르막길을 따라 3개, 4개, 급기야는 오직 1개의 캠핑 사이트가 조성되어 있다. 텐트끼리 다닥다닥 붙어 남의 남편 코 고는 소리까지 다 들어가며 스트레스를 받는 대형 캠핑장에 지쳤다면, 이곳은 신세계다. 단, 한적한 사이트일수록 높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곳은 입구 쪽에만 있는 화장실에서 멀다. 감수해야 한다.
캠핑장에는 사이트마다 나무 식탁과 의자가 구비돼 있다. 편리하다. 캠핑용 철제 탁자보다 더 운치가 있다. 은밀함을 포기하고 화장실에서 가장 가까운 입구 쪽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가을빛, 어찌 바삐 짐부터 부릴까. 나무 탁자에 앉아 커피부터 한잔 마셔야지. 소형 버너와 1인용 코펠을 꺼내 물을 끓이고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만들었다.
언제부턴가 ‘너무 힘든 캠핑은 여행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가을·겨울철 쌀쌀한 날씨에 하는 캠핑은 더욱 그러하다. 짐을 최소화하고, 경량형 캠핑 장비를 구입하고, 주변 맛집을 탐색하고 인근의 시설 좋은 목욕탕, 화장실 등을 활용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캠핑 여행에 나선 참이 아니라, 주말이나 휴가에 잠시 캠핑을 하는 거라면 너무 캠핑장 시설에만 매달리지 말자는 것이 최근에 구축한 캠핑 철학이다.
텐트를 치고 캠핑장 주변 탐문에 나섰다. 5분 걸으면 동학사 입구다. 단풍철을 맞아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동학사 입구 가게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분위기 좋은 카페부터 파전에 도토리묵 먹기 좋은 식당까지 즐비하다. 슈퍼, 약국, 기념품 가게 등 필요한 건 다 있다. 가게마다 계룡산의 정기를 받은 요리의 고수들이 파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부친다. 계룡산 밤막걸리 한잔에 달달한 밤이 지나갔다.
고수는 계룡산 온천에서도 만났다. 영상 9도까지 내려갔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자 나름대로 따뜻하게 잤는데도 몸이 뻐근했다. 동학사야영장에도 샤워 시설이 있긴 했으나 오직 찬물만 나온다. 주저 없이 동네 목욕탕을 찾았다. 그리하여 만났다. 계룡산 온천 때밀이 고수.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상피 세포는 파르르 떨며 때로 변했다.
통나무 두 개를 기대 만든 삼각형 입구가 인상적인 이곳엔 오르막길을 따라 3개, 4개, 급기야는 오직 1개의 캠핑 사이트가 조성되어 있다. 텐트끼리 다닥다닥 붙어 남의 남편 코 고는 소리까지 다 들어가며 스트레스를 받는 대형 캠핑장에 지쳤다면, 이곳은 신세계다. 단, 한적한 사이트일수록 높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곳은 입구 쪽에만 있는 화장실에서 멀다. 감수해야 한다.
캠핑장에는 사이트마다 나무 식탁과 의자가 구비돼 있다. 편리하다. 캠핑용 철제 탁자보다 더 운치가 있다. 은밀함을 포기하고 화장실에서 가장 가까운 입구 쪽에 텐트를 치기로 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가을빛, 어찌 바삐 짐부터 부릴까. 나무 탁자에 앉아 커피부터 한잔 마셔야지. 소형 버너와 1인용 코펠을 꺼내 물을 끓이고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만들었다.
언제부턴가 ‘너무 힘든 캠핑은 여행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가을·겨울철 쌀쌀한 날씨에 하는 캠핑은 더욱 그러하다. 짐을 최소화하고, 경량형 캠핑 장비를 구입하고, 주변 맛집을 탐색하고 인근의 시설 좋은 목욕탕, 화장실 등을 활용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캠핑 여행에 나선 참이 아니라, 주말이나 휴가에 잠시 캠핑을 하는 거라면 너무 캠핑장 시설에만 매달리지 말자는 것이 최근에 구축한 캠핑 철학이다.
텐트를 치고 캠핑장 주변 탐문에 나섰다. 5분 걸으면 동학사 입구다. 단풍철을 맞아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동학사 입구 가게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분위기 좋은 카페부터 파전에 도토리묵 먹기 좋은 식당까지 즐비하다. 슈퍼, 약국, 기념품 가게 등 필요한 건 다 있다. 가게마다 계룡산의 정기를 받은 요리의 고수들이 파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부친다. 계룡산 밤막걸리 한잔에 달달한 밤이 지나갔다.
고수는 계룡산 온천에서도 만났다. 영상 9도까지 내려갔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자 나름대로 따뜻하게 잤는데도 몸이 뻐근했다. 동학사야영장에도 샤워 시설이 있긴 했으나 오직 찬물만 나온다. 주저 없이 동네 목욕탕을 찾았다. 그리하여 만났다. 계룡산 온천 때밀이 고수.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상피 세포는 파르르 떨며 때로 변했다.
동학사야영장에 텐트를 친 날은 일요일이었다. 1박 비용은 주차 5000원, 전기 사용권 4000원, 야영 사이트 대여료가 9000원으로 저렴하다. 이 캠핑장은 예약을 따로 받지 않기 때문에 금요일 오후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그 치열함도 잠시, 일요일 오후가 되면 대부분 떠난다. 일요일 밤의 한적함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인근 지역에 사는 듯한 옆 텐트 가족은 일요일 밤도 이곳에서 자고 출근과 등교를 했다.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일했던 이들이라면 가을 캠핑 여행을 욕심내보자.
계룡산을 마당 삼아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이보다 더 좋을 곳이 있을까 싶어 떠나기가 싫다. 이 생각도 다음 캠핑장에서 무너졌다. 캠핑 전문가들이 추천하곤 하는 가인야영장(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108, 061-393-3088). 내장산 국립공원 안 백양사 근처에 위치한 곳이다. 널찍한 평지에 여유있게 47동의 텐트를 펼 수 있도록 조성해두었다. 멀찍이 바라보면 야영장 전체를 산, 울창하고 알록달록하고 멋스러운 내장산이 감싸안고 있는 모양새다.
