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대청도와 소청도/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10. 1. 23:00

esc

바다에도 산에도 모래밭…대청도 사막 건너기

등록 :2015-09-30 20:31

 

물살무늬가 끝없이 펼쳐지는 대청도 농여해변의 드넓은 모래밭. 이 무늬들은 해안 절벽과 바위들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멀리 백령도가 보인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물살무늬가 끝없이 펼쳐지는 대청도 농여해변의 드넓은 모래밭. 이 무늬들은 해안 절벽과 바위들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멀리 백령도가 보인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서해 5도’ 대청도·소청도엔 해안 숲길·모래밭길 따라 빼어난 지질 경관 즐비
포격전·해전·주민대피령·나포·침몰…. 듣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는 지역, 이른바 ‘서해5도’다. 북한 황해남도 해안에 인접한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5개 섬을 가리킨다. 여행의 ‘여’ 자조차 꺼내기 힘들었던 이 섬들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 남북이 대화 분위기로 접어들면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5개 섬 중에서도 대청도는 빼어난 경관과 볼거리를 갖췄으면서도, 백령도의 ‘유명세’ 그늘에 가려졌던 섬이다. “서해5도 하면 다들 백령도와 연평도밖에 몰라요. 여긴 낚시꾼이나 찾아오지.”(대청도 주민 김근수씨·54) “백령도행 배편의 경유지 정도”로 인식돼온 대청도·소청도는, 머나먼 뱃길 여정을 보상해주고도 남는 예상밖의 멋진 경관들과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다.

군부대·대피소·지뢰지대…북한 접경지 실감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도는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접경지역의 섬이다. 이런 사실을 실감나게 해주는 곳들부터 만나 보자. 먼저 마을마다 마련된 주민 대피소들이 눈길을 끈다. 대청도에 21곳, 소청도에 9곳의 지하 대피소가 마련돼 있는데, 연평도 포격사건 뒤 대피소 현대화 공사가 진행중이다. 대청도엔 9개 대피소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 지하공간으로 거듭났다. 대청리의 한 현대화 대피소를 보여주며 조광욱(50) 대청면장은 “비상시엔 주민들뿐 아니라 관광객도 대피할 수 있는 넓고 쾌적한 공간”이라며 “관광객들도 한번씩 보고 싶어하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대피소들은 화장실·취사장·공기정화시설·가스유입방지시설에 회의실까지 갖추고 있다.

곳곳에 주둔한 군부대는 마을과 한 덩어리가 되어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이다. 관광객을 긴장시키는 것이 지뢰 표지판이다. 조 면장은 “최고봉인 삼각산(343m) 자락 일부에 지뢰 지대가 남아 있다”며 “이 지역은 출입이 통제돼 있으므로, 일반인들은 정해진 도로를 따라 섬을 둘러볼 경우 안전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남북대화 진전 분위기로
여행객 발길 가벼워져
옥죽동 해안사구 국내 최대규모
해안 물빠지면 모래밭·풀등 광활
소청도 분바위엔 일제 상처도

대청도의 ‘옥죽동 모래언덕’.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대청도의 ‘옥죽동 모래언덕’.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사막 떠올리게 하는 옥죽동 모래언덕 장관

대청도의 대표적 볼거리 중 하나가 ‘사막’이다. 주민들이 ‘옥죽동 모래사막’이라 부르는 널찍한 모래언덕(해안사구)이 섬 북쪽 옥죽동해변 뒤 야산에 형성돼 있다. 길이 500여m, 너비 100m의 모래밭이 산자락을 둘러싼 모습인데, 낮은 지역에서 언덕을 바라보면 영락없는 사막 풍경이다. 사막 정취를 살리겠다고 설치한 낙타 모형 2개가 좀 생뚱맞아 보이긴 하지만, 모래밭 한가운데 앉아 있노라면, 잠시나마 중동의 한 사막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하늘과 맞닿은 아득한 모래언덕과 드문드문 자라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모래밭에 그려놓은 무늬들이 황량한 느낌을 더한다.

