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만물을 이루는 기본입자의 하나인 중성미자를 노래한 옛 시가 노벨 물리학상 덕분에 다시 눈길을 끈다.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존 업다이크(1932~2009)는 가설적 존재이던 중성미자 입자가 처음 검출되고 몇 해 지난 1960년 무렵에 중성미자를 노래한 시를 냈고, 이후 중성미자를 찾는 물리학자들의 발표장에선 그 시가 종종 애송됐다. 3종의 중성미자들이 서로 변환한다는 독특한 성질을 발견한 물리학자 셋이 올해 수상자로 선정되자 시는 다시 기억에서 불려 나왔다. 시는 이렇게 노래했다.
“중성미자, 그들은 너무 작다네. /전하도 없지 질량도 없지 / 상호작용도 전혀 없네. / 그들한테 지구는 한낱 허깨비 공, / 그저 뚫고 지나갈 뿐이네, / 먼지아가씨들이 바람 잘 통하는 복도 지나듯이 / 아니 광자가 유리판 지나듯이.”
시인은 중성미자를 ‘유령입자’라는 별명답게 기이한 존재로 그렸다. 중성을 띠어 다른 입자에 반응하지 않으니, 중성미자는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한다. 지금도 태양 내부 핵융합으로 분출되는 무수한 중성미자 입자는 밤낮없이 우리 몸을 지난다. 1930년대에 에너지 보존 법칙을 견지하는 물리학자들은 핵이 붕괴할 때 검출되는 입자 말고도 검출되지 않는 어떤 입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1956년이 되어 그 입자는 검출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기이한 입자의 출현은 시인의 시상까지 자극했나 보다. 시인이 노래한 중성미자는 콧대 높고 무뚝뚝하고 무심한 존재처럼 보인다. 세상을 못 본 체 무시하며, 비웃으며 지나칠 뿐이니. “그것들은 가장 예민한 기체도 무시한다네 / 못 본 체하지, 아주 견고한 벽도 / 냉담한 강철도, 소리 내는 놋쇠도, / 또 마구간 종마를 모욕하고 / 계급의 장벽을 비웃고 / 당신과 내게 들어오네, 마치 높고도 / 고통 없는 기요틴처럼 떨어지네 / 우리 머리를 지나 풀밭 속으로.”
사실 중성미자는 과학자한테도 아직 기이한 입자다. 그래도 시인은 당시 과학을 시에 담고자 애썼나 보다. 태양에서 거의 빛의 속도로 날아오는 중성미자는 아무 반응 없이 지구를 대략 0.04초 만에 관통한다는데, 태양을 향한 지구 반대쪽에서 날아든 중성미자는 지구를 지나고 한밤중에도 우리를 지나간다. 그러니 “한밤에는, 네팔 쪽에서 날아든 그들이 / 사랑하는 두 연인을 뚫고 지나가네 / 침대 아래쪽에서 날아들어”라는 시구는 중성미자를 잘 표현한 것이었다.
시가 나온 지 반세기가 넘었다. 유령입자의 정체를 더 풀려는 연구는 계속되고 잡음 신호를 피해 땅속 아주 깊숙이 마련된 실험관측시설에선 새로운 발견이 잇따랐다. 그렇다 보니 ‘질량도 없고’라는 제2행은 ‘거의 없고’로 수정돼야 했다. 이런 사정을 아는 몇몇 과학자는 노벨상 발표가 나자, 그 업적으로 업다이크의 제2행 시구는 수정돼야 했다는 재치 있는 트위트를 나누기도 했다. ‘상호작용도 전혀 없네’라는 절대 단언도 아주 약간은 누그러뜨려야 한다.
전하도 없으며 질량도 거의 없이 ‘겨우 존재하는’ 중성미자는 지금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다. 그 존재의 수수께끼가 풀리면, 겨우 존재하는 입자는 우주론과 입자물리 표준모형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이다. 중성미자는 왜 이리 독특한가? 알려진 3종뿐인가? 그것의 반입자는 따로 있는가, 또는 그것이 반입자이기도 한 건가? 중성미자는 지금까지 1988년, 1995년, 2002년, 그리고 올해에 노벨상 수상자를 냈듯이, 다시 노벨상 업적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과학자의 실험이 전진하면서, 자연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관찰하는 시인은 또 다른 노래로 답하지 않을까.
오철우 삶과행복팀 기자 cheolwoo@hani.co.kr
오철우 삶과행복팀 기자