계룡산을 마당 삼아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이보다 더 좋을 곳이 있을까 싶어 떠나기가 싫다. 이 생각도 다음 캠핑장에서 무너졌다. 캠핑 전문가들이 추천하곤 하는 가인야영장(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108, 061-393-3088). 내장산 국립공원 안 백양사 근처에 위치한 곳이다. 널찍한 평지에 여유있게 47동의 텐트를 펼 수 있도록 조성해두었다. 멀찍이 바라보면 야영장 전체를 산, 울창하고 알록달록하고 멋스러운 내장산이 감싸안고 있는 모양새다.
캠핑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가인 야영장
계룡산을 마당 삼아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이보다 더 좋을 곳이 있을까 싶어 떠나기가 싫다. 이 생각도 다음 캠핑장에서 무너졌다. 캠핑 전문가들이 추천하곤 하는 가인야영장(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108, 061-393-3088). 내장산 국립공원 안 백양사 근처에 위치한 곳이다. 널찍한 평지에 여유있게 47동의 텐트를 펼 수 있도록 조성해두었다. 멀찍이 바라보면 야영장 전체를 산, 울창하고 알록달록하고 멋스러운 내장산이 감싸안고 있는 모양새다.
하늘은, 누가 10월이 아니라고 할까봐, 눈부시게 파랗고 높은데 그 아래 산이 있었다. 텐트 옆에는 그림처럼 나무 한그루씩이 서 있고 바닥에는 잔디가 푸르다. 캠핑 사이트마다 전기 코드를 꽂을 수 있는 곳도 가까이 있어 편리하다. 음수대와 화장실도 두곳씩 있다. 사이트가 널찍해 5~6인용 텐트를 치고, 돗자리와 의자를 펼치고 그 옆에 차를 세워도 자리가 남는다.
야영장에 진입하려면 백양사 입장료를 내야 한다. 차 한대에 5000원, 어른 한명에 3000원이다. 야영장 1박은 전기 사용료까지 더해 1만5000원이다. 텐트를 쳐놓고 백양사까지 5분 남짓 산책을 하다 보면 이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백양사에 올라가는 정식 길 아래쪽으로 야영장부터 시작하는 ‘비밀 산책로’가 있다. 아침 이슬을 발끝으로 툭툭 차며 산책로에서 나무 냄새를 맡는 기분이 상쾌하다.
가인야영장의 밤. 장작을 사다가 불을 지폈다. 국립공원에서 모닥불을 지필 때는 꼭 땅에서 얼마쯤 떨어질 수 있도록 화로대를 이용해야 한다. 불가에 앉아 있다가 몸에 힘을 풀고 하늘을 봤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각기 다른 빛을 내는 무수히 많은 별들. 아이가 가장 빛나는 별에 ‘엄마 별’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다. 사방이 조용했다.
텐트를 접는데 아쉬움이 남아 자꾸만 허리를 펴 주변을 돌아봤다. 내장산은 끝끝내 방문객의 발길을 잡았다. 백양사를 떠나 1번 국도를 타고 정읍으로 가는 길. 국도 최고의 비경이 펼쳐졌다. 왼쪽의 장성호와 오른쪽의 산자락을 보며, 이곳이야말로 7번 국도 ‘오션뷰’에 지지 않는 풍경이라 생각했다. 왕복 2차선이라 길이 좁다는 이유로, 일부러 운전을 천천히, 더 천천히 했다.
세종시에 들어서니 1번 국도 중앙에 태양광 집열판이 쫙 늘어서 제법 미래 도시 분위기를 냈다. 하지만 고복저수지를 찾아 국도를 벗어나니 다시 시골길. 낚시와 오지 캠핑을 사랑하는 어느 선배에게 추천받아 찾아간 이곳은, 77만㎡에 이르는 드넓은 저수지다. 가물치·붕어·잉어·메기 등이 살아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상류 쪽에는 고복자연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잔디밭도 좋다.
야외 수영장이 있는 고복자연공원 잔디밭에 텐트를 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취사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물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간단히 요기를 하는 캠핑족에게 어울리는 장소다. 하지만 ‘캠핑장 주변을 활용하는 센스’를 발휘하면 이곳에서의 ‘배부른 캠핑’도 불가능하지 않다. 공원 잔디밭 바로 옆, 도가네 매운탕의 메기매운탕은 끈적하고 얼큰한 국물이 일품이다. 대전 지역에서 만든 ‘산소소주 오투린’을 마시니 몸이 뜨끈해졌다.
느릿느릿 1번 국도의 풍광을 즐기기에 캠핑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장비를 챙겨보자. 산 따라 물 따라 보석 같은 잠자리가 1번 국도를 따라 쭉 펼쳐져 있으니.
하늘은, 누가 10월이 아니라고 할까봐, 눈부시게 파랗고 높은데 그 아래 산이 있었다. 텐트 옆에는 그림처럼 나무 한그루씩이 서 있고 바닥에는 잔디가 푸르다. 캠핑 사이트마다 전기 코드를 꽂을 수 있는 곳도 가까이 있어 편리하다. 음수대와 화장실도 두곳씩 있다. 사이트가 널찍해 5~6인용 텐트를 치고, 돗자리와 의자를 펼치고 그 옆에 차를 세워도 자리가 남는다.
야영장에 진입하려면 백양사 입장료를 내야 한다. 차 한대에 5000원, 어른 한명에 3000원이다. 야영장 1박은 전기 사용료까지 더해 1만5000원이다. 텐트를 쳐놓고 백양사까지 5분 남짓 산책을 하다 보면 이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백양사에 올라가는 정식 길 아래쪽으로 야영장부터 시작하는 ‘비밀 산책로’가 있다. 아침 이슬을 발끝으로 툭툭 차며 산책로에서 나무 냄새를 맡는 기분이 상쾌하다.
가인야영장의 밤. 장작을 사다가 불을 지폈다. 국립공원에서 모닥불을 지필 때는 꼭 땅에서 얼마쯤 떨어질 수 있도록 화로대를 이용해야 한다. 불가에 앉아 있다가 몸에 힘을 풀고 하늘을 봤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각기 다른 빛을 내는 무수히 많은 별들. 아이가 가장 빛나는 별에 ‘엄마 별’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다. 사방이 조용했다.
텐트를 접는데 아쉬움이 남아 자꾸만 허리를 펴 주변을 돌아봤다. 내장산은 끝끝내 방문객의 발길을 잡았다. 백양사를 떠나 1번 국도를 타고 정읍으로 가는 길. 국도 최고의 비경이 펼쳐졌다. 왼쪽의 장성호와 오른쪽의 산자락을 보며, 이곳이야말로 7번 국도 ‘오션뷰’에 지지 않는 풍경이라 생각했다. 왕복 2차선이라 길이 좁다는 이유로, 일부러 운전을 천천히, 더 천천히 했다.