주민 김근수씨는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길이가 1.6㎞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였다”며 “해변과의 경계지대에 방풍림으로 소나무를 심은 뒤 모래밭이 점점 줄어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모래가 날려 배수로가 막히고 경작지를 덮었던 탓에 주민들로선 방풍림을 조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청도 미아동해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대청도 미아동해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대청도 해안엔 깎아지른 절벽 지형과 광활한 모래해변이 어우러져 있다.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곶’은 빼어난 전망대요, 기암괴석 즐비한 모래해변은 고즈넉한 해안 산책로가 된다. 섬 북쪽과 남쪽 해안에 농여해변·미아동해변·지두리해변·모래울(사탄)해변 등 매우 아름답고 광활한 모래해변이 자리잡고 있다. 물이 빠지면 완만한 모래밭이 100~200m나 드러나고, 물 건너에도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낸 모래밭(풀등)이 긴 띠를 이루며 펼쳐진다. 바다를 향해 무한정 걸어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하는 해안이다. 펄흙과 모래가 섞인 단단한 모래밭엔 파도가 남긴 물결무늬들이 눈부시다. 물결무늬들의 골마다 바람에 날려온 미세한 모래들이 쌓여 무늬를 한결 또렷하게 해준다.

대청도의 이색 경관 중 하나가 기울어진 시루떡 같기도 하고, 겹겹이 쌓아놓은 샌드위치 같기도 한, 변형된 지층의 모습들이다. 퇴적암층이 오랜 세월 휘어지고 겹쳐지며 형성된, 색깔과 형태를 달리하는 특이한 지질 구조가 절벽마다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 해안에서든 습곡작용을 받아 지층이 휘어진 독특한 절벽 지대와 바위 무리,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결무늬 모래밭을 만날 수 있다. 물결무늬는 절벽에도 남아 있다. 해안의 물결무늬 모래밭이 굳어진 뒤 오랜 세월 지층의 변화를 겪으며 절벽에 화석의 모습으로 남게 됐다.

쥐노래미(놀래미)를 낚아올린 관광객.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쥐노래미(놀래미)를 낚아올린 관광객.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광난두·기름아가리…이름도 재밌는 지형들

선진포 선착장에서 대청로~대청남로로 이어지는 순환도로를 한바퀴 돌며 만나는 전망대 풍경도 즐겨볼 만하다. 옥죽동전망대(헬기장)·매바위전망대·광난두정자각·해넘이전망대 등 풍광 좋은 전망대들이 이어진다. 매바위전망대에서 모래울(사탄)해변과 서풍받이 쪽 해안을 바라보면 날개를 펼친 거대한 매의 형상을 만날 수 있다. 서해 바다의 바람을 막아준다는 서풍받이 곶이 매의 머리이고 모래울해변의 소나무숲과 광난두해변 쪽 지형이 두 날개 형상이다. 조광욱 면장은 “날개를 활짝 편 매바위는 대청도를 상징하는 바위”라고 말했다. 대청도는 매와 인연이 깊은 섬이다. 사나운 매가 많이 살고 있어, 옛날부터 해동청(사냥용 매의 옛이름·송골매)의 주요 채집지였다고 전해온다. 서내동(대청1리)엔 ‘매막골’이란 옛 지명이 남아 있어, 사냥용 매를 기르고 훈련시켰던 ‘매막’이 있던 곳이었음을 알려준다.

대청도 농여해변 바위절벽의 물살무늬 화석.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대청도 농여해변 바위절벽의 물살무늬 화석.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광난두해변의 ‘광난두’는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부는 곳의 머리”를 뜻한다. 모래울해변과 서풍받이,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광난두해변 쪽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광난두정자각 전망대에서 김근수씨가 말했다. “바람이 불어도 아주 광풍이 불어요. 말 그대로 미친바람이야. 엄청나요.” 해넘이가 볼만하다는 해넘이전망대에선 서쪽으로 광난두해변과 움푹 파인 해안 지형인 큰기름아가리·작은기름아가리, 동쪽으론 거대한 바위절벽과 절벽 옆의 세모꼴 섬이 인상적인 ‘독바위’ 등 아름다운 해안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해안이나 삼각산 자락을 따라 걸으며 해안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도 있다. 삼각산 자락엔 사랑의 기운을 얻는다는 ‘사랑기(氣) 길’, 성공의 기운을 얻어갈 수 있다는 ‘성공기(氣) 길’이 조성돼 있고, 답동 해안과 서풍받이·광난두해안에는 해안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이 밖에 섬 남쪽 모래울동엔 동백나무 최북단 자생지인 ‘동백나무 자생 북한지’(천연기념물)가 있다.

