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헤일 분화구에서 약 100m 길이의 어두운 색 줄기들이 흘러내리고 있다.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 이 줄기들은 소금 성분을 함유한 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과 제트 추진 연구소, 애리조나대 과학자들이 만든 이미지로 물질을 구분하기 위해 가상 색으로 처리됐다. AP/연합뉴스
미 연구팀, 어두운 띠 ‘경사선’ 관측
소금물인 염수화물로 뒤덮여
액체 상태 물 증거 제시 처음
소금물인 염수화물로 뒤덮여
액체 상태 물 증거 제시 처음
화성에 지금도 흐르는 물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발견됐다. 현재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 조지아공대 박사과정생인 루젠드라 오자와 동료 과학자들은 28일(현지시각) 화성 표면 여러 곳에서 어두운 띠 모양의 줄기들이 비탈을 타고 내려오는 것으로 관측됐으며, 이 줄기들은 소금물인 염수화물로 뒤덮여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연구 결과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게재한 뒤 워싱턴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나사)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화성 표면에 흐르는 물이 존재했던 흔적이 있다는 점은 2000년에, 얼음 형태로 물이 존재한다는 점은 2008년에 각각 밝혀졌으나, 액체 상태의 물이 지금도 흐른다는 증거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지난 15년간 화성을 관찰한 결과 이 물줄기들은 여름에 나타났다가 기온이 떨어지면서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지역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사선’(RSL)이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팀은 2010년 우주선이 찍은 사진을 통해 이 경사선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 당시에도 이 경사선이 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했으나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 경사선은 네팔 출신으로 당시 미국 애리조나대 학부생이었던 오자가 이 학교의 고해상도 이미징과학 연구팀과 함께 발견했다. 이들은 이번에 행성 표면의 화학성분 분석 장비인 나사의 ‘크리즘’을 통해 이 경사선이 소금으로 뒤덮여 있음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과염소산 마그네슘과 염소산염, 염화물 등이다. 소금은 물의 어는점을 80도가량 낮추고, 증류점도 낮춰 물이 흐를 수 있게 하는 구실을 한다. 겨울철 도로에 뿌린 소금이 얼음과 눈을 빨리 녹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경사선은 폭 5m 내외, 길이가 100m 내외인 가느다란 줄 형태이며 영하 23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생겼다가 그 아래로 온도가 내려가면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자는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화성에 물이 존재하는가’를 둘러싼 과학계의 오랜 숙제를 푼 것으로 평가된다. 화성은 온도와 기압이 매우 낮아 흐르는 물이 존재하기 어려운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나아가 흐르는 물은 미생물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다만, 흐르는 물이 여름철에만 발견된 것은 미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일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게 한다.
나사의 행성과학 국장인 제임스 그린은 기자회견에서 “이 연구 결과는 엄청나게 흥분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는 ‘지구 밖에 생명체가 존재할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으나 이제 우리는 화성에서 그것을 철저히 조사할 큰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나사의 간부들은 그동안 황량한 화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으리라는 관념을 폄하해왔던 기존 태도를 바꾸고 있다”며 “나사는 2020년대에 이번에 경사선이 발견된 곳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이 물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이 경사선을 발견한 오자는 크게 세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 습도가 올라가면 염류가 주변의 물기를 빨아들여 스스로 녹는 조해성을 지니고 있어서 생기는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또 표면 아래 얼음의 공급원이 있고 염류와 접촉한 상태에서 온도가 올라가면 녹는 것일 수도 있다. 아울러 화성의 지면 아래에 물을 품고 있는 층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