세종시에 들어서니 1번 국도 중앙에 태양광 집열판이 쫙 늘어서 제법 미래 도시 분위기를 냈다. 하지만 고복저수지를 찾아 국도를 벗어나니 다시 시골길. 낚시와 오지 캠핑을 사랑하는 어느 선배에게 추천받아 찾아간 이곳은, 77만㎡에 이르는 드넓은 저수지다. 가물치·붕어·잉어·메기 등이 살아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상류 쪽에는 고복자연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잔디밭도 좋다.
야외 수영장이 있는 고복자연공원 잔디밭에 텐트를 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취사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물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간단히 요기를 하는 캠핑족에게 어울리는 장소다. 하지만 ‘캠핑장 주변을 활용하는 센스’를 발휘하면 이곳에서의 ‘배부른 캠핑’도 불가능하지 않다. 공원 잔디밭 바로 옆, 도가네 매운탕의 메기매운탕은 끈적하고 얼큰한 국물이 일품이다. 대전 지역에서 만든 ‘산소소주 오투린’을 마시니 몸이 뜨끈해졌다.
느릿느릿 1번 국도의 풍광을 즐기기에 캠핑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장비를 챙겨보자. 산 따라 물 따라 보석 같은 잠자리가 1번 국도를 따라 쭉 펼쳐져 있으니.
경기 파주 화석정캠핑장
화석정이나 자운서원 등 율곡 관련 유적지가 가깝다. 임진강 황포돛배를 타고 임진강 주변의 자연, 역사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겨울에는 눈썰매장도 개장할 예정이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율곡리 581-12, 문의 010-4087-1148.
경기 고양 서삼릉청소년야영장
한국스카우트연맹 야영장이지만 11월 셋째 주부터 2월까지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큰 나무가 많아 가을에는 낙엽을 깔고 자는 맛이 특별하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차 소리가 최대 단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서삼릉길 107-62, 문의 (031)967-9163.
경기 과천 서울랜드자연캠프장
도심에서 가깝지만 산속 분위기를 풍기는 곳. 주차장에서 야영장까지 수레로 짐을 옮기는 수고를 해야 한다. 텐트가 설치되어 있으며 3~11월에만 운영한다. 서울대공원과 현대미술관을 둘러보기 좋다. 경기도 과천시 대공원광장로 102, 문의 (02)500-7870.
경기 평택 학농원가족캠핑장
봄가을에는 모종 심기, 고구마 수확 등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다. 나무도 많고 공간이 넓어 여유있는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캠핑장 운영자가 캠프파이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진위로 206, 문의 (031)668-4132, 010-5447-6380.
경기 안성 두리오토캠핑장
주말이면 메기 맨손잡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캠핑장에서 보이는 청룡저수지에서 모터보트도 탈 수 있다. 숲이 우거져 휴식하기에 좋다. 안성 남사당패의 흔적이 서린 청룡사도 가깝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청룡길 90-64, 문의 010-9162-6538.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야영장
독립기념관과 이웃해 있어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하기 좋다. 698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각종 단체의 수련장으로도 쓰인다. 12월부터 2월까지 동계 기간에는 폐쇄한다.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삼방로 95, 문의 (041)560-0355.
충남 공주 계룡산 국립공원 동학사야영장
소박한 크기의 오토 캠핑장이다. 사이트마다 1~3개의 텐트만 칠 수 있어 옆 텐트와 다닥다닥 붙어 지내야하는 캠핑장에 지친 이들에게 추천할만하다. 1번 국도에서 직선거리로 2㎞도 떨어져 있지 않으니 그야말로 1번 국도 야영장이라 부를 만하다. 5분 걸으면 동학사 입구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동학사2로 115-16, 문의 042-825-3005 25동 규모, 샤워실 있음, 전기 사용 가능.
전북 김제 모악산 금산사 야영장
이용료도 주차요금도 받지 않는 호젓한 야영장. 하지만 산속이라 기온이 떨어지면 캠핑장 문을 닫는다. 대략 1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이용이 어려우니 꼭 전화로 확인한 뒤 방문해야 한다.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112, 문의 (063)540-3539.
내장산 가인야영장
내장산 국립공원 안 백양사 근처에 위치한 곳이다. 널찍한 평지에 여유있게 텐트를 펼 수 있도록 조성해두었다. 멀찍이 바라보면 야영장 전체를 산, 울창하고 알록달록하고 멋스러운 내장산이 감싸안고 있는 모양새다. 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108, 문의 061-393-3088. 텐트 47동 규모, 샤워실 있음, 전기 사용 가능.
전남 무안 파도목장캠핑장
바다 옆 들판에서 젖소를 키우는 파도목장이 운영하는 곳. 드넓은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칠산 앞바다로 지는 노을을 볼 수 있다. 송아지도 보고 치즈 만들기, 낙농 체험 등도 가능하다. 전라남도 무안군 현경면 해운로 185, 문의 (061)453-6193.
들판마다 옛 정취 물씬한 볼거리 빼곡
목포에서 파주까지 500km,
4박5일 일정으로 떠난 1번국도 종주 드라이브 여행
4박5일 일정으로 떠난 1번국도 종주 드라이브 여행
국도 1호선(1번 국도)은 사실 드라이브 여행을 즐기기엔 좋은 길이 아니라고 여겼다. 일부 구간을 빼고는, 직선화·확장 및 우회도로 공사로 ‘고속화도로’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달리면서 이런 생각은 여지없이 깨졌다. 우선, 도심화된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 1번 국도는 향기로운 가을을 만끽하기에 충분한 드라이브 코스였다. 특히 중부·남부의 1번 국도는 벼 수확에 콩타작하고 들깨 터는 가을 들판이 펼쳐지는 매혹적인 길이다. 무엇보다 선인들 애환이 밴 옛길을 바탕으로 건설된 첫 국도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비록 넓혀지고 곧게 펴진 도로이긴 해도 주변엔 선인들 발자취와 보고 즐길 거리들이 깨알같이 널렸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황금빛 들판을 관통하며 마을에서 마을로,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1번 국도를 따라 도로변의 볼거리들을 찾았다. 목포에서 파주까지 500㎞, 4박5일 일정을 짜 이동하며 꼼꼼하게 뒤적이려 애썼다. 1번 국도변 5㎞ 안팎 거리까지의 볼거리들이다.