소청도 분바위 주변 모습.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소청도 분바위 주변 모습.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눈부시게 흰 바위경치 소청도 분바위도 볼만

대청도·백령도행 뱃길은 소청도를 경유한다. 소청도의 인상적인 볼거리는 섬 동남쪽 해안 절벽의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빛나는 ‘분바위’다. 밤이면 달빛을 받아 더욱 희게 빛난다 해서 월띠라고도 부른다. 백색 결정질 석회암(대리석) 지대로, 흰 석회암 사이에 줄무늬 형태의 스트로마톨라이트(남조류·남조박테리아에 의해 형성된 화석)가 발달해 있다. 정식 명칭은 ‘소청도 스트로마톨라이트 및 분바위’다.

본디 분바위 같은 흰 바위 절벽은 주변 해안에 즐비했었다고 한다. 분바위안내소를 지키는 주민 손상순(72)씨는 “일제강점기에 왜놈들이 시루떡 자르듯이 잘라 대리석을 채취해 가며 많이 훼손됐다”고 했다. 그는 “약간 누런빛이 도는 황룡 대리석이 최곤데 아랫등급인 회색·백색은 남겨놓고 황룡을 대규모로 채취해 갔다”고 말했다. 물이 빠지면 분바위 절벽 해안을 따라 탐방할 수도 있다.

일제가 남긴 상흔은 예동 포구에도 남아 있다. 광복되던 해 가을, 일제가 태평양전쟁 때 바다에 설치한 기뢰가 포구로 밀려오자, 주민들이 유황을 빼내 연료로 쓰기 위해 기뢰를 해체하다 폭발했다. 이 사고로 무려 5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숨진 이들을 위로하는 위령탑이 포구에 세워져 있다. 포구엔 일제가 대리석 반출을 위해 설치한 거중기 흔적도 남아 있다.

대청도·소청도(인천 옹진)/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대청도 여행 정보

대청도 여행 지도
대청도 여행 지도
가는 길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2회(오전 7시50분 하모니플라워, 8시30분 코리아킹) 백령도행 여객선이 오가며 소청도·대청도에 들른다. 대청도까지 3시간40분 소요. 뱃삯 편도 6만6500원(애초 올해를 ‘서해5도 방문의 해’로 정해, 뱃삯 50%를 정부에서 지원했으나 지난 8월 말로 지원이 끊긴 상태다). 차를 싣고 가려면 미리 예약하고 7시50분 배를 타야 한다. 대청도엔 50분 간격(하루 8회가량)으로 마을을 도는 공용마을버스 1대와 택시 1대가 있다. 펜션·민박을 예약하면 선진포구 선착장으로 차가 나온다.

대청도·소청도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202㎞ 거리. 백령도 남쪽에 있다. 북한 황해남도 장산곶과 19㎞ 떨어져 있다. 대청도엔 약 900가구, 1300여명이 산다. 대청도는 고려시대,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순제가 태자 시절 1년5개월 동안 유배됐던 곳이다. 600여명의 식솔을 이끌고 옥자포(옥죽동)로 들어와 현재 대청초등학교 자리에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먹을 곳·묵을 곳 대청도 선진동·양지동 등에 해안식당·바다식당 등 식당 8곳이 있다. 대청도에 펜션이 6곳, 민박집이 10여곳 있고, 소청도에도 민박집이 10여곳 있다. 민박과 식당을 겸하는 곳도 많다. 펜션 5만원부터, 민박 4만원.

여행 문의 대청면사무소 (032)899-3611, 인천광역시 옹진군청 문화관광과 (032)899-2241, 여객선 하모니플라워 1644-4410, 코리아킹 1577-2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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