비록 넓혀지고 곧게 펴진 도로이긴 해도 주변엔 선인들 발자취와 보고 즐길 거리들이 깨알같이 널렸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황금빛 들판을 관통하며 마을에서 마을로,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1번 국도를 따라 도로변의 볼거리들을 찾았다. 목포에서 파주까지 500㎞, 4박5일 일정을 짜 이동하며 꼼꼼하게 뒤적이려 애썼다. 1번 국도변 5㎞ 안팎 거리까지의 볼거리들이다.
첫날 1번국도 지점
전남 목포~나주
목포시 대의동2가 1번지. 신의주까지 달리던 국도 1호선과, 부산으로 이어지는 2호선 기점 기념비와 도로원표가 놓인 곳이다. 목포근대역사관 본관(일제강점기 목포영사관) 앞이다. 2001년 2호선 기점은 신안 장산도로 변경됐고, 1호선 기점은 2012년 목포대교 건너 신항만이 건설된 허사도(목포시 달동)로 옮겨졌다.
일제강점기 유물인 목포영사관과 동양척식회사(근대역사관 별관) 건물, 일본식 정원인 이훈동정원 등이 걸어서 3~4분 거리에 있다. 근대역사관에 전시된 자료와 사진들은 잔혹했던 일제 만행을 결코 잊을 수 없게 해준다.
1번 국도 표지판을 따라 시내를 빠져나와 무안으로 향했다. 초의선사 유적지와 방치돼 무너져가고 있는 유교리 고가(1912년 건립)를 보고 함평 땅으로 들어섰다. 길은 견고한 왕복 4차선 아스팔트지만, 주변으론 부드럽게 출렁이는 황금빛 논밭이 펼쳐진다.
학다리 지나 죽정리 거쳐 고막리로 든다. 여기 볼거리가 있다. 고막리 고막회관 옆 고막천에 ‘떡다리’(고막천 석교·보물)가 걸려 있다. 고려 말~조선 초에 축조된 아름다운 돌다리다. 이곳은 1910년대까지 쌀 100석을 실을 수 있는 배가 드나들었을 정도로 번성했던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 흔적이 다리 옆 둑방에 선정비 몇개로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유물인 목포영사관과 동양척식회사(근대역사관 별관) 건물, 일본식 정원인 이훈동정원 등이 걸어서 3~4분 거리에 있다. 근대역사관에 전시된 자료와 사진들은 잔혹했던 일제 만행을 결코 잊을 수 없게 해준다.
1번 국도 표지판을 따라 시내를 빠져나와 무안으로 향했다. 초의선사 유적지와 방치돼 무너져가고 있는 유교리 고가(1912년 건립)를 보고 함평 땅으로 들어섰다. 길은 견고한 왕복 4차선 아스팔트지만, 주변으론 부드럽게 출렁이는 황금빛 논밭이 펼쳐진다.
학다리 지나 죽정리 거쳐 고막리로 든다. 여기 볼거리가 있다. 고막리 고막회관 옆 고막천에 ‘떡다리’(고막천 석교·보물)가 걸려 있다. 고려 말~조선 초에 축조된 아름다운 돌다리다. 이곳은 1910년대까지 쌀 100석을 실을 수 있는 배가 드나들었을 정도로 번성했던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 흔적이 다리 옆 둑방에 선정비 몇개로 남아 있다.
나주시내 주변에선 금성관(객사)·동헌 등 옛 관아와 억새 출렁이는 영산강변을 둘러볼 만하다. 내륙 유일의 등대인 영산포 등대(1915년 건립)가 있는 영산포에선 황포돛배도 탈 수 있다. 다도면 풍산리의 전남산림환경연구소 500m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연인들의 산책길이다. 30~40년 된 160여그루가 일직선으로 도열해 있다. 전통한옥과 돌담길이 아름다운 도래마을(풍산홍씨 집성촌)이 여기서 차로 2분 거리.
둘째 날
전남 나주~전북 정읍
광주 땅으로 들어선다. 고싸움놀이로 유명한 칠석동의 650년 된 은행나무가 아름답다. 거대한 나무 밑엔 노익장을 과시하듯 샛노란 은행들을 잔뜩 깔았다. 마을길을 따라가며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고경명 장군의 사당인 포충사와, 과거 급제하면 북을 걸고 치며 잔치를 벌였다는 550년 된 왕버들 ‘괘고정수’, 송시열이 쓴 현판이 걸린 정자 양과동정이 볼만하다.
길은 호수(장성호) 아름답고 볼거리 많은 장성 땅으로 든다. 조선 중기의 학자 김인후의 사당인 필암서원도 좋지만, 청백리 박수량 묘에 세워진 백비가 감동적이다. 박수량. 한성부판윤 등 고위직에 올랐으면서도 소박·검소한 삶을 살아, 황희·맹사성과 함께 조선 3대 청백리로 꼽히는 분이다.
그는 무덤에 빗돌도 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명종이 빗돌을 하사하면서 고인 뜻에 누가 되지 않도록 공적을 기록하지 말라고 지시해 흰 빗돌만 세웠다. 하지만 후대에 이런 과정을 적은 거대한 빗돌을 옆에 세워 고인의 뜻은 존중되지 않은 모습이다. 좀더 우스운 건 주차장 옆의 작은 백비 관련 자료전시관 외벽에 빼곡하게 적어 방문 흔적을 남긴, 시·군청, 의회, 교육청, 기업체 등 ‘백비를 찾은 기관·단체들’ 명단이다. 아무 공적도 기록하지 않아 감동을 주는 ‘백비’의 사연이 무색해진다.
백양사 들머리인 장성호에서 정읍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갈재가 드라이브하는 맛을 안겨준다. 가로수도 노랗고 붉게 물들기 시작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케 한다.
정읍 땅 옛 고을 태인의 ‘호남 제1정자’로 꼽히는 피향정(보물)을 감상하고 옛 연못 가운데에 들어선 함벽루에 오르니, 두 어린이가 빗자루를 들고 흩어진 담배꽁초와 술병들을 치우고 있다. “놀려고 왔는데, 더러워서 놀 수가 없어요.” 태인향교·신잠비와 피향정의 선정비 무리, 하마석도 볼거리다.
길은 호수(장성호) 아름답고 볼거리 많은 장성 땅으로 든다. 조선 중기의 학자 김인후의 사당인 필암서원도 좋지만, 청백리 박수량 묘에 세워진 백비가 감동적이다. 박수량. 한성부판윤 등 고위직에 올랐으면서도 소박·검소한 삶을 살아, 황희·맹사성과 함께 조선 3대 청백리로 꼽히는 분이다.
그는 무덤에 빗돌도 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명종이 빗돌을 하사하면서 고인 뜻에 누가 되지 않도록 공적을 기록하지 말라고 지시해 흰 빗돌만 세웠다. 하지만 후대에 이런 과정을 적은 거대한 빗돌을 옆에 세워 고인의 뜻은 존중되지 않은 모습이다. 좀더 우스운 건 주차장 옆의 작은 백비 관련 자료전시관 외벽에 빼곡하게 적어 방문 흔적을 남긴, 시·군청, 의회, 교육청, 기업체 등 ‘백비를 찾은 기관·단체들’ 명단이다. 아무 공적도 기록하지 않아 감동을 주는 ‘백비’의 사연이 무색해진다.
백양사 들머리인 장성호에서 정읍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갈재가 드라이브하는 맛을 안겨준다. 가로수도 노랗고 붉게 물들기 시작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케 한다.
정읍 땅 옛 고을 태인의 ‘호남 제1정자’로 꼽히는 피향정(보물)을 감상하고 옛 연못 가운데에 들어선 함벽루에 오르니, 두 어린이가 빗자루를 들고 흩어진 담배꽁초와 술병들을 치우고 있다. “놀려고 왔는데, 더러워서 놀 수가 없어요.” 태인향교·신잠비와 피향정의 선정비 무리, 하마석도 볼거리다.
셋째 날
전북 정읍~충남 논산
김제 모악산 자락의 아름다운 두 절 금산사·귀신사, 그리고 익산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는 1번 국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다. 금산사는 규모에서, 귀신사는 소박한 정취에서 감동을 준다. 금산사 미륵전은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아들 신검에 의해 유폐됐던 곳, 귀신사는 양귀자의 소설 <숨은 꽃>의 배경이 된 고즈넉한 절이다. 금산사에선 해설사들의 진지한 문화유산 해설을, 귀신사에선 친절하고 해맑은 비구니 스님들의 절집 자랑을 들을 수 있다. 왕궁리·미륵사지 유적은 웅장하고도 정교한 백제 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충남 논산까지 국도변으로 무수한 볼거리들이 들판과 산자락에 빼곡하다. 여산 동헌, 연무읍 견훤왕릉,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을 거쳐 제방 아랫길에서 아담한 탑정리 석탑을 본 뒤 탑정호반을 따라 차를 달리면 산책하기 좋은 생태공원에 이른다. 억새숲에서 바라보는 백로·왜가리 노니는 탑정호 풍경이 아름답다. 계백장군 묘와 백제군사박물관이 가까이 있다.
왕건이 후백제의 패륜아 신검을 무찌르고 삼국통일을 한 기념으로 세웠다는 개태사지에 들러볼 만하다. 스님들이 국 끓여 먹던 지름 3m의 대형 철확(가마솥)이 눈에 확 띈다.
계룡시부터 세종시와 천안시 거쳐 경기도로 드는 1번 국도는 대부분 확장·직선화 공사로 다듬어지거나 새로 낸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이다. 드라이브 맛도 떨어지고 볼거리도 많지 않지만 세종시 정부청사로 향하는 1번 국도의 중앙분리대에 설치된 태양열 집광판 행렬이 이채롭다.
연기 공단 부근까지 건조한 도로가 이어지는데, 조치원읍 봉산리의 ‘연기 봉산동 향나무’(천연기념물)가 볼거리로 다가온다. 옆으로만 퍼져 자라 받침목 30여개에 의지하고 있는, 500년 된 향나무다.
여기서부터 충남 논산까지 국도변으로 무수한 볼거리들이 들판과 산자락에 빼곡하다. 여산 동헌, 연무읍 견훤왕릉,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을 거쳐 제방 아랫길에서 아담한 탑정리 석탑을 본 뒤 탑정호반을 따라 차를 달리면 산책하기 좋은 생태공원에 이른다. 억새숲에서 바라보는 백로·왜가리 노니는 탑정호 풍경이 아름답다. 계백장군 묘와 백제군사박물관이 가까이 있다.
왕건이 후백제의 패륜아 신검을 무찌르고 삼국통일을 한 기념으로 세웠다는 개태사지에 들러볼 만하다. 스님들이 국 끓여 먹던 지름 3m의 대형 철확(가마솥)이 눈에 확 띈다.
계룡시부터 세종시와 천안시 거쳐 경기도로 드는 1번 국도는 대부분 확장·직선화 공사로 다듬어지거나 새로 낸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이다. 드라이브 맛도 떨어지고 볼거리도 많지 않지만 세종시 정부청사로 향하는 1번 국도의 중앙분리대에 설치된 태양열 집광판 행렬이 이채롭다.
연기 공단 부근까지 건조한 도로가 이어지는데, 조치원읍 봉산리의 ‘연기 봉산동 향나무’(천연기념물)가 볼거리로 다가온다. 옆으로만 퍼져 자라 받침목 30여개에 의지하고 있는, 500년 된 향나무다.
넷째 날
충남 천안~경기 수원
천안 삼거리. 조선시대 옛길 삼남대로의 길목(서울·대전·아산 갈림길)이다. 길손들이 모여들어 주막에서 잔을 기울이며 객수를 풀던 곳이다. 민요 ‘천안삼거리 흥타령’으로 이름난 옛 천안삼거리는 사라졌지만, 능수버들 늘어진 천안삼거리공원과 우리 술 문화 자료들을 전시해놓은 천안흥타령관, 천안 일대의 유물을 모아놓은 천안박물관, 재현해 놓은 주막거리 등에서 옛 정취의 한자락을 만날 수 있다. 1번 국도변에 다 있다.
성환읍 도로변에 볼만한 게 있다. 고려 현종 때(1021년) 봉선홍경사란 절을 짓고 이를 기념해 세운 ‘봉선홍경사갈기비’(국보)다. 호남~한양을 잇는 길목이었으나 인가가 없는데다 갈대숲이 우거지고 도적이 들끓어 왕래가 어렵자, 현종이 이곳에 절과 숙소(광연통화원)를 짓게 했다고 한다. 이 빗돌을 받친 거북(어룡)은 정면을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 1번 국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
성환읍 도로변에 볼만한 게 있다. 고려 현종 때(1021년) 봉선홍경사란 절을 짓고 이를 기념해 세운 ‘봉선홍경사갈기비’(국보)다. 호남~한양을 잇는 길목이었으나 인가가 없는데다 갈대숲이 우거지고 도적이 들끓어 왕래가 어렵자, 현종이 이곳에 절과 숙소(광연통화원)를 짓게 했다고 한다. 이 빗돌을 받친 거북(어룡)은 정면을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 1번 국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
평택 들어서면서 1번 국도는 오산·수원·안양을 거쳐 서울에 이르기까지 상가·주택이 촘촘하게 이어지는 도심 거리의 모습이다. 오산대역 옆의 물향기수목원은 메마른 도심 국도 여행길에 한숨 돌리고 갈 수 있는 샘터 같은 곳이다. 단풍나무원·습지생태원 등에 단풍빛이 한창이다.
길은 수원시내로 들어서서 조선 정조의 효심이 서린 아름다운 행궁이자,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곁을 지난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정약용에게 책임을 맡겨 34개월 만에 완성한 새도시다. 1번 국도에서 유턴하면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 관광안내소 주차장으로 갈 수 있다. 성곽을 따라 돌거나 성안의 행궁을 둘러볼 만하다. 수원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1번 국도는 본디 정조가 행차하던 시흥대로를 따라 건설됐었다. 지금은 직선화된 경수산업도로가 1번 국도다.
길은 수원시내로 들어서서 조선 정조의 효심이 서린 아름다운 행궁이자,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곁을 지난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정약용에게 책임을 맡겨 34개월 만에 완성한 새도시다. 1번 국도에서 유턴하면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 관광안내소 주차장으로 갈 수 있다. 성곽을 따라 돌거나 성안의 행궁을 둘러볼 만하다. 수원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1번 국도는 본디 정조가 행차하던 시흥대로를 따라 건설됐었다. 지금은 직선화된 경수산업도로가 1번 국도다.
다섯째 날
경기 수원~파주
경수산업도로를 따라 가다 안양시 도심 지나 석수동 안양예술공원 쪽으로 들어가면 건축가 김중업을 기리는 김중업박물관이 있다. 옛 유유산업이 있던 곳으로, 공장 건물을 활용해 조각공원으로 꾸몄다. 한편 이곳은 통일신라 때 창건돼 조선 후기 폐사된 중초사 터이기도 하다. 명문이 새겨진 당간지주와 삼층석탑이 온전하게 남아 있고, 절터의 주춧돌 등 석물들이 공원의 조각 작품들처럼 흩어져 있다.
안양 거쳐 서부간선도로를 따라 서울 성산대로로 이어지는 길은 극심한 교통 정체 구간이다. 응암동·구파발 지나며 차량은 다시 뜸해지고 고양시·파주시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길이 펼쳐진다. 통일로다. 즐비한 추모공원 표지판 사이로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이어진다. 차량 통행은 많아도 길에선 옛날 국도다운 정취가 배어나오는 길이다. 볼거리도 적지 않다. 고려 말 충신 최영 장군 묘에 이르는 짤막한 산길이 거닐 만하고,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의 한곳인 파주 삼릉(공순영릉) 숲길도 아름답다.
문산읍 지나 77번 도로(자유로) 갈림길과 만나 직진하면 ‘통일의 관문’, ‘검문’ 팻말이 막아선다. 임진강 통일대교 건너 북녘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1번 국도의 남녘 끝이다. 청백리 황희 정승이 여생을 보냈던 정자 반구정을 둘러보며 반쪽짜리 1번 국도 여행을 마무리했다.
안양 거쳐 서부간선도로를 따라 서울 성산대로로 이어지는 길은 극심한 교통 정체 구간이다. 응암동·구파발 지나며 차량은 다시 뜸해지고 고양시·파주시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길이 펼쳐진다. 통일로다. 즐비한 추모공원 표지판 사이로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이 이어진다. 차량 통행은 많아도 길에선 옛날 국도다운 정취가 배어나오는 길이다. 볼거리도 적지 않다. 고려 말 충신 최영 장군 묘에 이르는 짤막한 산길이 거닐 만하고,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의 한곳인 파주 삼릉(공순영릉) 숲길도 아름답다.
문산읍 지나 77번 도로(자유로) 갈림길과 만나 직진하면 ‘통일의 관문’, ‘검문’ 팻말이 막아선다. 임진강 통일대교 건너 북녘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1번 국도의 남녘 끝이다. 청백리 황희 정승이 여생을 보냈던 정자 반구정을 둘러보며 반쪽짜리 1번 국도 여행을 마무리했다.
드라이브 여행 팁
■ 갈색 표지판에 주목한다. 도로변의 문화재·명소는 소소한 것이라도 갈색 표지판으로 따로 설치돼 있다.
■ 옛 국도를 찾아 따라가본다. 1번 국도 표지는 새로 난 자동차전용도로와 옛 국도에 모두 설치된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땐 옛 국도를 따라가는 게 더 좋다. 도로가 길지는 않아도 한적하고 볼거리도 눈에 많이 띈다.
■ 마을길을 갈 땐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여행의 참맛은 대화·소통에서 나온다.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도 있다.
■ 경운기나 걷는 주민들, 자전거에 유의하고 양보한다. 수확철 일부 국도·지방도는 주민들의 일터나 다름없다.
■ 정체 심한 대도시 도심의 1번 국도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특히 주말이라면, 목적지를 정해 우회하는 게 좋다.
추천 일정
■ 2박3일 일정/서울 출발(서해안고속도로)~목포 도로원표와 근대역사관·유달산(목포 1박)~나주 관아·수목원·도래마을~장성 백양사·필암서원·박수량백비(장성 2박)~김제 금산사·귀신사~익산 왕궁리·미륵사지~서울(호남·경부고속도로)
■ 3박4일 일정/2박3일 일정에, 논산 관촉사·탑정호 또는 강경 젓갈거리와 골목 여행(논산 3박)~오산 물향기수목원(또는 수원 화성)~서울
고단한 발길 달래는 뜨끈한 밥 한술,
푸짐한 나물 한 젓가락
소박한 1번국도 여행과 어울리는 소담한 최고의 시골밥상
세겹수육과 묵은지, 곰취장아찌에
푸짐한 양은냄비 국수 성찬
식도락가 발길 붙잡는 쑥국
8000원 청국장 백반에
밑반찬만 20개 넘네
푸짐한 양은냄비 국수 성찬
식도락가 발길 붙잡는 쑥국
8000원 청국장 백반에
밑반찬만 20개 넘네
“밥, 아즉이여. 사먹지, 누가 요새 새참 머리 이고 와. (방송에 나오는 거) 다 거짓부렁이여. 안팎(아내와 남편)이 다 (돈) 벌나가, 농촌 다 사먹어. 어딜 갈겨. 저 집이 반찬이 좋아.” 볏짚을 쌓아 올리는 농부 박양서(70)씨가 세상 물정 모르는 여행자에게 한소리를 한다.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감성리 마을은 1번 국도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다. 1940년대에 문 연 감성초교는 동화 속 집 같고, 마을 들머리부터 펼쳐지는 신작로는 아름드리 낙엽송이 거인처럼 높다. 옆으로는 황금빛 벼들이 춤춘다. 박씨가 추천하는 맛집은 ‘학마을식당’이다. 이 마을에는 식당이 3곳 있다. 도시인의 눈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건만 주민들의 평가는 다 다르다. 오전 11시께부터 손님이 가득한 곳은 ‘감성식당’이다. 30여년 역사를 가진,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감성식당은 본래 감성초교 교사들의 구내식당 같은 곳이었다. “그 양반들이 점심만 해달라고, 해달라고 졸라 시작했지.” 주인 오진순(79)씨가 말한다.
시골밥상이다. 1번국도 맛 여행은 푸짐한 우리 시골밥상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차진 손맛과 구수한 인심으로 차린 백반집을 찾아 떠났다.
시골밥상이다. 1번국도 맛 여행은 푸짐한 우리 시골밥상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차진 손맛과 구수한 인심으로 차린 백반집을 찾아 떠났다.
“돈불정식이 들불처럼 일어났어요.” 서울가든호텔,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등에서 일했던 김중구(54)씨는 정미소와 수박 농사 등을 하다가 실패를 맛보고 다시 칼을 잡았다. 7년 전 건양대 앞 신촌사거리에 ‘진수성찬’을 열면서부터 살림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서울처럼 이곳 신촌사거리도 젊은이들의 거리다. 3년 전에 1번 국도 근처의 논산시 은진면 와야리로 옮겼다. 돼지고기 목살과 앞다리살을 즉석에서 굽고 갖은 양념을 발라 뚝배기에 담은 돈불정식이 대학생들의 혀를 사로잡았다.
때로 길은 이어지다가 끊어지기도 하고 다른 길을 만나기도 한다. 1번 국도를 타고 충남 공주시 반포면을 향하다 보면 32번 국도를 만난다. 이 길로 5분 정도 빠져나오면 인근에 유명한 ‘갈비백반’이 있다. 주인 김동숙(46)씨가 공주시에서 이름난 손맛 장인과 손잡고 시내가 아닌 국도변에 숯불고기 백반집을 열었다. “국도는 손님 저축이 돼요. 올해 오고 이듬해 또 오시고 또 오셔요. 끼니때를 지나도 손님이 많죠.”
1번 국도 맛 여행의 백미는 미식의 도시가 줄지은 전라도다. 전주, 광주, 나주로 이어지는 1번 국도에는 풍요로운 평야가 펼쳐진다. “이름 좀 제발 바꾸면 안 되냐”는 공무원들의 강한 항의에 상호를 ‘예촌’으로 바꾼 곳이 있다. 영농조합법인 맛남 대표 박태순(53)씨의 식당은 전북 김제시 금구면 면사무소 앞에 위치한데다 이름까지 ‘면사무소’였다. 식당을 찾는 이들이 죄다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었다. 예촌은 근현대사 박물관 같다.
낡은 풍금, 라디오와 오래된 간장병, 빛바랜 사진 등을 둘러보는 데만도 시간이 후딱 간다. 예촌 정찬은 세겹수육과 묵은지, 곰취장아찌가 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둘이 먹기에도 많은 양은냄비 국수가 따라 나온다. 차림표에는 자랑스럽게 ‘1988년에 처음 문 열었는디요, 안즉꺼정 한 번도 미원 같은 거 넣어 본 적이 없당게요’라고 적혀 있다. 정말 안 넣는 걸까? “뭐더러 넣어요, 안 넣어도 맛이 난당게요. 우덜집은 멸치국물이 조미료랑게. 나물도 볶다가 참기름, 들기름 넣으면 되는디.” 아내 이순임(53)씨 말이다. 박태순씨는 이름과 표어 작명의 달인이다. 그가 맛과 인연을 맺은 것은 리비아에서였다. 1985년부터 2년간 대우건설 공사 현장의 요리사였다. “간부식당이 내 책임이었재. 김우중 회장 국수도 삶아봤어.” 양고기로 스테이크를 굽고 교민들이 키운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갔다. 그는 요즘 새 메뉴 ‘웃기는 짬뽕’에 심혈을 기울인다. 전국에 유명한 짬뽕집은 다 다녀봤다고 한다. “고추기름도 아니고 고추맛 기름 붓고 캡사이신 잔뜩 넣은 것들이 많더랑게.” 그의 짬뽕은 식용유, 생강, 양파 등을 볶아 기름을 내고 고명으로 홍합, 고사리, 연근, 유자묵, 클로렐라묵, 오미자묵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그래서 ‘웃기는 짬뽕’이랑게.” 해장에 좋아 ‘아침국’이라고도 그는 부른다. 그가 정읍시의 ‘충남집’을 꼭 한번 가보란다.
도시가 밤문화로 깨어나는 9시께면 지방 소읍은 깊은 잠에 빠진다. 한때 24시간 운영했던 충남집은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쑥국집이다. 팔순이 넘은 서금옥 할머니가 구수한 입담을 푼다. “정읍 질(길)이 엄청나. 도로 내고 지랄이여. 엄청 냈어.” 고향 충남을 떠나 44년간 운영하면서 친정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4일을 빼고는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식모살이하다 일수 빚 내 이 가게를 열었지.” 홀로 6남매를 키워낸 할머니는 전국에 팬이 많다. “할머니, 다음에 올 때도 건강하셔야 돼요.” 정읍에서 쑥국만 먹고 떠나기는 허전하다. 상다리 휘어지게 나오는 전라도 밥상을 찾아가본다.
이른바 ‘1번국도 마을’이라고 불리는 정읍시 태인면 태성리. 쓸쓸한 바람이 골목에 휘몰아친다. 1번 국도의 전성시대에 이곳은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제는 푸짐한 백반의 양대산맥인 ‘백학정’과 ‘대일정’이 그 자리를 지킨다. 차림표에는 두 집 다 떡갈비백반과 참게백반이 있지만 백학정은 떡갈비백반이, 대일정은 참게백반이 주력 메뉴다. 1978년도부터 한자리를 지킨 백학정. 김용문(78)씨가 열었으나 지금은 축구선수였던 아들 최이호(예명. 본명 최환호)씨와 며느리 강경운(50), 손자 민석(30)씨가 맡아 한다. “91년 작고한 시할머니부터 했으니 4대째지요.” 경운씨가 말한다. 백학정의 떡갈비는 쇠고기를 갈지 않고 다져서 만든다. 식감이 살아 있다. 그야말로 푸짐한 밥상이다. 1984년 백반을 1500원에 팔 때 4000원을 받았다. 고급음식이었다. 20여가지가 상다리 휘어지게 나온다. 떡갈비도 떡갈비지만 청국장이 일품이다. 청국장백반을 시켜도 나오는 반찬은 20여가지다. 바다에 가까운 하천이나 논두렁에 서식하는 참게는 <자산어보>(1814년에 정약전이 지은 어류학서)에도 등장할 정도로 친근한 먹거리다.
대일정도 오랜 역사를 가졌다. 1969년 한순이(72)씨가 문을 열었고 지금은 아들 조창희(42)씨가 맡아 한다. 파 등 갖은 양념에 파묻힌 보드라운 게살이 신기하기만 하다. 슴슴한 죽순무침은 담백한 시골마을 인심이다.
정읍시에서 백양사로 이어지는 1번 국도를 휘돌다 고픈 배를 채워주는 곳은 백양사 앞의 나물밥상집들이다. 정읍식당은 53년 전에 문을 열어 그 동네에서 제일 오래됐고, 콩줄기를 통째로 삶아 무친 반찬이 눈에 띈다. 간이 강하지 않다. 주인 정영희(44)씨는 말했다. “싱거운 음식은 재활용 못 해요. 섞으면 맛이 변하죠.” 26가지나 나오는 밥상을 향해 종종 의심에 찬 눈초리를 던지는 도시인들에게 들려주는 답변이다.
농부의 손길이 닿은 밥상은 없을까? 전남 담양군 대전면의 농가맛집 ‘보자기’를 만난 건 행운이다. 장성 나들목(IC)에서 대략 12㎞ 거리, 차로 10여분 걸리는 거리에 있다. 2009년 농촌진흥청의 담양군 향토음식지원화사업으로 보자기가 탄생했다. 농부 부부 김재규(55), 최미경(47)씨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최근 몇 년 사이 항암효과가 크다고 알려진 곰보배추(뱀차즈기)가 무한 리필로 제공된다. 최씨는 지천에 널린 곰보배추로 곰보배추된장, 차 등을 개발했다. 지금은 직접 재배에 나서 곰보배추 전도사로 지역 언론에 여러번 출연했다. 그는 3가지를 지킨다. “인공조미료, 식용유와 밀가루를 쓰지 않아요.” 농업으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사랑방이다. 10월의 마지막 밤에는 보자기 주최 곰보배추음악회가 열린다.
1번 국도의 출발지이자 마지막 종착지이기도 한 전남 목포. 무안군에서 목포시로 향하는 1번 국도의 ‘지산식당’은 소박한 밥상집이다. 목포시의 ‘맛 좀 안다’는 이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뭐 하요. 식으면 맛 없음갱, 빨리 드쇼.” 사진기에 매달리는 도시여행객에게 타박이다. 허름하기로 치자면 이만한 데가 있을까! 낡은 간판이 꾹 짜면 누런 물이 뚝뚝 떨어질 듯하다. 70년대 공장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이성님(68)씨는 백반을 팔았다. 김치찌개와 생선조림까지 합쳐 19개 반찬이 나오는 백반은 시골동네 인심이다. 감태, 민물 새우, 죽순나물무침에 손이 자꾸 간다.
1번 국도의 마지막 도시, 목포는 맛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민어거리에 있는 ‘영란횟집’은 민어 껍질과 내장까지 맛볼 수 있다.
‘장터식당’은 게살비빔밥이 일품이다. 손으로 짠 게살이 빨간 양념을 만나 모양새가 흥건하다. 세종시에서 북쪽으로 뻗은 1번 국도의 유명한 식당은 경기 수원시의 ‘가보정갈비’와 평택시의 ‘고복수냉면’, 파주시의 ‘뇌조리국수집’ 등이 있다. 1번 국도의 마지막 자락 허사도에 이르자 막차를 떠나보낸 듯 아쉬움이 밀려온다.
1번국도 맛집 정보
■ 감성식당: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감성리 58-2 / (041) 866-7466/ 백반 7000원
■ 갈비백반: 충남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 16-2/ (041)354-1236/ 돼지갈비백반 1만2000원
■ 진수성찬: 충남 논산시 은진면 와야리 대학로 184/ (041)736-6795/ 돈불정식 7000원
■ 예촌: 전북 김제시 금구면 금구리 435-2/ (063)546-5586/ 예촌정찬 8000원, 웃기는 짬뽕 6000원
■ 충남집: 전북 정읍시 수성동 701/ (063)531-8482/ 해장쑥국 7000원
■ 백학정: 전북 정읍시 태인면 태성리 532/ (063)534-4290/ 떡갈비백반 2만8000원, 백반 8000원
■ 대일정: 전북 정읍시 태인면 태성리 483-5/ (063)534-4030/ 참게백반 1만7000원
■ 정읍식당: 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252-7/ (061)392 -7427/ 8000원
■ 보자기: 전남 담양군 대전면 응용리 283-3/ (061)382-5525/ 우렁이쌈밥 8000원
■ 지산식당: 전남 무안군 삼향읍 지산리 876-6/ (061)281 -9928/ 백반 7000원
■ 장터식당: 전남 목포시 중동1가 1-17/ (061)244-8880/ 게살비빔밥 2인분 2만원
■ 영란횟집: 전남 목포시 중앙동1가 1-15/ (061)243-7311/ 민어회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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